전남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개발계획(일명 J프로젝트)’의 밑절미에는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2003년 후반부터 ‘전경련’이 제안하여, 지난 2004년 말 국회를 통과한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이하, 기업도시법)’은 그동안 음성적으로 횡행해오던 ‘정경유착’의 음험한 실체를 합법화한 것으로, 재벌 특혜의 ‘결정판’, 투기자본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이점을 우려, 건교부에서 기업도시법 제정을 추진할 무렵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이 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관광레저형기업도시’는 부동산 투기를 합법적으로 보장해준다는 점을 들어 기업도시 유형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민사회단체 요구는 묵살되었고, 애초 ‘건교부 안’보다도 더, 오히려 재벌 쪽으로 고개를 꺾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투자활성화’, ‘일자리 창출’, ‘국토 균형발전’ 등 허울 좋은 명분으로 포장된 이 법의 애초 의도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서 사회적 명분을 쉽게 얻지 못하다가, 2004년 들어 정부경제정책 수장이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한 기업도시 건설’과 이를 ‘법제화 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법 제정 작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기업도시법은 순수하지 않은 배경을 안고 출발하였다. 그 결과 토지개발과 관련한 41개 법안과 88개 조항을 의제 처리함으로써, 공공영역인 ‘도시 개발 사업’을 사실상 민간 사기업에 통째로 넘겨주고, 그로 인하여 투기자본의 막대한 부동산 개발이익을 보장하는 엄청난 특혜법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법이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는 어떤 것들일까?

민간 기업에 도시 계획 및 입안, 토지 수용권을 사실상 부여

기업도시법은 민간 투자 기업에 ‘기업도시지구’ 선정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행사하는 도시개발, 산업단지 개발, 도시개발 지구 지정 권한 등을 ‘기업도시특구’ 지정의 형식으로 통틀어 민간기업에 넘겨주는 것이다. 해당 지역 거주 주민·인근 주민·사업시행자 등 수많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중립적인 기관이 행하여야 하는 공익적인 권한을 실질적으로 민간 기업에 떠넘김으로써, 공공적 가치를 기업가치 속에 파묻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한편,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은 개발구역의 50%에 해당하는 토지를 협의 매수하면, 나머지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는 권한을 민간 투자기업에 부여하고 있다.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부문과 공동으로 시행하는 개발 사업의 경우에는 이마저 제한하지 않고 있다. 토지 등의 재산권을 강제적으로 취득하는 것은 ‘공익사업’에 제한되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공공기관이 그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사기업의 이익 보장을 위하여 토지 수용권을 사업 시행자에게 부여하는 것은 명백히 헌법정신에도 위배되는 사유재산 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현행 도시개발법에 따르면 토지 소유자의 2/3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함으로써 민간 사업시행자에 대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토지수용권을 민간기업에게 직접 보장하거나, 해당 지자체가 토지를 매입하여 민간기업에게 제공하는 것은 이러한 기본법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특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의 경우 사업대상 면적이 광대하여, 토지의 직접사용의무 비율이 50%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나머지 토지는 자율적으로 처분이 가능하다. 기업이 부동산 투기 등의 목적으로 사적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개발부담금 면제, 경제정의 왜곡하고 부동산 투기 합법화

부동산 개발이익이 정당한 노력의 대가가 아닌 ‘불로소득’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따라서 이러한 개발이익은 필히 사회에 환원되어야 하므로, 현재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국가가 ‘개발부담금’을 징수하고 있다. 개발부담금제도란 개발사업 대상토지의 지가가 상승하여 정상지가 상승분을 초과하는 불로소득적인 개발이익이 생긴 경우, 국가가 그 일부를 환수하여 그 토지가 속하는 지방자치단체 등에게 배분함으로써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토지에 대한 투기를 방지하며,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의 촉진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이다(헌재 1998. 6. 25. 판례집 10-1, 771, 788)
헌법재판소 판례에서도 "이 법은 토지로부터 발생되는 개발이익을 환수하여 이를 적정하게 배분함으로써 토지에 대한 투기를 방지하고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불로소득을 사회에 환원하여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며 토지의 효율적 이용 촉진을 이 제도의 목적으로 실시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런데 기업도시법에서는 이를 100% 면제하고 있다.
기업도시법에 따르면, 개발계획 승인 시 산정한 개발이익의 10%를 초과한 경우에만 그 이익금의 일부를 환수하도록 되어있다. 애초 건교부에서 마련한 안은 지역의 낙후도 등급에 따라 개발이익을 25~100% 환수하려 하였으나, 그 비율을 낮춰달라는 기업들의 요구에 ‘화답’하여 최고환수율을 100%에서 85%로 낮추었으며, 각 등급별로도 5%씩 완화하였다. 예컨대 J프로젝트 예정지인 전남 해남의 경우 2등급에 35% 가량의 개발이익만 환수가 가능하다.
게다가 개발이익은 기업이 직접 사용하는 부분(해남.영암의 경우 50% 토지)을 제외한 곳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에서만 환수하며, 또한 산정 기준은 기업이 땅을 팔거나 임대해 얻는 총수입에서 부지 조성비 등 총사업비를 뺀 금액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아파트나 상가 분양 등으로 얻는 이익은 산정기준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개발이익의 환수 방식에 있어서도 지자체나 정부에 직접 귀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발구역 밖의 기반시설이나 개발구역 안의 도서관·문화회관·운동장 등 공공편익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므로, 결국은 기업이 부지조성원가에 환수금을 포함시켜서 매도할 경우, 최종 토지 매수자가 부담하게 될 가능성 높다.

덤으로 얹어준 선물, 각종 세제 감면과 특혜

기업도시 시행자에게는 법인세ㆍ소득세ㆍ관세ㆍ취득세ㆍ등록세ㆍ재산세 및 종합토지세 등의 조세가 가 감면된다. ‘도시교통정비촉진법’ 상의 ‘교통유발부담금’은 100% 면제된다. 더불어 ‘농지법’에서 규정한 ‘농지조성비’, ‘초지법’에 따른 ‘대체초지조성비’, ‘산지관리법’에서 정한 ‘대체산림자원조성비’, ‘공유수면관리법’의 ‘공유수면 점사용료’ 등은 50% 정도 감면된다. 그러면서도 도시개발을 위한 기반시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투자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하여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완화되며, ‘신용공여한도적용’을 예외로 하고 있다. 더불어 ‘토지상환채’ 발행을 허용하며, 선수금 수령도 허용된다. ‘부동산투자회사규제’도 완화된다.
이와 같은 엄청난 특혜는 부동산 거품을 조성하는 데 최적의 조건이다. 기업들의 천국은 이어진다. 교육, 의료, 문화 시설에 대해서도 설립 및 운영상의 특혜가 주어진다. ‘자립형사립고’, ‘특수목적고’ 등은 자율적인 학사운영이 보장되며, 영리 목적의 외국 교육기관과 외국 의료기관도 설립 및 운영이 허용된다. 이쯤 되면 ‘재벌 투기 공화국’으로 '직행'을 하자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 교육문제, 의료 문제 등 우리 시대의 민감한 의제를 완전히 풀어헤친 마당에 더 이상 포기할 공공성도 없다.
한편 기업도시법은 생태 환경 보전에 관한 작금의 법률 또한 무력화시키고 있다. ‘국토계획법’에 의한 ‘수자원보호구역’ 자동해제, 실시계획 승인 시 관광지?관광단지 조성계획이나 체육시설 사업계획의 자동 승인, 자연공원이 포함될 경우 ‘공원위원회’ 심의로 ‘사전 환경성 검토’나 ‘환경평가’를 일괄 협의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갈수록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원칙과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지난 1월, 건교부가 ‘기업도시개발특별법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정하는 실무 작업반 총 14명 중 11명의 기업과 전경련 관계자를 포함시켰다는 것은 이 법안이 제정 과정에서부터 기업의 이해와 요구에 얼마나 충실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기업도시법으로 인하여 소수 투기 자본의 손에 엄청난 면적의 국토가 짓이겨지고, 해당 지역 주민의 생존권이 길바닥에 나뒹구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그것이 기업도시법의 실상이며,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 ‘지역 발전’ 따위의 허울 좋은 구호 뒤에 숨은 무서운 함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