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실업을 만들어 내는 체제라는 사실은 거창한 이론을 들먹일 것도 없이 지난 10여 년 간의 경험을 더듬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외환위기로 포장되었던 공황인 IMF 사태를 계기로 대량의 실업을 경험했고 지금도 노동자의 목을 죄고 있는 정리해고제도가 법제화됐다. 그리고 경제가 회복됐다고 했지만 ‘고용없는 성장’은 남한 사회의 기준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공황으로 또 다시 실업률은 증가했다. 최근 고용시장에 봄이 왔다는 뉴스가 언론에 간혹 나오고 있고 대량 실업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이는 반가운 소식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량의 실업자가 존재하고 ‘고용 시장에 봄이 왔다’는 뉴스가 사실이라고 해도 고용 시장의 봄은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가끔 있는 일일 뿐이다. 고용 시장의 봄이 아니라 고용시장의 겨울이 일상적인 현실이다.

자본주의와 산업예비군(실업자)

자본주의가 실업을 양성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는 사회적 필요에 의한 생산 체제가 아니라 자본가계급의 최대 이윤을 위한 생산 체제이기 때문이다. 최대 이윤 확보를 위해서는 당연히 노동자의 수를 줄여야 하며 임금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완전고용이 아니라 항상 실업자가 존재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본주의의 숙명인 공황과 대량 실업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는 IMF와 2008년 같은 공황을 겪는 것이 숙명이다. 이런 사실은 중소 조선소의 파산으로 드러나고 있는 조선업의 위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조선업이 활황이 되자 최고 이윤을 실현하고 싶은 자본가들은 너도나도 조선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너무나 많은 조선소가 생겨서 2007년 이미 한국은행을 비롯한 부르주아 연구기관에서 지금의 상태로 간다면 조선 경기가 활황이라고 해도 2010년이면 조선업에 공급과잉이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2008년 세계공황을 겪으면서 2009년부터 조선업에 최대 이윤을 위해 자본가들이 벌였던 경쟁적인 조선소의 공급과잉이 폭발했고 중소 조선소부터 몰락했다.

자본주의적 공황 해결 방식과 대량 실업

공황을 해결하는 자본주의적 방식은 자본가계급과 정권이 말하는 경제살리기가 아니라 자본가계급에게 다시 이윤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본주의는 먼저 공급과잉 된 생산수단, 쉽게 말해 공장을 없애야 한다. 즉, 파산이나 폐업이다. 이 속에서 노동자들은 대량실업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공장이 문을 닫지 않는다고 해도 자본가들이 공황을 빌미로 이윤 확보를 위해 행하는 짓거리가 바로 희망퇴직, 정리해고, 임금 삭감 혹은 동결을 포함하는 구조조정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또 다시 실업 등의 생존권 박탈을 경험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공황 극복 방식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본가계급의 하수인인 정권은 대량의 실업을 틈타 일자리를 만든다며 저임금 불안정 노동, 즉 비정규직을 보편적인 고용 형태로 만든다.
위의 사실들 역시 현재 남한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본가계급과 이명박 정권의 행태를 보면 깊은 지식이 없어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계급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조직된 노동자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물론 당사자인 실업자들이 투쟁에 나서야 하지만 남한에는 강력한 실업자 투쟁의 존재가 없다. 뿐만 아니라 실업의 문제는 조직된 노동자의 문제이기도 하다. 조직된 노동자들에게도 정리해고나 비정규직노동자의 정리해고인 계약해지가 판을 치고 있다. 그리고 남한에서 민주노조운동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포위된 이유는 조직된 노동자들이 사회 전체의 요구를 들고 투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조운동이 사회적 고립을 벗어나 자본가계급을 포위하는 것은 자신의 단기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갖고 전위로써 역할을 하는 것이다.

노동자계급은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가?

당장의 실업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계급은 다음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첫째, 국가가 책임지고 실업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 점을 당연해서 해보는 말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된다. 청년 실업과 연결했을 때 제일 중요하게 요구해야 할 지점이다. 남한 사회에서 실업을 해결하는 방식은 여전히 개인의 능력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요즘 유행하는 스펙을 위해 자격증과 영어점수, 해외 연수에 목을 매고 있고 부모 세대는 이를 지원하는 것을 부모의 역할로 여기고 있다. 이런 인식과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가장 중요한 것이 실업은 개인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체제의 문제이며 즉각적인 해결방식 역시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대량실업의 주범, 정리해고제를 철폐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빌미로 도입된 정리해고는 이제는 사회 문제도 되지 않을 만큼 당연시 되고 있다. 하지만 정리해고제도는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경제 회복은커녕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의 강화이며 자본가계급의 배만을 불려주었다는 것이 이미 입증되었다. 실업의 고통과 실업에 대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리해고제 철폐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한 사업장에서의 정리해고 철회 투쟁만이 아니라 정리해고로 투쟁하고 있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하나의 대오로 조직한다면 정리해고제 철폐 투쟁의 시작은 가능하다.

셋째, 비정규직 철폐이다. 너무나 당연한 요구이다. 한 가지 문제는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 잊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노동자 대오 역시 비정규직 철폐 투쟁으로 모이지 않고 있다. 이를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공공부문을 대폭적으로 확대하고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 요구는 이명박 정권이 공기업 사유화(민영화)를 목표로 강행하고 있는 공기업 선진화에 맞선 투쟁을 위해서라도 더욱더 집요하고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투쟁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공기업도 이윤을 내야 한다는 자본주의 방식과의 투쟁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다섯째,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이다. 버스 노동자들의 경우 하루에 17시간씩 운전대를 잡는 등 남한 사회의 노동시간이 세계 최장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임금 삭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거짓이라는 점은 이미 드러났다.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시간상한제 등을 요구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여섯째, 독점자본을 몰수하고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등 사회주의적 요구로 나아가는 것이다. 적게는 수 만 명에서 많게는 수 백 만의 노동자의 협동으로 운영되는 독점자본이 자본가계급의 이윤 추구 외에 사회적으로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명박의 기업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의 허구가 만천하에 보여주었다. 독점자본이 사회적으로 유용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은 소수 자본가에 의해 운영되고 소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점자본을 몰수해 사회적으로 소유하고 운영은 노동자와 민중에 의해 사회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자본주의를 넘어 사회주의 건설 투쟁으로

자본가계급의 이윤을 위한 체제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업은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실업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자본가계급의 이윤 추구를 위한 체제를 사회적 필요에 의해 그리고 노동자계급에 의해 운영되는 새로운 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이는 현재에는 불가능하고 미래에 실천해야 할 사항이 아니다. 실업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이 사회가 지긋지긋하다면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 체제와의 투쟁이 없는 실업대책은 대책이 아니다
→ [기고] 청년실업은 사회적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