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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론과 해외자본규제론을 넘어서

2006/03/20 ㅣ <황예인>

최근 국회에서 해외 자본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엑손 플로리오(Exon-Florio) 법안과 같이, 공적자금특별법, 증권거래법 등의 개정을 통해 외국자본이 통신, 전력 등 주요한 산업자본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아이칸의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국민-기업 은행이 백기사를 자처하고 국민연금까지 합세하여 KT & G를 방어하고 나섰다. 일련의 상황들을 살펴보면 마치 해외 자본의 공격에 맞서 국내 자본을 중심으로 한 제세력이 결집하여 강고한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는 형국이다.

의아한 것은 불과 몇 년 만에 해외자본과 국내자본에 대한 정부 및 각 단체의 태도가 정반대로 변했다는 사실이다. 1997년 IMF 위기가 닥쳤을 때만해도 재벌은 강력한 비판의 대상이었다. 당시 참여 연대를 비롯한 각 단체, 인사들은 IMF의 원인을 재벌지배구조에서 찾고, 재벌을 개혁하지 않으면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방이후 적산불하로 탄생하여, 정경유착, 각종 투기와 문어발식 확장으로 성장한 것이 바로 재벌 아닌가. 부실하고 무능한 재벌에 대한 분노가 광범위하게 번졌고 이를 바탕으로 재벌개혁론이 주장되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최근 이찬근 교수를 비롯한 인사들의 주장은 해외자본규제론이라 할 수 있다. 단기투기이익을 추구하는 해외자본이 국내산업을 잠식시키고 위협하기 때문에 이로부터 재벌을 방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재벌을 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 해외자본과 경쟁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이 상반된 주장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중요한 것은 재벌개혁론도, 해외자본규제론도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설정하고 있는 해외자본과 국내자본의 대립적 관계는 오로지 자본의 입장에서만 그러할 뿐이다. 대표적인 재벌개혁론 단체인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은 투명한 기업 운영을 통해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영미식 개혁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으며 이로써 주주자본주의를 확립하는데 기여할 뿐이다. 또한 이찬근 , 장하준 교수 등 해외자본규제론자들의 주장은 사실상 재벌을 활용하겠다는 주장에 불과하다. 이들의 재벌관은 매우 불철저해서 해외자본만을 투기적 성격을 가진다고 보고, 국내자본은 사회적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도덕적이고 선한 자본으로 규정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최근 골프 파동으로 회자되는 영남제분을 보면 밀가루 회사인지 투기전문회사인지 헷갈릴 만큼 강한 투기적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해외자본규제론은 해외자본에 재벌이 맞설 있도록 키워주자는 재벌옹호론, 활용론에 다름 아니다.

재벌개혁론자들과 해외자본규제론자들이 쳐놓은 국내자본과 해외자본의 전선 속에 노동자들이 설 곳은 없다. IMF 이후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보여주는 것은 자본에게는 국적이 중요할지언정 노동자계급에게는 국적이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이다. 국내냐 해외냐 하는 허구적 대립을 뛰어넘어 국적을 불문하고 자본 일반에 대한 통제를 주장하자. 그것이 신자유주의에 파산을 선고하고 사회주의로 전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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