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1년 동안을 수많은 말잔치로 10년처럼 보내고, 임기 3년 동안을 해괴한 사건으로 점철한 노무현 정부여서 그런지 임기2년을 남겨놓고, 사실상 대선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래서 정부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라는 사람들이 내수불황과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투자확대와 소비확대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한사람인 이명박은 개발주의를 상징하는 몇 가지 업적을 앞세워 경제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사실상 90년대 초반부터 적극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한국사회를 절망으로 내몬 악행들의 주인공들이 현사회의 위기를 해소하겠노라고 저마다 난리굿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면 한국사회를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인도할 대안은 있는가? 사실 희망이전에 절망의 근본원인을 제대로 지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절망의 근원은 많이 소유한 자가 더욱 더 많은 권리를 갖게 되는, 그래서 제도와 법 그리고 깡패들까지 온통 많이 소유한 자들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는 데 있다. 보통사람들은 투기적 희망, 혹은 로또와 같은 행운에 기대어 살 수는 있어도, 스스로의 노고와 희생만으로는 안정된 삶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투기자본, 금융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는 시장원리가 관통되는 한, 그리고 국제금융자본의 이해를 전면화하는 개방화, 그리고 전 세계가 놀라고 있는 비정규직화가 계속되는 한 희망은 그 싹조차 찾을 수가 없다. 자영업자로 희망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파산과 고된 삶의 경계에서 살아갈 뿐이다. 이 자본주의에서 누가 행복하다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근본적 대책 없는 개혁투쟁의 무상함

이 마당에 사회대타협이니 부동산대책이니 하는 말들을 쏟아놓은 자들은 위선자들이다. 그들은 지금 진행되는 시장지상주의, 노동유연화, 개방화를 저지할 의도는 눈곱만치도 없으면서 대중에게 좋은 소리를 해대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투쟁 운운하며 사회적교섭에 나섰던 민주노총도 그런 면에서는 오십보 백보다. 자본의 기조를 꺾을 기세와 투쟁 없이 자본과 타협에 나선 자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시장이 아니라 공공성강화”를, “노동유연화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일자리”를, “부유세로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와 같은 주장을 했던 민주노동당 정책의 핵심은 노동유연화저지, 조세개혁, 복지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개혁, 복지예산확대, 노동유연화 저지든 어떤 방책도 그 자체로 현실의 악순환을 끊어낼 가능성은 없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저투자, 저물가, 고실업,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기존 시설에서 쥐어짜서 주식시장에 돈을 갖다 바치는 신자유주의 원리는 개방화 덕분에 국제적 차원에서 고착화되었다. 그리고 아무리 투자를 강조해도 고용을 창출할 투자는 기대할 수가 없다. 기계화, 자동화 덕분에 10년 전과 같은 고용창출이 일어나려면 몇 배의 자본이 필요하다.

기업차원의 복지는 공기업에서 대기업까지 수년간 축소일로에 있고, 재정에서 복지예산의 확대는 정치자금의 가장 큰 빨대를 제공하는 토건족, 건설족의 반발로 현실가능성이 없다. 재정확대는 기업도시, 자유무역지대라는 면세지역의 확대 정책과 충돌해 실현될 가능성이 극히 불투명하다. 결국은 자본이 승리했다. 이제는 어지간한 정책으로는 사태를 되돌릴 수 없도록, 아니 그러한 의지를 갖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승리는 완전한 패배를 예고하는 것이다.


2006년을 우리사회를 어떻게 운영할 지를 갖고 각축을 벌이는 해로 만들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옳은 소리, 좋은 소리가 아니라 있는 자유로운 시장에 빌붙어 기생하고 있는 자들을 기겁하게 하고, 대중들이 수긍하고 통쾌하게 여기는 주장과 행동이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던 500만의 대중이 당에게 기대했던 것도 바로 그것이다.

노동자들의 개혁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이윤을 통제하고, 생산된 가치의 공정한 분배를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자본주의적 소유권을 침해할 수 밖에 없다. 진지한 사민주의자들이 임노동기금안이나 연기금안을, 그리고 구조개혁을 주장하며 사회적 소유확대, 혹은 자본주의 소유권의 철폐를 시도했던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설사 대중에게 호응을 받는 개혁정책이라도 소유권의 문제와 연동되지 않고는 실현불가능하고, 정책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토지소유를 사회화하지 않고, 토지, 주택정책이 제대로 설 수 없고, 의료자본을 사회화하지 않고, 무상의료가 불가능하고, 교육자본을 사회화하지 않고는 무상교육은커녕 사학개혁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상식에 속하는 것이다.

결국 소유를 사회화(국유화)하자는 것은 국가문제로 넘어간다. 민중의 절박한 요구를 관철시키고 사회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동자 국가-사회주의-건설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이룰 국가는 노동자의 선진적 부분이자, 전위이며 우리들 자신이 되어야한다는 자각이 모든 투쟁에서 강조되어야 한다. 이러한 자각이 대중적으로 이루어지려면 개혁투쟁의 과제도 투쟁주체를 대중적으로 조직하는 실천속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무상교육투쟁은 세상을 격앙시키고 있는 대학등록금을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천문학적인 대학등록금을 무상화하자는 투쟁주체를 대학에서부터 조직해 들어가야 한다. 학생위원회가 초등주체가 될 것이고, 학생회를 적극적으로 견인해야 할 것이다. 학부모대회를 소집하고, 노동자의 요구로 대학무상화 투쟁에 대한 연대가 호소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요구를 중심으로 자본, 정권과의 각축전을 통해 노동자국가에 대한 불온한 상상력이 배회하도록 해야 한다. 위선적인 자들의 입에 발린 말에 철퇴를 내리는 것은 구체적인 현장에서 구체적인 행동을 조직하는 것이다.


2006년은 권력재편기의 초입이지만 우리사회를 어떻게 운영할 지를 놓고 세상이 들썩이는 해로 기록될 수 있도록, 그리고 시장에 대비되는 사회주의 원리가 대중화되는 해로 기록되도록 하자! 그것은 쩨쩨한 입법활동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절박한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 스스로 나선 투쟁에 있음을 재차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