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의 토지공개념, 정동영의 무상교육, 게다가 홍준표의 아파트 반값까지...

민주노동당원이라면 요즘 신문을 보고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자들인 김근태와 정동영의 입에서 무상교육이니, 토지공개념이니 하는 주장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나라당의 홍준표 마저 아파트 반값을 주장하면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非시장주의적 공약에 대해,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사설에서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린다느니,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다느니 하면서 노골적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왜 신자유주의자들마저도 비시장주의적 정책을 주장하기 시작했겠는가? 닳고 다른 보수정치인 마저 양극화 해소나 민생고 해결은, 신자유주의라는 시장만능주의를 거슬러야만 한다는, 또한 시장에만 맡겨두었을 경우 극심한 민생고 때문에 경제위기가 정치위기화 되고 있다는 객관적인 상황 인식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반응은 이번 최고위원 선거기간중에 모 대표후보의 발언중에 나온 ‘립서비스’라는 단어에 요약되어있다. 다시 말해서 김근태나 정동영, 그리고 홍준표는 선거용 공약일 뿐, 오직 민주노동당만이 진정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립서비스라고 치부해버린다고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대중들이 민주노동당의 무상교육과 토지공개념은 진정성이 있고, 열우당이나 한나라당은 사이비라고 볼 것인가. 오히려 이제 민주노동당의 의제 선점 효과가 종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르주아들의 기만과 민주노동당의 꽁무니 따라가기

그런데 최근 증세냐 VS 감세냐의 논쟁에서 민주노동당은 부유세에 입각한 부자들에 대한 증세 주장을 하였다. 물론 부유세를 통해서 증세를 하는 것은 옳다. 열우당이 간접세를 강화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직접세를 강화하려는 부유세 주장은 조세형평성에 맞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증세냐 VS 감세냐 라는 대립 전선에서, 민주노동당을 열우당과 같은 진영으로 분류하게 할 뿐, 대중들한테 민주노동당의 차별성을 강조해주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왜 민주노동당이 양극화 해소를 위한 증세냐 감세냐 논쟁에서, 여전히 부자 증세라는 주장 딱 거기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서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사고가 분배정의 실현에 있어서 조세 개혁, 다시 말해 좋은 정책을 실현할 재원마련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예산에서 소위 경제개발비로 분류되는 항목이 과도하여, 재정지출규모 3,4위권에 머물러 있는 사회복지예산을 늘리거나, 직접세를 확대하고, 종부세 등 재산보유세를 늘려야 한다는 것은 참여연대를 비롯해서 소위 경제개혁주의자들의 상식에 속하는 문제였다. 무엇을 위한 조세개혁이냐는 문제에서 민주노동당은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들었다. 이것은 큰 발전이다. 하지만 무상교육, 무상의료 실현을 위해서 우리는 자본주의적 소유권, 조중동이 일컫는 민간부문, 혹은 시장의 저항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서 대중을 기만하고 있는 꼴이 되고 있다. 만약 조세를 통한 재원마련이라고 했을 때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바뀐다고 할 만큼 대폭적인 증세가 필요하다. 아니면 재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의료시장, 교육시장을 싹 쓸어버려야 한다. 결국 다음 두 가지의 선택이 남아 있다.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매기는 수준이 아니라, 누진세는 적용하지만 부자 서민 가릴 것 없이 수입 중 세금이 절반이상에 육박하는 스웨덴과 같은 사회. 아니면 생산수단이 사회화 되어 사적 소유가 철폐되어 국가에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무상주택을 제공하는 쿠바와 같은 사회.


정책이 진정성은 시장원리 극복의 의지에서 나온다

보수정치권의 공직후보들이 떠들어대는 입에 바른 말들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심지어 민주노동당의 공약들도 공히 양극화의 원인 분석과 대안 제시에 있어서 총체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명 소득재분배가 필요하다. 그러나 노동유연화를 강화하고, 기업도시와 같이 대자본의 고삐를 풀어 놓은 정책기조가 바꿔지지 않는 한, 세금을 늘리건 사회복지건 다 “나무 위에서 고기 찾기 격이다”. 다시 말해서 신자유주의에 대당하는 총론을 갖추지 않는 한 그것은 모조리 헛소리다.

결국 양극화의 문제도 원인까지 파헤쳐 들어가면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이다. 총론적으로 접근해 들어가 보자. 분배의 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부자에게 세금 조금 더 걷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의료 자본과 교육 자본을 사회화(공공적 소유로 전환) 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영리의료기관들이 병상기준으로만 80%가 넘고, 의사들은 비싼 돈 내고 가족의 힘으로 양성되어 본전이 궁한 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중등교육기관의 50%가 사학이고, 대학교의 90%가 사학이다. 이런 지경에 이윤이 아닌 공공성을 위해서라는 구호를 아무리 외쳐봐야 씨도 안먹히는 일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결혼하면 아파트가 나온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거의 모든 택지가 국유화되었기 때문이다. 정책이 공허한 주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힘이 필요하다. 그것은 소유의 사회화와 민주적 통제이다. 그렇기에 이런 이야기가 싹 빠져있는 민주노동당 역시 무상교육이나 토지공개념에서 진정성이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시장주의에 대한 양심적 반성이 아닌, 시장에 대한 전면적 회의로!

부르주아 정치인들 사이에서 종교처럼 떠받들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반성이 나오는 것은 설날 꿈자리에 조상님이 나타나서 대오각성, 개과천선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자기들이 신주단지 모셨던 사회운영원리가 작동하는데 문제가 있기에 스스로 자신감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머릿속의 문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상속에서 상속으로 이어지는 부르주아 소유권의 정당성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조치에 있어, 일반 대중의 정서와 정권의 행동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부를 수 있다. 현재 노무현 정권은 불법정치자금부터 시작해서 검찰떡값까지 삼성재벌이 문제를 계속 일으키고 있지만 전혀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 삼성은 편법으로 재산을 상속하고도 상속세를 제대로 내지도 않고 있고, 오히려 금산법 등을 위반하면서 무소불위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문제가 되자 삼성은 8천억 기부를 카드로 내면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다. 누가 이런 꼼수에 환영을 보낼 것인가?

8.31 부동산 조치로 토건족들이 아우성을 치지만, 이미 정부의 정책이 신뢰를 잃어버린 지금, 강남 집값은 하루에 1억씩 오르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전 가계의 50%가 부동산가격에 의해 소유자산 순위가 바뀌는 나라에서 이것은 배 아파 미칠 일이다. 문제는 그 50%에도 끼지 못하는 가난한 서민들 눈에서는 피눈물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신익희가 이승만 정권하에서 신음하는 유권자를 향해 던진 말이 “못살겠다 갈아보자”였다. 답변이 궁한 이승만은 “갈아봤자 소용없다”라고 내질렀지만 이건 “사실 답이 없어요”라는 자백이나 마찬가지다. 현실의 민중은 자문자답을 하고 있다. “못살겠다. 뒤집어져야 한다. 그런데 뒤집어지면 뭐 뾰족한 수가 있나?”

그렇다. 세상이 뒤집어져야 한다. 뾰족한 수가 있는 세력이 세상을 엎어야 한다. 상속재벌 삼성 일가에 대한 벌금을 주식으로 받아서 이건희 일가를 날려버리고 기껏해야 외국자본 뒷주머니나 챙겨주는 삼성의 어마어마한 이익을 복지기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대 학비는 나라가 대줄테니, 병원은 모두 공립병원으로 만들고 의사들은 월급쟁이가 되어서 환자치료 열심히 하고 치료비는 사회가 책임지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한해에 고등학교에서 탈락하는 자퇴, 퇴학자가 5만명이나 되는 나라에서 교육을 나라가 책임지지 않고 무슨 수가 있는가? 교육비 때문에 멍드는 나라에서 계속 살고 싶지 않으면, 중이고 신부고 목사고 나라가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데 시비 거는 놈들은 모조리 치도곤을 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놔야 한다. 시시한 사학법 개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기관은 모조리 나라 것으로 만들고 학비는 한 푼도 안 받아야 한다. 자꾸 비정규직 만들어서 임금 따먹기만 한다면 이미 한계기업이거나 경영능력이 없는 기업으로 판단하고 모조리 나라 것으로 만들어서 공기업으로 운영하겠다는 엄포가 있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주장을 하면, 분명히 부르주아들은 “사회주의 하자는 것이냐?”라고 생난리를 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분명하게 말하자. 사회주의가 이 시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동자 민중의 대안이자, 그렇기 때문에 진보의 실체라고. 이 시대, 자본주의 시대에, 인민의 호민관을 자처하는 사회주의자들이라면 그렇게 말해야 한다. 프랑스 혁명 초기에 얼굴이 못생겨서 별명이 개였던 미라보는 귀족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그래 나는 개다. 그러나 구체제를 물어뜯는 개가 될 것이다” 어차피 민주노동당하면 운동권 정당으로 찍히고 별 시답지 않은 말을 해도 좌파세력이라고 손가락질 받는다. 그런 민주노동당은 이제 내놓고 자기 주장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민주노동당뿐만 아니라 이 땅의 사회주의자들은 현장투쟁만 입에 담을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해 으르렁 거려야 한다. 설득이 안 되면 겁이라도 주어야 한다. 그것이 세력화이고,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