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사학법 개정으로 시작된 부르주아 지배분파 사이의 극한 대립이 장기화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사학법 개정에 대해 신입생 배정거부로 저항하던 사학 자본에게는 ‘사학의 국공립화’라는 엄포로, 장외투쟁에 나선 한나라당에게는 국회 일정 강행으로 무력화시키는 등 강공을 펼쳤다. 그러나 비정규직 개악안 처리와 신임장관 인사청문회 등으로 정치적 부담을 느낀 노무현 정권은 서로간의 해석이 분분한 ‘사학법 재개정’ 가능성을 던지며 국회 정상화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개정된 사학법에서 단 한 글자도 못 바꾼다고 발끈했다. 그러나 ‘한 글자도 못 바꾼다’고 한 사학법의 실상은 민주노동당의 입법안에 비해 많은 부분 후퇴한 것이었고, 실제 국회 표결과정에서도 ‘기권’으로 당론을 정할 정도였다. 이 정도면 사학법 재개정은 한나라당이 요구할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제대로 만들자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당당히 밝히는 것이 아니라 입법논리에만 얽매여버린 의회주의의 씁쓸한 단면이다.

현재 사학법 개정의 핵심은 학교법인의 민주적 운영과 부패 방지이다. 그러나 무상교육이 당론인 민주노동당이라면, 사학법 개정을 민주적 운영에 한정짓지 않고 무상교육의 전망을 밝히는 투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립학교의 소유 문제를 적극 제기할 필요가 있다. 알려진 바대로 학교는 사적 자본에 의해 고등학교 50%, 대학교 90%가 장악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유문제를 타파하지 않은 채 단지 부유세와 군축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여 무상교육을 실시하자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된다. 지금 당장 사립대학교들이 등록금을 10%이상 인상한다고 발표되었음에도 이를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결국 무상교육을 위해 어떤 재원을 만들어도 사적자본의 호주머니를 채우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학의 국공립화 요구는 노무현정권이 사학자본에 가하는 공갈협박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이 무상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요구가 되어야 한다.

소유관계의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들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조차도 이미 충분하다. 학교운영에 있어서 사학 자본들이 부담하는 재단전입금이 2%내외 수준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학들이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할 법정부담금조차 납부율이 20% 수준에 그치고 있고, 나머지는 1300여억원이 국고로 대신 충당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학자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공적자금인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음에도, 정작 어떠한 채무관계도 발생하지 않는 희한한 상황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사학 자본들은 노동자계급이 지불하는 교육비로 건물 신축, 토지 매입, 시설 확충 등을 하면서도 이를 사유재산이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계급은 사학자본에 대한 ‘채권’과 ‘재산권’을 행사하며, 사학의 소유와 운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노동자계급은 과다한 교육비 지출에 고통 받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학법 개정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비합리적인 사학 운영을 개선하는 것이자, 부르주아 민주주의체계에서조차 결여된 것에 대한 만회하는 수준이다. 노동자계급의 요구는 이러한 틀 안에 갇혀있어서는 안된다. 사학법 개정을 계기로 불거진 학교의 소유권 논란에서 사학자본의 사유재산이라는 주장은 부정당하고 공공의 재산이라는 인식이 널리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계급은 옹졸하게 개별 사학에서 민주성 주장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사학의 사회화와 사학 차원을 넘어선 국가 차원에서 교육정책 참여와 통제까지를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통 받고 있는 과다한 교육비 지출 문제해결과 무상교육의 전망을 밝힐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