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민주노조운동은 크나큰 시련을 맞이하고 있다. 기름밥 먹고 멸시와 천대를 받던 부조리한 현실을 뚫고 “인간답게 살아보자”며 건설해낸 민주노조. 그런 민주노조가, 노동자들을 갈라놓는 자본의 통제전략에 자신 있게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큰 시련을 맞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도덕적 우월성마저 땅에 떨어져 버린 지금, 그 정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민주노조가 지녀왔던 가치의 상실은 비정규직 투쟁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완전한 무권리와 절대적 빈곤 상태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통스런 삶을 거부하며 투쟁에 나서고 있다. 87년 정규직 노동자들이 걸어왔던 것처럼, 어렵지만 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최근 벌어지는 비정규직의 투쟁에 대하여, 진지한 태도로 함께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거세진 자본의 현장통제와 고용불안 때문에 나 몰라라 하는 일도 적지 않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우월의식에 가득찬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민주노조운동 주체들 사이에서 비정규직 투쟁을 가로막는 행위가 스스럼없이 저질러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원청의 불법적 파견근로 행위를 진성도급으로 합의해준 행위, 사측의 구사대로 돌변하여 시설노동자의 요구를 처참히 짓밟은 행위, 악몽같은 열사규정 논란을 촉발시키고 비정규직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 이 모든 게 ‘민주’의 외피를 둘러쓴 채 저질러졌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노동자계급의 단결’이라는 민주노조운동의 전통을 되살려 나가야 한다. 그것이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망라하는 민주노조운동이 갖춰야 할 최고의 가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 속에 도사리고 있는 노동자계급의 분열을 극복하고 하나로 뭉쳐 나서야 한다.

이에, 우리는 시대적 요구를 부여안고 민주노조운동이 새로 거듭나게 할 것을 결의하며, “제2의 민주노조 일만인 선언”에 나선다.

하나. 우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지 않고 비정규직 투쟁에 스스로 당당히 나설 것이며, 비정규직 투쟁을 가로막는 어떠한 행위에도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선언하다.

하나. ‘노동자계급의 단결’의 정신에 입각한 실천이 비정규직과 정규직운동 주체들 모두에게 적용되도록 하고, 그것이 제2의 민주노조임을 선언한다.

하나. 열사 부정, 부패와 비리로 얼룩지고 있는 노동조합운동이 자정능력을 회복하는 민주노조운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선언한다.


정규직, 비정규직 하나되는
제2의 민주노조 일만인 선언 참가자 일동
(홈페이지. www.newnoj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