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반신자유주의-진보대연합은 참패했다

이번 7.28 재보궐선거 역시 지난 6.2 지방선거처럼,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반MB-민주대연합에 충실했고, 사회당이 이번에는 진보신당을 대신해서 반신자유주의-진보대연합을 주장했다. 물론 반MB-민주대연합은 말 그대로 MB를 비롯한 한나라당이라는 집권 자본가 계급 분파에 반대하기위해서, 결국 민주당이라는 야당 자본가 계급 분파의 2중대가 되는 것이라 더 이상 비판할 가치조차 없다. 무엇보다도 지난 10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부정하는 것이니 말이다.

문제는 반신자유주의를 그 정치적 내용으로 하는 진보대연합이다. 반신자유주의-진보대연합은 6.2 지방선거에 이어 또다시 참패했다. 이번 7.28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은평(을)에서 금민 사회당 후보(반신자유주의-진보대연합 후보)는 0.5% 득표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진영 내에서는 6.2 지방선거 전후로 반MB-민주대연합에 대한 비판은 거센데 반해, 정작 반신자유주의-진보대연합의 참패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반MB-민주대연합에 대한 거센 비판은 반신자유주의-진보대연합의 참패에 대한 책임전가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반MB-민주대연합은 그 참패와 전혀 무관하다. 왜냐하면 진보대연합 후보가 참패한 이유는, 급진적 노동자 정치로서 반신자유주의가 더 이상 노동자 계급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2. 신자유주의 반대가 과연 지금 급진적 노동자 정치의 기치인가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1970년대 이후 현대자본주의에 장기적 구조불황이 도래하자, 자본가 계급이 저하된 이윤율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노동자 계급에 대한 착취를 강화한 공세였다. 한국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본격적으로 실시하였다. 지금 사회적 문제가 되고있는 비정규직 같은 노동유연화에서부터 한미FTA와 같은 개방이 바로 그 결과이다.

그런데 1998년 당시 자본가 정권은 폭력적으로 이 땅에 신자유주의를 관철시켰고, 노동자 계급은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성과를 방어하는데에도 급급했다. 특히 자본가 계급 뿐만 아니라, 예기치못한 공황 발발에 따라 쁘띠부르주아 계급이나 시민운동은 경제위기이니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노동자 계급에 대한 대규모 정리해고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10여년 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광풍이 몰아닥칠 당시, 반신자유주의는 노동자 계급에게 매우 정세적이고도 정치적인 기치였다.

하지만 2010년인 지금 반신자유주의는 결코 급진적 노동자 정치의 내용이 아니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자본가 계급마저도 신자유주의에 종언을 고하고 있다. 아니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 이후 대안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2007년 대선에서 문국현이라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자본가 정치인의 등장은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신자유주의 정권 10년에 대한 자본가 계급 내부의 문제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급진적 노동자 정치의 기치는 무엇인가. 이미 정당성을 상실한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구조불황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고도로 발전해서 오히려 노동자 계급과 민중의 인간다운 삶에 방해가 되는, 자본주의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다. 지금 반신자유주의는 오히려 노동자 계급에게 수세적일 뿐이다.


3. ‘반신자유주의’의 오류 : 진보대연합이라는 정치공학

사실 신자유주의를 반대한다는 것은 정확하게 자본주의를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한 유형인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반대는 자본가 계급과 분명하게 반대 전선을 치는 기치가 아니다. 오히려 반신자유주의 전선에 동참하는 세력은 매우 광범위하다. 사회주의 세력, 반자본주의 세력 뿐만 아니라 케인즈주의 세력, 사민주의 세력, 더 나아가 비신자유주의적인 자본가 계급을 비롯한 자유주의 세력도 반신자유주의 전선에 얼마든지 동참할 수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반대 전선을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더 분명해진다. 관성적으로 10년 넘도록 ‘반신자유주의’라는 구호만 주구장창 외칠 것이 아니라, 반신자유주의 전선이 구체적인 정치연합으로 어떻게 드러났는지 최근 몇 년을 보면 그 오류가 눈에 보인다.

실제 2007년 대선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가 언론지상에 떠오르기도 했고, 권영길 후보가 직접 가치연정 내지 정책연대를 제안한 바 있다. 이번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도 심상정 후보의 경우,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를 지지하며 중도사퇴한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친노세력까지도 진보대연합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7.28 재보궐 선거에서도 임종인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금민 사회당 후보를 반신자유주의-진보대연합 후보로 추대하는 초동주체였다. 반MB-민주대연합에 충실한 민주노동당도 공식 입장은 신자유주의 반대요, 진보정치 대통합임을 기억하자.
이상은 반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무기력한 기치이자 정치연합에 있어서 외연이 넓은지를 보여주는 예들이다.


4. 사회주의정당건설이라는 노동자 계급의 역사적 과제를 회피하지 말라!

반신자유주의는 진보대연합이라는 정치공학으로 귀결될 뿐이다. 그런데 반자본주의가 아닌 반신자유주의로는 진보정당운동이 왜 망했는지, 노동자 정치세력화 10년이 왜 실패로 끝났는지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불가능하며, 그 어떠한 교훈도 도출해 낼 수가 없다. 그래서 6.2 지방선거에서도, 7.28 재보궐선거에서도, 반신자유주의-진보대연합 후보의 참패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물론 사회주의정당건설이라는 노동자 계급의 역사적 과제 역시 회피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반신자유주의-진보대연합에 기웃거리고 있는 현장파, 반자본주의 세력, 사회주의 세력들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민족주의나 사민주의 세력들이 반신자유주의 기치 하에 진보대연합을 주장하는 것은 자기 노선에 충실하니 만큼 문제될 게 없다. 정작 문제는 현장파, 반자본주의 세력, 사회주의 세력들이 반신자유주의-진보대연합을 핑계삼아, 노동자 계급의 당면 과제인 반자본주의-사회주의정당건설을 실천적으로 부정한다는 것이다.

이제 ‘反신자유주의’ 타령은 그만두자!


→ 진보대연합이 민주대연합의 대안이었을까
→ ‘진보(대)연합’ - 역사적 평가가 부재한 정치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