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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멸의 길로 가고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2010/03/09 ㅣ 배은지

사기성 짙은 야5당 선거연합

민주노동당은 민주대연합을, 진보신당은 진보대연합을 이야기했지만 그들이 내세운 민주와 진보는 노동자민중과도 진보와도 별다른 관련이 없었다.

민주노동당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민주당이 주장해오던 민주-반민주 구도에 그대로 동조해 버렸다. 실제로 민주노동당이 내세우는 민주대연합의 내용은 이명박 정권이 파괴한 민주주의를 되찾자는 수준으로 민주당의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다. 되찾고자 하는 민주주의가 10년 전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한미 FTA를 추진하던 민주당이 수권하던 시절의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해명도 없다.

한편 진보신당은 대안 없는 연대는 안 된다며 '진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한 진보대연합을 하자고 주장했다. 진보신당의 진보는 10년간의 민주당 정권의 핵심 내용이었던 신자유주의 반대로 요약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현 사회의 근본 모순이 자본주의 그 자체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대안이 될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반성 없는 민주당 중심의 야5당 선거연합에 합류하며, 제대로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올바른 진보의 내용을 내세우지도 못했을 뿐더러 정작 그 진정성도 없었던 것이다. 선거연합이 성사된 이후, 진보신당은 민주당과 후보선출의 기준만을 논하고 있다. 이렇게 진보 양당은 선거공학 및 부르주아 정당과의 연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의석수에 휘둘리며 노동자민중을 위한다는 기만적 행보를 택했다.

노동자정당들의 탈 노동계급화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정당의 탄생은 노동자계급이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이뤄낸 역사적 결실이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표방하는 노동자정당 운동은 몇 차례 노동자민중의 심판을 받았다. 울산 북구에서 비정규직 양산하는 민주노동당을 몰아내자던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배한 일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배신감이 오래된 것임을 보여준다. 이때부터 이미 노동자정당 운동은 내리막길을 타고 있었다. 한국노총에 사과하고 친 중소기업 정당을 표방하며 대선후보로 나섰다가 참패한 민주노동당은 물론이고, 그로부터 떨어져 나온 진보신당 역시 분당의 순간까지도 민주노동당이 노동계급정당으로서의 성격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비판하거나 반성하지 않은 채, 명망가 정당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심판에 아랑곳없이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은 우경화의 길을 반복했다. 자본주의가 위기를 겪은 최근 1-2년 사이에 두 정당 모두 노동자민중의 삶을 파탄 내는 자본주의를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하기보단 문국현 류의 착한 자본주의를 지향하며 입법 개혁을 위한 의회전술에 목을 맸다. 자연스레 노동자민중의 대중투쟁을 선도하는 역할은 방기했다. 더 나아가 이들은 그간 운동의 실패가 탈 노동계급화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명백한 사실을 외면하고 도리어 사회연대전략을 내밀어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축소, 둔화시켰다. 결과적으로 노동계급은 투쟁의 시기 당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대오를 형성하지도 못한 채 자본의 공세에 밀려 몇 번의 패배를 겪었다. 이렇게 계급 역관계가 자본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두 당은 부르주아 정당과의 선거연합에 골몰하며 쁘띠 부르주아적 성격을 강화해 나갔다.

자본가 정부가 될 지방연립정부

이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야5당 선거연합을 했을 때 벌어질 결과는 뻔하다. 연합 합의문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후보 선출과 단일화를 위한 방안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소위 ‘가치연대’에 대해선 한 줄로 언급되었을 뿐이다. 야5당이 동의한 것은 반MB에 대한 것뿐이고 민주노동당은 다른 이슈 때문에 연합이 깨지면 안 된다는 수세적 입장이므로 진보신당의 반MB를 넘어선 ‘가치연대’는 요원할 것이다. 게다가 진보신당의 ‘가치’인 반신자유주의는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자본가들이 신자유주의를 수정해야 한다며 선수를 쳤을 만큼 노동자민중의 대안과는 거리가 멀다. 신자유주의를 극복해서 도달하려고 하는 지점은 여전히 계급착취가 존재하는 수정된 자본주의일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야5당의 지방연립정부는 또 다른 부르주아 정부를 세우는데 두 노동자, 진보정당이 몸 대주기를 하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지난 10년 노동자 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와 임무를 오염시켰을 뿐 아니라, 급기야 노동자 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자체를 부정하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참패가 예상되는 2010 선거연합

2010년 두 노동자정당은 마땅히 자본주의의 모순을 폭로하고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노동자민중을 조직할 전망을 냈어야만 했다. 그것이 지속적으로 자본주의를 수정하고 유지하려는 자본가계급의 공세 속에서 노동자민중이 가져야 하는 새로운 대안이며 가치이다. 하지만 두 정당은 노동자 계급 정치세력화의 역사적 의미를 스스로 버리고 부르주아 정당에 백기 투항한 채 그들의 정부를 건설하는데 일조하려 하고 있다.

진보하지 않는 모든 것은 퇴보한다. 하물며 스스로 퇴보하는 자들에게 남은 것은 사멸일 뿐이다. 역사적 교훈을 되돌아보지 못하고, 앞으로의 역사적 과제를 받아 안지 못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2010년 선거연합을 계기로 확고하게 부르주아 정당의 2중대로 자리 잡으며 노동자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탈각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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