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불법을 일삼으며 건설한 삼성공화국이 흔들리고 있다. 원래 사기꾼이 자신이 즐겨 사용하던 수법에 스스로가 당하면 더 억울한 법, 삼성은 사태의 본질을 불법 도청으로 몰고 가 피해자로 동정을 받고 싶은 모양이다. 이를 위해 정권과 자본가, 언론 등 지배계급들이 한통속이 되어 민주주의와 인권을 들먹이며 불법도청 문제가 본질이라며, 삼성과 이건희 일당의 검은 커넥션을 가리려 하고 있다. 삼성SDI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하려고 한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에 대한 핸드폰 위치추적으로 불법감시를 일삼은 자들이 피해자를 자처한다 말인가! 결국 이러한 기만적인 위선은 자승자박이 되어 스스로의 목을 겨눌 것이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자본가계급의 감시는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정권과의 협력 아래 확대되어 왔다. 노동자 착취로 연명하는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노동자계급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과정과 그 궤를 함께해왔다. 작업장 내에서 관리자의 시각적 근거를 통해서만 감시와 통제를 하던 시절은 일찌감치 종말을 고했다. 생산과정과 방식을 변화시켜 노동자 통제를 용이하게 하는가 하면, 감시기술 자체를 적극적으로 생산현장에 도입해갔다. 오늘날 자본가계급은 다양한 첨단기술을 통해 노동자의 작업성과만이 아니라 일상행동, 의식, 태도 등 모든 것을 수치화하여 축적, 이용하기까지에 이르렀다.

2003년 7월, <노동자감시근절연대모임>의 발표에 따르면 조사사업장(207개)의 89.9%가 감시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감시방법도 CCTV 설치, 전화 송수신 내역조회, 인터넷 사용 및 하드디스크 감시, 전자신분증 사용 등 이중삼중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도입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본가들은 주로 효율성 제고를 위한 생산과정 모니터링을 위한 것이라 하지만, 생산과정과 관계없는 장소에까지 설치되고 있는 감시 장비와 자료수집 정도는 노동자 감시의 목적 외에는 달리 설명할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자본가계급은 보다 발전된 형태의 감시기술들을 개발, 도입하면서 활용범위도 넓혀가고 있다. 노동자의 현재위치는 물론이고 하루의 동선까지 확인할 수 있는 위치추적시스템, 감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종합하는 시스템(ERP :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까지 도입하여 노동자를 쥐어짜는데 여념이 없다. 삼성SDI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더 이상 노동자 감시는 작업장에서 노동규율 확립을 통한 착취의 강화에만 한정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작업장을 벗어나 노동자의 일상까지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면서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투쟁을 원천봉쇄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자계급에 대한 감시는 자본가계급의 단독범행인가? 정권은 이를 묵인하는 차원을 넘어 장려까지 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SDI의 불법 위치추척에 대한 수사는 슬그머니 중단하더니, 오히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구속한 바 있다. 나아가 노동자 감시를 대대적으로 벌인 자본에게 상을 내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작년 노동부는 신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 수상기업으로 KT를 선정했다. 그러나 KT는 2003년 5500여명의 노동자를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고 하는 과정에서, 이를 거부한 노동자와 노조활동가들에게 미행과 감시를 일삼은 기업이다. KT는 노동자 퇴출 목적을 명시한 ‘상품판매팀’을 만들어 정리해고를 거부한 노동자들을 전보시켰다. 이후 이들 노동자에 대한 일상적인 미행과 감시를 벌였고, 그 결과 노동자들에게 정신질환이 생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정권은 KT에게 신노사문화대상과 함께 정기근로감독 면제라는 선물까지 안겨주었다.

얼마 전 사측의 과도한 감시로 인해 <하이텍알씨디코리아노조> 조합원 전원에게 정신질환이 발병한 사례가 있었다. 정권은 이들의 산재신청을 불승인하며 또다시 자본가의 노동자 감시를 옹호하고 나섰다. 노동자 감시는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투쟁을 원천봉쇄하면서 이미 조직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무장해제 시키는 데까지 와있다. 이는 감시와 통제가 아니고서는 유지될 수 없는 자본주의의 발악이기도 하다. 이제 광란의 자본주의를 걷어내기 위해 노동자계급이 자본가들을 감시하고 통제해나가야 한다. 경영 및 생산과정 전반의 감시와 통제를 전면에 내걸고 투쟁하면서, 감시의 칼날을 자본가계급에게 되돌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