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연립정부를 꺼내게 된 바탕에는 수세적 정국을 공세로 전환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뒤흔들어서 정국을 재편하고 앞으로 선거승리의 노림수가 숨어있다. 연립정부 구성을 제안, 화두를 전환함으로써, 실정을 은폐하고, 그 실정의 원인을 마치 여소야대정국 때문인 것처럼 책임전가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나라당의 정국 비판의 명분을 약화시켜 수세로 몰고, 민주노동당 내를 흔들고 분열시켜서 일부를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이고, 무엇보다도 민주당의 지역적 근거를 흔들어서 중장기적 합당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노무현의 속셈을 간파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즉각 그 숨은 의도를 폭로하며, 연립정부 구성안을 거부하였는데, 정작 진보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의 상층인 의원들과 최고위원회가 흔들리고 있다.

노무현의 연정제안은 대연정과 소연정 양수겹장을 제시하고 있다. 즉 한나라당과의 개혁보수 대 수구보수 연정을 제안하는 한편으로 민주당, 민주노동당과 보수 대 보수, 또는 (개혁)보수 대 진보 연정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노무현은 수구에서 진보까지 어느쪽과도 연정이 가능하다고 함으로써, 그가 제안하는 연정이란 지향하는 방향성도 없이 오로지 정권안정과 집권을 위한 야합의 수단일 뿐임을 말해주고 있다.

노무현의 연정구성 제안은 마침내 선거구제 개편으로 귀착되고 있다. 그러나 전국에서 상대적으로 고른 지지기반을 가진 열우당에 비해서 특정 지역에 편중된 지지기반을 가진 한나라당이 중대선거구제에 동의할 가능성은 없다. 민주당 역시 열우당과의 합당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중대선거구제에 동의할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선거구제 변경 역시 초점은 민주노동당으로 쏠리게 된다. 민주노동당은 이 점에서 무원칙한 야합을 단호히 거부하여야 할 것이다.


연정구성 제안은 노무현의 현 정국에 대한 깊숙한 위기감에서 온 것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로부터 충청도 수도이전 위헌판결을 받은 것을 시초로 해서 4대개혁 입법의 실패, 교육정책 실패, 부동산 값 폭등, 경제침체, 남북문제의 교착상태와 북미 대결위기의 고조, 비정규직개악입법 강행으로 인한 노동계와의 전면 대립 등 상황은 계속 악화되어 왔다. 그리하여 05년 4월 재보선에서 열우당은 전멸하였다.

02년 12월 대선에서 광범위한 서민대중의 정치, 사회적 개혁의 열망을 엎고 당선된 노무현정권은 취임 이후 역시 대중의 개혁열망을 빠른 시간내에 배반하였다. 노무현정권 시기에 이루어진 긍정적 조치는 권력의 분산과 정치부패의 감소였다. 그것 역시 거대한 대중정치의 흐름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것이었다. 당과 정부, 각종 권력기관의 권력남용은 김대중정권시절부터 타격을 받았고, 정치부패 척결 역시 김대중정권에서 두 아들과 핵심 권력자인 권노갑과 무수한 게이트에 연루된 정치, 경제, 검찰, 국정원 권력자들의 철창행이 한 걸음 더 진전된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한나라당 1/10부패론처럼, 부패는 정도의 문제였을 뿐, 노무현 역시, 부패한 구 정치인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집권 2년만에 노무현의 핵심 참모들은 시베리아유전게이트니 행담도게이트니 권력남용과 부패의 고리에 깊숙이 얽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03년 민주노총은 노무현의 노동탄압정책과 노동운동에 대한 비난과 책임전가에 대해서 <선무당이 노동자 잡는다>고 질책하였다. 노동운동 주변에서 기웃거리며 운동물 좀 먹은 것 가지고 마치 노동운동을 아는 것처럼 행동하고, 도리어 노동운동을 향해서 일갈하고 정부여당의 실정을 노동운동에 뒤집어씌우는 노무현의 행위를 일컬어 한 말이었다. 노무현 자신 대선 시기 노동자, 서민을 위할 것처럼 하면서 수많은 노동자, 서민을 속이고서는 권력을 쥔 이후 철저히 자본을 위한 신자유주의적 입장에 서서 행동하고 정책을 취하였다. 근본적으로 그에게는 진정한 개혁을 위한 철학과 신념이 결여되어 있다.

노무현 주변의 참모들 역시 마찬가지다. 운동권의 주변머리에서 돌던 사람들로서, 운동을 제대로 배우고 익히지도 못하고, 운동의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있지도 못한 사람들이 마치 운동권 출신으로, 개혁의 전도사인양 행세하다가 이내 침몰하고 만다. 권력의 중심부로 진입, 권력을 행사하게 되고, 권력 주변에 어른거리는 손쉬운 금력의 유혹에 쉽게 빠져 들어 부패하게 된다. 03년 부패게이트에 벌써 노무현의 왼팔 안희정, 자금줄 역할을 해 왔던 이기명 등이 말려들고, 시베리아유전게이트에 노무현 오른팔 이광재 등이 다시 말려들고, 행담도 의혹에 측근들이 말려들고 있다. 김대중정권시절 수십년 야당생활로 돈에 굶주려 왔던 김대중 주변 인물들이 권력을 잡자 똥에 똥파리 몰려들듯이, 권력주변에 널려 있는 황금더미에 허겁지겁 달려들어 포식하면서 부패해갔던 것과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노무현 취임초 재임기간 연 평균 7%를 달성하겠다던 연 경제성장율은 임기 4년간 잠재성장율에도 못미치는 3-4%에 머물고 있다. 1백만 실업, 빈부격차 심화, 400만 신용불량자, 500만 빈민 양산과 820만에 이르는 비정규직은 수요를 극도로 위축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노무현정권은 다시 전 노동자를 비정규직화시킬 개악입법을 강행하려 하면서, 비정규직 만연 책임을 정규직에 전가하며 정규직 임금조차 억압하고 있다. <선무당이 백성(서민)을 잡고 있다>.


노무현은 7월 27일 다시 연립정부구성을 주장하였다. 마치 야당들과 전 국민이 싫다고 해도, 못된 짓을 하다가 들킨 버릇나쁜 어린아이 난장부리듯이 고집스럽게 계속 연정을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정권마저 넘기겠다고 나오고 있다. 부르죠아권력이라는 것이 손안에 든 사탕처럼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자의적으로 처분해도 좋은 하나의 소유물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무현은 권력을 갖고 계속 장난하지 말고 권력을 감당하기 힘들거든 차라리 사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