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에 이은 연정소동 - 노무현의 상투적인 위기모면 수법

4.30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완패하고 열린우리당과 노무현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2003년 하반기와 같이 다시 바닥을 치자 노무현은 과거 재신임소동때와 똑같은 술책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이미 재신임소동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았던 노무현은 연정, 선거법개정, 개헌을 들고 나와 자신의 실정을 호도하고, 쟁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환함으로써 정세의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술책이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이미 노무현의 실정은 만회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진행되어 있는 상태이다. 노무현의 실정은 시베리아유전게이트, 행담도 사건 등 측근비리도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실정은, 노무현의 집권 이후 경제파탄과 민생파탄이 급속한 속도로 악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해결의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4.30재보선에서 집권여당이 전체선거구에서 전패를 한 것은 이러한 노무현정권에 대한 엄중한 경고였다. 현시점은 노무현이 연정, 개헌 운운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남은 임기동안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과 정책을 갖고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노무현의 습관적인 책임회피, 사기기질
- 왜 노무현은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의 공언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가?

노무현이 작년 하반기 이후 재벌과 자본가언론과 함께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기로 공언하고 연초 기자회견에서 경제회복을 정권의 제1과제로 설정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면 노무현, 재벌, 언론모두는 연초 기자회견 이후 일제히 경기지표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주장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수개월에 걸쳐 반복하였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기회복을 나타낸다는 경기지표를 다투어 발표하고 자본가언론들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노무현정권의 경기회복주장에 동조하는 주장들을 내놓았다(한겨레 신문 2월14일자 논설실장 기사 “체감경기는 여전히 바닥이지만 최근 들어 곳곳에서 좋은 조짐들이 보인다. ... 수출도 호조세요, 환율도 안정세다. 백화점과 할인점의 설 대목 매출이 10~30%씩 늘었다. 바야흐로 내수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이러한 전반적 분위기속에서 노무현은 4월 16일에 한국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었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중앙일보 4월 16일자 보도에 의하면 터어키를 방문중인 노무현은 “ ‘2003년에 외환위기의 후유증이 남아서 또한번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이제 다 극복됐다’면서 ‘물가든 외환이든, 경제성장률이든 실업률이든, 모든 측면에 있어 한국경제는 완전히 회복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무현의 발언이 재보선을 앞두고 이루어진 현실에 대한 자화자찬식 왜곡이었음은 곧바로 밝혀지기 시작하였다. 이 시점에 이르러 ‘영악한’ 자본가언론들이 연초와는 달리 언제 그랬냐는 듯이 경기회복론주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할 정도로 경제가 실제로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져있었다. 이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노무현정권의 경제부총리 한덕수였다. 한덕수는 올해 정부가 목표로 했던 5% 성장률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하고 ‘일본식 장기불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 시작하였다. 한덕수가 이러한 비관적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4월에 발표된 정부와 한국은행의 경제지표자체가 경제회복론에 찬물을 끼얹어 버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의하면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었으며 한국은행의 ‘국제수지동향’에 의하면 4월 경상수지가 9억1,000만달러 적자로 2003년 4월의 2억1,000만달러 적자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노무현의 근거없는 호언과 희망섞인 과장과 달리 한국경제는 구조적인 내수부진과 미달러화 약세에 따른 수출부진으로 구조적인 불황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촛불화재 여중생사망사건으로 상징되듯 노동자민중의 생활은 파탄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덕수의 발언은, 사실상 이 정권이 민생파탄을 해결할 수 없으며 앞으로 노동자민중이 더욱더 가중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과 같으며 이는 다시 노무현이 현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실제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며 헛된 공언과 기만으로 민중에게 더욱더 깊은 절망을 안겨준 자가 선택해야 할 태도이다.


한국 경제가 소비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 - 노동자계급에 대한 자본주의적 착취강화와 빈부격차의 확대

한국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주된 이유가 내수부진에 있음은 경제관료, 부르주아경제학자, 언론, 경제연구소 모두가 이의 없이 인정하고 있다. 소비부진은 좀처럼 극복되지 않고 국내투자는 넘처나는 부동자금에도 불구하고 부진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부르주아세력은 내수부진의 근본적인 이유가 노동자계급의 착취강화와 빈부격차의 확대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정반대로 노무현의 ‘분배위주’ 경제정책이 경기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거짓말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거짓말이 부끄러움없이 횡행하는 분위기속에서 이 거짓말의 뻔뻔스러움을 논박의 여지없이 입증해주는 보고서가 최근에 발표되었다. 산업연구원의 보고서 ?소비부진의 구조적 원인-소득양극화 및 분배구조변화와 소비성향의 하락?(강두용)이 바로 그것이다. 이 보고서는 통계청과 한국은행자료를 사용하여 현재의 소비부진의 근본원인이 소득분배구조의 악화에 있음을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의 요지는 ‘소비부진의 근본원인은, 소득격차가 확대되어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저소득계층의 소득비중이 축소되어 그것이 전체적인 소비성향을 하락시킨 데에 있다. 그 결과 2004년 소비성향은 1990년대 평균에 비해 13%나 하락하였다. 종종 현재의 소비침체의 배경으로 간주되는 2001,2년경 가계신용확대에 따른 소비과열의 후유증은 표면적 원인일 뿐 소비부진의 근본적 원인은 아니다. 2002년경의 소비성향은 1990년대 평균에도 못미친다는 점에서 이 시기의 소비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비과열이라 보기도 어렵다’다는 것이다. 또한 이 보고서는 소득격차의 확대의 근본원인이 IMF사태이후의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의 확대, 노동소득분배율의 감소에 있음도 분명히하고 있다.

이는 보다 엄밀한 과학적 용어로 다시 표현하면 , IMF사태이후 진행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노동자계급에 대한 자본주의적 착취의 강화, 이에 따른 소득분배구조의 악화가 현재의 소비부진, 나아가 경제침체의 근본원인임을 의미한다. 이는, 다시 현재의 자본가들의 공세와 노무현의 경제정책이 계속되는 한 한국경제는 현재의 위기로부터 결코 헤어날 수 없다는 것과 노동자, 민중의 민생파탄과 고통은 더욱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부진과 강남주택가격 폭등의 기본원인
- 이윤을 확보하지 못하는 과잉자본의 축적과 투기

내수부진의 또다른 원인 투자부진 역시 그 근본원인은 소비부진과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의 강화에 있다. 자본가들은 한국노동자계급의 고임금이 투자부진의 주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철저히 자본가계급의 이해에 기초한 뻔뻔한 주장일 뿐이다. 현재 국내투자가 부진한 것은 노동자, 민중의 소득비중감소로 국내 판매시장이 위축되고 이런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물건을 만들어보았자 제대로 팔리지 않아 이윤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투자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자본가들은 수익으로 추가확보된 자본을 주로 부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하고 있고 400조에 이르는 막대한 부동자금은 곳곳을 휘저으며 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경제가 침체된 조건에서 강남지역에서 아파트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부동자금에 의한 투기현상이다. 이 부동자금은 강남지역 아파트가격이 진정되면 다른 투기대상으로 장소를 옮겨 새롭게 투기를 야기할 것이다. 노무현의 기업도시, 혁신도시, 행정복합도시는 새로운 투기의 좋은 온상이 되고 있다.


노무현정권아래서는 탈출구가 없다.

7월 7일 노무현은 언론인간담회자리에서 경제에 큰 문제가 없으며 앞으로 잘될 것이라고 발언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노무현정권아래에서 경제문제가 해결되고 노동자, 민중의 고통이 완화될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노무현은 전임 김대중에 이어 자신이 강행강화하고 있는 신자유주의공세가 현재의 경제위기의 주범이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양산해냄으로써 노동자계급의 소득을 큰 폭으로 축소시킨 것이 소비부진을 가져오고 그것이 다시 투자부진을 가져오는 현실의 악순환구조에 대해서 노무현은 초보적인 인식조차 결여하고 있다. 노무현은 자기스스로가 자기가 서있는 발판을 붕괴시키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그 발판을 붕괴시키는 데 열심일 뿐이다. 이 점에서 노무현은 자신이 대변하는 자본가계급전체와 함께 치매에 걸려있다.


반자본주의투쟁을 강화하자!

내수부진을 극복해야 한다, 투기를 막고 생산적 투자로 부동자금을 유도해야 한다, 현재처럼가면 1000만명이 폭동에 나설 것이다, 등등 자본가들은 온갖 말들을 연일 내뱉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정반대로 비정규직을 양산해내면서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왜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가? 이 질문에는 간단하게 답변할 수 있다. 자본가계급의 이해가 이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 보고서의 저자와 같은 ‘양식있는’ 자본측 연구자는 자본가계급에게는 극소수일 뿐만 아니라 자본가계급에게는 이단일 뿐이다.

분명하게 말하자!

자본가들은 현재의 경제위기와 민생파탄을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노동자, 민중이 현재의 고통에서 탈출하는 길은 현재의 고통을 초래하는 자본가계급에게 반대하여 자본주의를 공격하는 것외에는 없다는 것을. 최소한의 생존권 확보조차 반자본주의투쟁의 강화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노무현에게도 분명하게 말하자!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이 입증된 마당에 우리는 당신이 계속 대통령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하등의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 당신의 연정소동과 같은 헛소리를 더 이상 듣고 있기에는 우리는 삶의 고통속에서 인내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문제해결능력이 없으면 조용히 물러나주는 것이 그나마 당신이 우리에게 해줄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