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간의 공방이 격화될 때마다 진보세력내에서는 매우 기이한 현상이 반복되곤 한다. 그 하나는 미국에 대한 비판과 공격에 못지 않게 북한을 비판하는 양비론이고 다른 또 하나는 북한에 대한 비판은 일절하지 않은 채 북한의 주장과 거의 동일한 주장을 반복하는 태도이다.
전자는 현재의 위기의 본질을 올바로 규정하지 못하고 북한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당면과제에 그대로 투사하는 오류이다. 북한에 대한 비판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보다 철저해질 필요가 있다. 북한은 수령중심의 유일체제로서 민중은 사회의 주인이 아니라 지배와 억압의 대상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북한사회에 대해서 진보세력, 특히 사회주의세력은 진보적,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철저히 비판해야 한다. 이러한 비판이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에서 미국을 이롭게 한다거나 현실을 무시한 태도라는 주장은 북한사회의 지도부를 옹호하거나 북한사회의 잘못된 현실에 눈감는 것으로 진보세력과 사회주의세력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태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을 당면과제에 투사하여 북한과 미국에 대해서 양비론적 태도를 취하고 현재의 위기의 본질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제국주의적 적대정책에 있음을 불명확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친제국주의적 관점에 빠져드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이라는 당면과제는 명백히 사회주의적 과제가 아니라 최소강령적 과제이다. 이 과제는 사회주의적 과제로 환원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양비론은 이 문제를 혼동함으로써 당면과제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반제반전투쟁에 대해 관조적인 입장에 빠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비판을 일절하지 않은 채 북한의 주장과 거의 동일한 주장을 반복하는 후자의 태도는 사실상 북한체제에 대한 변호론이다. 이 태도는 북한지도부의 입장에 선 태도이며 북한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의식적으로 침묵하는 반진보적, 반사회주의적 태도이다. 이러한 태도는 남한 민중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제국주의와 수구세력의 인권공세에 수세적인 입장을 벗어날 수 없다.
남한의 진보세력, 사회주의세력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제국주의적 적대시정책에 의해 초래되고 있는 한반도에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국주의세력과 적극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그리고 이 투쟁의 성과로 한반도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남한의 진보세력, 사회주의세력은 이러한 당면과제의 실천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동시에 남한의 진보세력, 사회주의세력은 한시도 북한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을 뒷전으로 밀어내지 않고 북한사회를 진보적,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비판해야 한다. 남한의 진보세력, 사회주의세력은 현실사회주의의 붕괴이전에 현실사회주의의 문제점에 침묵하고 이를 옹호한 서구의 공산당과 같은 전철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궁극적 과제에 대해 남한의 진보세력, 사회주의세력은 이를 숨기지 않아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사회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당면과제를 위한 투쟁과 궁극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은 변증법적으로 통일되어야 한다. 이 과제 어느 것하나라도 소홀히 하거나 이를 혼동하여 과제를 불명확하게 하는 것은 진보적, 사회주의적 세력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