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실시


1) 무상의료, 무상교육 주장이 가져온 반향

민주노동당이 창당 이후 제기한 주장 중에서 가장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것은 ‘무상의료, 무상교육실시와 부유세신설’이었다. 이 주장을 통해 민주노동당은 대중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기 시작하였으며 사회전체에 사실상 처음으로 ‘사회적 화두’를 던질 수 있게 되었다.

민주노동당의 ‘무상의료, 무상교육실시와 부유세 신설’ 주장은 실제로 그 내용으로 들어가면 내용이 풍부하다거나 정책체계가 정교하다거나 하는 장점을 갖고 있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이 이 주장이 한 역할이 축소평가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이 주장은 그 내용의 풍부성과 체계성에서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인간 삶의 기본적 조건이 되는 의료와 교육을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 ‘한국사회는 이 문제를 방치, 회피하고 있다는 것’, ‘보수수구정치세력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사회적 논란의 주제로 만들어 내었다.

이 주장이 적극적인 사회적 반향을 가져온 것은 그 만큼 사회내부에 ‘의료와 교육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민중의 요구가 잠재해 있었고 이 요구가 오랫동안 억압되어왔기 때문이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실시와 부유세 신설’주장은 이 잠재적 욕구를 사회의 표면으로 나오게 만들고 민중들이 새로운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만들었다.


2)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올바로 제기하는 방식

한국사회에서 의료와 교육을 사회가 책임지는 정도, 의료와 교육의 공공성의 수준은 OECD국가 중 공공성의 수준이 하위에 있는 미국과 비교하여도 매우 낮다. 이러한 조건에서 노무현정권과 자본가들은 민간의료보험의 확대 등을 통해 매우 낮은 수준의 공공성조차 오히려 축소시키려 획책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와 교육의 공공성확대주장은 다양한 관점에서 주장될 수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주장되고 있다. 현재 의료와 교육의 공공성확대주장은 사회주의세력뿐만 아니라 사회민주주의세력, 더나아가 자유주의좌파세력도 주장하고 있다. 극도로 낮은 공공성 수준, 이를 더욱더 악화시키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자유주의세력의 일부마저 공공성확대주장을 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사회주의자들이 의료와 교육의 공공성 확대를 주장할 때 다른 어느 사항에서보다도 더욱 올바른 관점을 갖는 것이 요구된다.

사회주의세력이 의료와 교육의 공공성확대를 주장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크게 보아 세가지이다. 첫째는 무상의료, 무상교육주장이 한국자본주의를 적극적으로 폭로하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대중의 현실의 요구를 실천의 매개고리로 적극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고 셋째는 운동주체를 적극적으로 형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① 자본주의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요구를 제기해야 한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주장할 때 그 주장은 과감하게 제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속에서 대중의 열망을 고조시키고 대중의 열망을 억압하는 자본주의를 공격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공격할 때도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공격할 뿐만 아니라 이를 강행하는 자본 자체, 자본주의를 공격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점을 실천상에서 놓칠 경우 무상의료, 무상교육주장은 문제의 본질을 폭로하는 요구가 아니라 이를 얼버무리는 요구를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단계적’ 무상의료, 무상교육 요구 전술은 운동의 초반에서부터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이다. 미리 단계를 설정하여 요구의 수준을 낮추고 대중의 상상력에 제한을 가하는 전술은 자본가정권의 시혜적인 정책을 따라가면서 여기에 α를 더하는 +α식 전술을 벗어날 수 없다. 이 전술은 자본가정권에 대한 충실한 반대파의 전술로 자유주의좌파수준의 실천을 벗어날 수 없다. 예를 들어 무상교육을 주장하면서 그 주장의 핵심에서 대학무상교육을 빼는 것은 잘못된 전술이다. ‘당장의 실현가능성’ 중심으로 자본가정권의 한계를 치고 들어가는 전술은 무상의료, 무상교육주장의 핵심적 목표 중 하나인 자본과 자본가정권에 대한 폭로 공격을 회피하는 기회주의적인 전술이다. 노무현의 대선공약인 ‘공공의료30%’를 확충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현재의 단계적 무상의료 전술 역시 똑같이 기회주의적 전술이다. 주장은 가령 ‘유아에서 대학까지 무상교육’, ‘공적 의료중심으로의 의료체계전환’처럼 과감하게 제기하고 투쟁해야 한다.

② 대중의 현실의 요구를 실천의 매개고리로 적극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요구를 제기하는 것과 함께 동시에 현실에서 발생하는 대중의 절박한 요구를 매개고리로 적극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마치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문제는 오히려 단계적 설정이 요구를 과감하게 설정하는 것과 현실의 절박한 요구에 긴장감있게 결합하는 것 모두를 어렵게 만든다는 데에 있다. 현재와 같이 미리 단계를 설정하여 요구수준을 낮추는 절충적 투쟁방식은 모두를 다 잃게 만든다. 절충하지 말고 둘을 올바로 결합하여 대중의 상상력과 반자본주의, 사회주의의식도 적극적으로 고양시키고 당장의 요구에서도 긴장감있게 결합하여야 한다. 가령 유치원교육이 이미 보편화된 조건에서 학부모 부담을 덜기 위해 유치원비용을 원칙적으로 국가가 책임지게 하는 제도의 도입요구에 긴장감있게 결합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예를 든 대학무상교육요구 역시 이미 대학진학율이 81%인 조건에서 대중의 절박한 요구이다. 이 문제에도 당장 긴장감있게 결합해야 하고 이러한 투쟁속에서 자본과 정권의 일부양보도 구체적 성과로 쟁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③ 운동주체를 적극적으로 형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요구투쟁은 민중전체가 투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이를 선두에 서서 조직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일관되게 투쟁하는 주체가 형성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무상의료, 무상교육요구투쟁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초기주체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주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의료, 교육관련 노동조합과 단체가 적극성을 갖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이를 추동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1차적 성과가 축적되는 대로 2차로 몇 개 지역을 전략적으로 선정, 역량을 집중하여 지역운동을 형성해야 한다. 여기서도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역할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