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공기업의 사기업화저지, 공기업의 혁신, 공기업에 대한 노동자통제와 사회적 통제의 실시


1) 시대 역행적인 공기업의 사기업화

「해방」10호에서 언급하였듯이 생산의 사회화에 맞추어 생산수단의 사회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 첫걸음은 은행과 기간산업의 사회화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회화의 확대가 아니라 기왕의 공기업조차 사기업화되는 것이다. 핵심 기간산업인 통신과 제철은 이미 완전히 사기업화되었고 자본가 정권은 일차 시도했다 온전히 관철하지 못한 철도, 전력, 가스 등의 사기업화를 계속 획책하고 있다.

한국자본주의의 발전과정에서 공기업은 국가자본주의적 부분(우클라드)을 대표하는 영역으로서 국가주도 경제개발의 핵심고리역할을 하였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은 이 부분을 고리로 하여 재벌을 지원 추동하였다. 그래서 그 만큼 공기업은 사회적 비용과 노력이 압축적으로 투입된 부분이고(포항제철에 쏟은 자원을 보라!) 생산의 사회화진전을 가장 잘 반영하는 부분이었다. 때문에 공기업은 한국사회의 미래의 전망과 관련하여 사회화가 가장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공기업의 사기업화는 독점자본에 의한 ‘사회적 자산’의 약탈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는 온갖 특혜와 지원 속에서 막대한 부를 차지해온 독점자본이 이제 국가자본주의적 부분조차 해체하여 이를 자신의 수중에 놓는 공공연한 약탈행위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나타난 지금까지의 공기업의 문제점은 ‘공’기업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그 공적 기능이 매우 부족하고 사회적 일반서비스의 제공이 극히 취약했다는 점에 있다. 자본가 정권과 자본이 사기업화의 근거로 그 동안 공기업이 수익성원칙아래 이루어지지 않아 비효율적으로 되었다는 것을 들고 있지만 그 동안 공기업이 공공성의 원칙아래 운영됐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전력, 가스 등의 경우는 사기업보다도 수익성이 높았다. 한국의 공기업은 이처럼 취약했던 공공성을 오히려 강조하여 값싼 사회적 일반서비스의 공급에 더욱더 노력해야 할 시점에 있다. 정부 역시 보조금의 지급 등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시점에 있다.

또한 공기업의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는 운영이 극히 관료적이고 불투명하여 공기업이 정권을 장악한 세력의 전리품처럼 운영되어 왔다는 점이다. 군사독재시절 공기업은 군부세력의 전리품이었으며 천문학적 정치자금조성의 창구였다. 철도 등 공기업의 막대한 부채의 대부분은 여기에 역사적 뿌리를 갖고 있다. 김영삼정권 ,김대중정권, 노무현정권에 들어서서도 공기업은 여전히 특정 정치패거리의 논공행상의 대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공기업이 그 명칭에 걸맞게 공기업으로서 역할하기 위해서는 공기업의 ‘사회적 기능’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그 운영 역시 철저히 사회화해야 한다. 한국사회는 현재 공기업의 공적 기능이 과잉이어서 문제가 아니라 과소하기 때문에 문제인 상태에 있으며 이를 획기적으로 강화 확대해야 할 상황이고 공기업의 운영에서 관료와 특정 정치패거리의 독단적 운영을 배격하고 ‘사회적 운영’을 철저히 실천해야 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기업의 사기업화는 이러한 방향의 공기업의 혁신과는 완전히 방향이 다를 뿐만 아니라 아예 공기업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시대착오적이고 반동적인 것이다.


2) 철도, 전력, 가스 등의 사기업화를 저지하고 이미 사기업화된 기간산업을 사회화하여야 한다.

자본가정권과 자본은 전면적인 사기업화의 공세속에서 이미 한국통신, 포항제철, 한국중공업 등에서 사기업화를 완료하였으며 노동조합과 여론의 저항이 상대적으로 강한 철도, 전력 등에서는 중간단계적 조치를 취한 후 재공세를 획책하고 있다.

현재의 역관계상 노동운동이 사기업화저지에 일차 집중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미 사기업화가 진행된 기간산업을 사회화하기 위한 투쟁 역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이때 분명히하여야 할 것은 이것이 결코 과거로의 단순한 회귀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는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투쟁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기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누가 낙하산 인사가 횡행하고 운영이 베일 속에서 이루어지고 사회적 서비스 제공에도 소극적인 과거 공기업으로의 회귀에 지지를 보내겠는가?


3) 노동자통제와 사회적 통제의 실시, 경영정보의 완전한 공개

은행과 기간산업의 사회화에서 주장한 노동자통제는 공기업의 경우에도 적용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더욱더 강조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제 역시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공기업은 노동자들의 통제하에 운영되어야 하고 이해 당사자들의 통제아래 운영되어야 한다. 공기업은 수익성원칙아래 이루어져서는 안되고 그만큼 사회적 자원이 이와는 관계없이 투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민중의 이해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운영에 참여하여야 하고 서비스소비자를 대표하는 사람들도 역시 운영에 참여하여야 한다.

경영정보의 완전한 공개는 공기업의 경우 너무나 당연한 요구이다.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고 서비스의 가격 책정 역시 수익성원칙과 달리 이루어져야 하는 조건에서 경영정보의 완전한 공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공기업의 경영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것은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가령 철도 등의 누적 부채 역시 부채의 축적 이유에 대한 철저한 정보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이루어지면 부정한 자금흐름가 부채축적의 직접적 이유가 분명해질 것이고(이점에 대한 책임추궁과 형사처벌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누적 부채의 해결이 요금인상(서비스소비자의 희생)과 인력동결(공기업노동자의 희생) 등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근거 없음도 분명해질 것이다.


4) 조합주의적 의식과 실천극복이 필수적이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사기업화의 문제, 사회화 문제에서 핵심적인 것은 기업의 법적 소유형태가 단순히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소유이냐 아니냐의 협소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소유형태를 포함한 공기업의 운영과 통제, 공기업의 사회적 역할 등 공기업의 사회화의 실질적 내용이다. 여기서 노동자통제, 사회적 통제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또한 문제가 되어야 할 것은 국민의 소유가 법적으로는 국가의 소유로 표현되고 국가의 정책이 공기업의 운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공기업의 사회화는 국가의 성격과 분리된 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이다. 즉, 온전한 사회화는 국가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통제 강화, 노동자, 민중 권력의 수립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기업의 사기업화저지와 이미 사기업화된 과거 공기업의 사회화요구가 힘있는 대중적 요구로 되기 위해서는 해당 공기업의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전체가 조합주의적 의식과 실천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 만약 공기업 노동자들이 조합주의적 틀에 묶인다면 투쟁은 발전할 수 없으며 사회적 연대 또한 획득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공기업노동자들이 조합주의적 틀에 묶인다면 자본가정권의 공세에 대해 수세적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도 고립된 위치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사기업화저지, 사회화요구투쟁이 조합주의적 틀을 벗어나게 하는 계기도 되지만 거꾸로 조합주의적 틀을 벗어나는 정도에 따라 투쟁의 발전도 결정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더욱더 사기업화저지와 사회화요구투쟁을 단순한 사적 소유와 공적소유의 대립틀속에서 배치하는 것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이는 신자유주의구조조정에 대한 케인즈주의적 대안투쟁에 불과하며 이러한 틀속에서 투쟁이 배치되면 의식과 실천이 사회주의적 의식과 실천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봉쇄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아래 노동조합운동과 별도로 공장위원회 건설운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공장위윈회는 자주적인 노동조합과 협조적인 관계를 갖되, 노동조합의 틀로는 온전하게 담아내고 발전시킬 수 없는 내용들의 투쟁을 담지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공장위윈회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부분에서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