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파업이 ‘세상을바꾸는투쟁’으로 둔갑?!

4월 총파업이 3월도 아니고, 5월도 아니고, 4월인 이유는 간단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악법을 처리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2월 임시국회 마지막날, 민주노총 집행부가 철도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을 등지면서도 총파업을 철회했을 때에도 본회의에 비정규악법이 상정되지 않은 채 2월 임시국회가 끝나서였다.

그런데 민주노총 집행부는 4월 총파업에 ‘세상을바꾸는투쟁’을 덧칠했다. 비록 국회 일정에 끌려다녔다지만, 비정규 법 개악 저지라는 목표는, 4월 총파업이 '세상을바꾸는투쟁'으로 둔갑하면서 불분명해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하겠다는 민주노총 집행부는 회의 도중 노무현 정권이 비정규악법을 처리한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며, 실질적으로 모든 투쟁을 비정규악법 강행 처리 저지로 수렴시켰다. 민주노총 집행부의 현란한 수사와는 다르게, 비정규 법 개악 저지가 바로 지금 투쟁의 목표란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아직도 ‘강행처리 반대, 재논의’ 타령인가

한편 민주노총 집행부는 비정규악법 강행 처리 반대를 말하며, “재논의해서 합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강행’처리하지 않을리도 없지만, 노무현 정권과 재논의해서 ‘합의’하자는 주장은 모순적이다. 지금 노무현 정권과 대화해서 타협할 여지가 더이상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노무현 정권은 전면 재논의는 커녕 더 이상 논의할 생각도 없다. 한국노총과 시민운동단체까지 열린우리당에 동조하는 마당에 민주노총과 전면 재논의를 하겠는가. 민주노총 집행부는 국회 본회의 상정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재논의는 불가능할 뿐이며, 다만 적나라한 힘겨루기만 남았을 뿐이라는 것을 솔직히 시인해야한다.

오히려 민주노총 집행부의 이런 불분명한 태도는 사람들만 헷갈리게 만든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이라는 노무현 정권의 거짓 논리에 힘을 실어줄 뿐,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 개악이라는 민주노총 논리에 힘을 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회에서 재논의를 한다면, 정부가 제출한 비정규악법을 놓고 할 수 밖에 없다.

하긴 재작년 비정규 노동법을 개악하려고 한 이후, 노무현 정권의 태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처음부터 노동유연화라는 기조 하에 일관되게 비정규 노동법을 개악하려고 했다. 이미 작년 말 TV 토론회에서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개악안이 독이라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라’는 식으로 단병호 의원에서 노골적인 충고까지 했던 것을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와 달리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끊임없이 대화를 요구했고, 이는 타협이 가능하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대화를 하면 할수록, 단병호 의원이 양보만 하고 돌아오는 꼴이 반복되었다. 대신 이땅의 대중들에게 ‘노무현 정권의 비정규직 확산 VS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철폐’라는 명쾌한 인식 대신에, 노무현 정권이 개악을 하는지 개선을 하는지 헷갈리게 하고,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의 투쟁 동력을 고갈되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악법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며, 투쟁이 승리했다는 민주노총 집행부의 평가 역시, 비정규 법 개악 국면의 전개과정에서 본다면 자의적일 뿐만 아니라, 그 당시 사실도 왜곡한 것이다. 분명 비정규악법은 한단계씩 처리되어 왔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도 거의 정부 원안이 환노위를 통과하지 않았는가. 또 본회의 상정이 미뤄진 것도 솔직히 철도노동자들의 총파업 때문이었다.


4월 총파업, 비정규 법 개악 저지를 목표로 끝장을 보자!

작년에는 비정규 '법 개악 저지'는 수세적이라면서, 비정규직권리보장 '입법화 쟁취'를 슬로건으로 걸어서 투쟁을 공세적으로 반전시키자는 과대망상증이 문제였다면, 올해는 한술 더 떠서 '세상을바꾸는투쟁'이라는 실속없이 과격한 언사에다가 특히 지금 승리하고 있다는 자아도취적 평가까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과격한 언사나 과대망상적 평가를 심하게 하면 할수록, 오히려 당면 투쟁에 대한 패색이 짙어지는 것을 대중 앞에서 감추고 정면돌파를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 뒤에, 정세상 객관적인 투쟁의 목표가 불분명해지고 지도부의 책임감은 실종된다는 것이다.

4월, 비정규 법 개악이 임박한 국면에서 목표를 분명히 하자. 4월 총파업은 '세상을바꾸는투쟁'이 아니라, 비정규 법 개악 저지 총파업이다. 그리고 '강행처리 반대, 재논의'를 운운할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끝장을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