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들을 향한 대한민국자본주의의 태도는 파렴치하고 음탕하다. 한국사회에서 약자 중의 약자인 여성에게 이 사회는 매몰차고 음탕한 태도를 지속시키고 있다. KTX 여승무원은 유독 파견직을 고집하고, 언제든 계약해지를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새마을호 여승무원들과 마찬가지로 젊은 여성은 얼마든지 있으니 나이 들면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근로여성을 위한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고 있는 2,000명의 여성들은 적은 임대비라는 상대적인 호조건을 미끼로 그 동안 건물관리자들의 모욕적인 처분을 감수해왔다. 열쇠를 관리실에 맡기는 규정을 이용해 관리자들은 젊은 여성들 방을 제방처럼 출입하고 심지어 성추행도 저질렀다. 이제 그 짓도 지겨워졌는지 임대아파트를 모조리 분양하겠다고 나섰다. 음탕하고 탐욕스런 눈빛이 번들거린다.

권력자들에 대한 감시의 눈이 되어야할 언론은 거대야당의 주요 간부들과 심야까지 술타령을 벌이다 여기자가 성추행을 당하는 사단까지 일어났다. 동아일보 기자들은 술집주인인줄 알고 가슴을 만졌다는 제 1야당 사무총장의 발언에 열 받고 고발까지 했지만 정작 권력과 언론이 양주잔치를 벌인 추잡한 유착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을 모른다. 그 후로 동아일보는 한나라당과 함께 철도파업을 철회하라는 호통을 치는데 박자를 맞춘다. 공과 사는 구별하고, 허리 아래문제는 거론하지 않는다는 천민자본의 신사들답다.

국무총리는 골프파문이 나고 비난의 소낙비를 열흘이나 맞은 후에야 자리를 떴다. 정경유착의 모범을 보이면서 황제골프로 부르주아들의 기를 죽이는 총리는 유능하시다. 집권여당의 나팔수들은 골프문제는 유감이지만 유능한 총리가 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유들거렸다. 그러나 이총리 재임 2년동안 자살율은 OECD 최고가 되었고, 빈곤층 숫자는 최고기록을 돌파했으며, 비정규직은 850만으로 늘어났다. 도대체 무엇에 유능한 총리인가? 정치자금을 끌어 모으고, 부패한 자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정치적 반대파에게 막말을 하는 것이 유능한 총리였나 보다. 그러고 보니 한나라당 전여옥의원이 차기 총리감이다.

부천세종병원에는 한달 계약직 구사대가 두달째 계약갱신을 하며 조합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세종병원 사태의 핵심은 현 병원장이 자기 아들에게 병원을 물려주기 위한 재산세척이다. 내부부정과 이사장의 횡포를 막아설지 모로는 이물질인 노동조합을 말살하겠다는 것이 병원장의 목표다. 목사도 교회를 자기 자식에게 상속하는 나라에서 부자들이 부를 대물림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상속이 자유롭고 떳떳한 나라에서 걱정할 것은 상속세가 아니라 피상속자가 재산을 얼마나 깔끔하게 물려받는지가 고심이 되는 나라다. 가난의 수레바퀴는 거두어질지 모르고 부자들의 대물림은 폭력으로 옹호되는 사회에서 양극화란 말조차 사치스럽다.

탐욕에 눈빛이 번질거리는 자본가들이 우굴거리는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피곤하고 불안하고, 하루하루가 고약할 뿐이다. 대한민국 대도시 사무실에는 밤 10시가 넘도록 불이 안 꺼진다. 공단에서 마주치는 젊은 사람들은 장담컨대 열에 아홉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은 차별과 저임금에 신음하고 나머지 정규직은 고용불안과 날로 격심해지는 노동강도에 신음하고 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주식시장에서 분탕질하는 외국자본에게 쪽쪽 빨리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일상은 피곤하고 미래는 불안하다. 정규직으로 중형차 정도는 몰 수 있는 사람들도 천문학적인 사교육비와 노후걱정으로 이민을 생각한다.


이 시대에 희망을 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조말에 조정은 안동김씨 세도정치로 뼈까지 썩어갔고, 제국주의 열강과 주변강국이 호시탐탐 이 강토를 노릴 때, 누가 희망이었던가? 관직에 나아가 경륜을 펼 수 없음을 한탄했던 비루한 선비들이나 솟을대문 근처에서 고관대작의 가마나 힐끔거리던 귀골 한량들이 아니었다. 손화중, 김개남, 전봉준 이들은 무지렁이나 책을 멀리 한 사람들이 아니었지만 고루한 학문에 매달린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고에 눈을 뜨고 탐구했다. 그래서 대중속에 있지만 언제나 대중보다 앞서 갈 수 있었고, 전략이 확고하고, 전술에 능한 자가 될 수 있었다. 그들은 고달픈 삶으로 악이 바치고, 그래도 세상의 불의에는 분노할 줄 아는 사람들을 주목했고, 그들과 함께 세상을 뒤집었다.

오늘날 세상이 겁내하는 사람들은 답답한 연구실이 아닌 지하철 구석이나 공장 한 켠 양지바른 곳에서 틈틈이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붙었다 하면 깨지는 노동자투쟁에서도 연대의 폭을 넓히고 승리할 수 있는 전술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갈라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꾀하고 그것을 위해 비책을 갈고 닦는 사람들이다. 분노할 줄 아는 대중과 더불어 사자후를 터트리는 그 사람들이 바로 이 시대의 희망이다. 그들은 사회주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