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있어서는 안 될 간선제로 치러진 민주노총 선거는 기호 1번 ‘김영훈-강승철’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누가 당선되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번 민주노총 선거가 의미하는 것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확인시켜준 2010년 민주노총 임원 선거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정확히 표현해 주는 것은 정권의 탄압도 임금인상과 단체협상에서의 성과도 아니다.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표현해 주는 것은 바로 노동자계급의 무관심과 무기력이다. 평조합원은 물론이고 간부들 사이에서의 무관심, 선거 포스터조차 제대로 붙지 않는 현장. 이것이 바로 이번 민주노총 임원 선거가 보여준 민주노조운동의 모습이다.

노동자계급의 참여와 역동성을 가로막고 있는 관료집단

삶의 모든 곳에서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지만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관심은 날로 떨어져 가고 있고 그 첫 번째 책임은 노동자계급의 역동적 참여를 막으며 결과적으로는 자본가계급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관료집단에게 있다. 관료집단은 민주노총이 80만 조합원과 한국 사회의 모든 노동자·민중에게 약속했던 ‘임원 직선제’를 파기시키는 데 앞장섰고 이것으로도 모자라 ‘통합 지도부 운운’하며 일부 산별연맹 대표자를 중심으로 또 한 번 자신들의 기득권만을 지키려는 행위를 보였다.

공격 방향을 상실한 민주노조운동

1997년, 한국을 포함해 동남아시아 전체가 무너져 내렸고 2008년에는 세계 자본주의의 핵심인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가 무너져 내렸다. 아니 세계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자본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에서 모든 것을 소유한 자본가계급이 그 한계를 보였지만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를 공격하지 못했고 그 결과는 자본주의와 자본가계급의 위기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위기로 뒤바꿔 버렸다.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은 근본적인 방향 전환과 관료주의와의 투쟁을 요구한다

근본적인 방향 전환 없이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거나 투쟁만을 강조하는 한 민주노조운동은 혁신될 수 없다. 자본주의의 위기와 억압에 맞서 조합주의를 넘어 사회주의 노동운동으로의 전환, 주저하지 않는 관료집단과의 투쟁, 조합원을 주체로 세우기 위한 민주주의의 강화 그리고 연대와 투쟁을 위한 지역중심으로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관료집단과의 투쟁을 전면화 하자!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민주노총 내 좌우를 막론하고 모든 곳에서 들려온다. 하지만 관료들과의 전면적 투쟁은 좌우를 막론하고 찾아보기 힘들다. 그토록 비정규직 문제를 강조했지만 ‘비정규직노동자의 정리해고와 다름없는 전환배치에 합의해 준 전 GM대우차 정규직 지부와 비정규직투쟁에 연대했던 정규직 노동자를 징계한 미포조선노동조합’은 징계는 고사하고 운동 진영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비판조차 받지 않았다.

민주노총 내의 관료집단은 총연맹뿐만 아니라 단위 사업장까지 전면에 퍼져 있다. 관료집단은 스스로 없어지지 않는다. 진정성 있는 관료주의와의 투쟁은 관료집단의 행패가 나타날 때 그 구체적 행위에 대해 투쟁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투쟁 없이 ‘관료주의가 어떻고 하는 얘기’는 사이비 혁신일 뿐이다. 모든 곳에서 관료집단과의 투철한 투쟁이 없다면 이들은 노동운동의 위기를 더욱더 고질화시킬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연대투쟁을 위한 지역체계를 강화하고 전국 단일노조를 건설하자!

노동자의 연대는 바로 옆 사업장이 투쟁할 때 업종과 산업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하는 것이다. 이런 전통이 유지되었던 시절이 전노협 시절이었다면 민주노총의 시기는 업종과 산업을 앞세우며 이런 전통을 해체하는 시기였다. 산별노조(정확히는 산업노조)는 원래의 취지를 잊어버리고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를 업종과 산업으로 갈라지게 만들었고 이제는 소속 연맹이 다르면 바로 옆에서 투쟁을 해도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상태로 추락했다.

그리고 이런 구조 속에 민주노총의 공식조직도 아닌 산별연맹대표자 회의가 총파업을 포함해 민주노총의 모든 중요한 사안을 그리고 이제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출까지도 자기들 멋대로 만들려고 하는 퇴행까지 자행되고 있다.

노동자 조직의 체계는 투쟁을 가장 잘 반영하는 구조여야 하며 연대투쟁에 가장 적합한 체계는 업종과 산업을 구별하지 않는 지역 체계이며 이를 바탕으로 전국단일노조를 건설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역동적 참여를 위한 민주주의를 부활시키자!

관료집단이 제일 두려워하는 존재는 ‘각성된 노동자계급’이며 이 통로가 바로 민주적인 제도이다. 직선제를 실시하기 위해 이를 방해하는 세력과 투쟁하겠다는 의지와 구체적 방안이 민주주의를 강화시킬 수 있다.

직선제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의사 표현과 지도부에 대한 통제 역할에서 이제는 찬반투표로 전락한 총회를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 조합원의 무관심으로 일관된 현재의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면 민주노조운동은 링거를 맡고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식물 노동조합을 극복할 수 없다.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 사회주의 노동운동으로의 전환이 혁신의 핵심이다!

노골적으로 노사협조를 얘기하는 세력은 말할 것도 없이 투쟁을 강조하는 흐름조차 이윤 획득을 최고의 목표로 하는 자본주의가 문제이고 자본주의를 극복하지 않는 한 노동자계급의 삶은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을 노동자계급에게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투쟁의 시작은 공격의 대상을 정확히 겨누는 것에서 시작되고 이 대상에게 타격을 가할 때만이 승리한다. 민주노조운동이 자본주의에 공격의 화살을 겨누지 못하는 한 전진은 없으며 노동자계급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

현실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에게만이 미래가 있다. 2010년 민주노총 임원 선거가 던진 고민은 누구의 당락이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총체적인 방향 전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