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되었다. ‘한나라당 압승’이라는 말은 다른 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열린우리당은 참패, 민주당은 수성, 민주노동당과 국민중심당은 패배한 선거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민주당만이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제3당으로서의 지위를 굳건하게 유지했을 뿐이지 열린우리당, 국민중심당, 민주노동당은 선거에서 패배하였다. 열린우리당과 국민중심당의 대표가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함으로써 두 당은 지방선거에서의 패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광역단체장 후보 13명, 기초단체장 후보 56명, 광역비례의원 후보 42명, 광역의원 후보 97명, 기초비례 후보 127명, 기초의원 후보 467명으로 총 802명을 등록했다.
지방선거의 결과는 광역비례 정당득표에서 12%, 210만표를 획득하였으며, 광역비례 10명, 광역의원 5명, 기초비례 14명, 기초의원 52명을 포함하며 총 81명이 지방의회에 진출하였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에 대해 패배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으며, 일부에서는 오히려 약진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는 비례대표 시도의원의 득표율이 12.1%로 지난 지방선거의 8%대 보다도 높아졌으며, 총선의 13%대에 비교해도 투표율 등을 감안하면 정당 지지율을 유지했다는 점, 81명의 당선인을 배출함으로써 당선인이 배가되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선거의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정에서 어느 일면만을 내세우며, 선거목표인 15% 정당지지도, 300명 당선이라는 당의 목표를 슬그머니 숨겨버린 채 선거지도부의 무능을 은폐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선거에 대한 평가는 종합적이고 객관적이면서 냉철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단지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결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선거의 목표가 제대로 설정되었는지를 되돌아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밝혀내고 왜 우리가 좋지 못한 결과를 얻을 수 밖에 없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거조직, 재정, 선거전략과 공약, 선거운동과 홍보, 후보자 등의 핵심적인 요인이 있는데 우리에게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는지를 따져보고 이러한 결과들을 당의 활동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제3회 지방선거가 치러진 2002년에 비해 4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는 당의 규모가 배가되었으며, 2004년 총선에서는 탄핵의 열풍에도 불구하고 정당별 지지도와 당선인수에서 전국적으로 제3당의 지위를 확보하였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민주노동당은 전국 제3당으로서의 지위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부분 광역의원 지지율 12.1%를 갖고서 제3당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했다고 자위하고 있지만 기초의원 지지율은 9.5%로서 민주당에 뒤져 제4당으로 쳐지며, 시.도지사 득표율은 5.8%, 광역의원 득표율은 2.8%로 민주당 득표율의 1/3 수준으로 국민중심당과 차이가 없다.
또한 민주노동당이 이번 선거에서 81명의 당선인을 배출함으로써 지난 선거에 비해 당선인이 배가되었다고 하나 이는 전국 제5당의 모습으로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패배했다는 사실을 완전히 호도하는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지방권력의 60%(2,345명) 이상을 독식했으며, 열린우리당은 18%(702명), 민주당은 10%(378명), 무소속이 7%(272명), 국민중심당이 2.3%(89명), 민주노동당이 2.1%(81명)의 당선자를 배출함으로써 민주노동당은 국민중심당에 이어서 전국 제5당의 지위로 전락했다. 대부분의 무소속이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이 지방권력의 2/3를 차지했으며, 서울시의회의 경우에는 한나라당 외에는 단체교섭기구를 꾸릴 수 있는 정당이 없다. 한나라당은 서울시에서 25개 구청장과 96개 지역구 광역의원을 싹슬이 했으며, 지방도 전남.북 및 광주시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의 완전한 승리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각종 언론과 인터넷 포탈사이트를 통해 집요하게 노무현정권을 공격했으며, 자신의 수구적 모습을 은폐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한 결과로 자본의 한 분파인 열린우리당의 갈팡질팡하는 정국운영에 실망한 민중들은 ‘제발 좀 먹고 살게 해주라’는 긴박한 요구를 집권당을 대신하여 한나라당에게 했다. 이는 물론 올바른 선택이 아니며, 이는 민주노동당이 민중의 절박한 요구를 수용할만한 준비를 아직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득을 취했다면 향후에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노동계급과 민주노동당의 집요함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 [5.31 지방선거 민주노동당 평가(2)] 당의 정치노선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