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의견그룹인 [전진]은 지난 8월 [정치대회]를 통해 [2005실천테제 3년간의 과제](이하 실천테제)를 발표했다. [전진]이 발표한 실천테제는 향후 10년간 변혁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6대 실천과제와 3년간의 핵심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당운동, 노동운동, 사회운동에서 실천테제들을 밝히고 있다. 사실 [전진]의 [실천테제]는 몇가지 부분을 제외하고는 앞으로의 실천을 통해 평가되어야 할 것들도 있고, 구체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두가지 정도의 지점에서 [전진]의 [실천테제]는 비판되어야 한다.


1. [전진]의 [실천테제]에는 노동운동, 당운동, 사회운동 전체를 관통하는 실천방향이 없다

[전진]의 [실천테제]는 한 조직의 3년 또는 향후 10년간의 방향이 될 문서일 것이다. 그럼에도 [전진]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문서의 곳곳에서 소위 말하는 [민족해방계열]과 선긋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모습을 지울 수 없다.
[전진]은 문서에서 2007년 대선에서의 기회주의 세력의 내부동요가능성을 미리 진단하고 이를 막는 것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자칫 가시화되지도 않은 가상현실을 가지고 소모적인 논쟁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오히려 2007년 대선투쟁기조를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비정규직 철폐 투쟁, 사회공공성 강화 투쟁, 평화군축 투쟁의 성과와 평당원의 힘을 중심으로 대선을 돌파한다라고 하는 것이 [전진]다운 기조가 아닌가? 또한 사회주의 관련 논쟁이 있은 지 벌써 3년이 다되어가는데도 사회주의의 내용을 더욱 풍부히 하겠다는 의지보다, [민족해방계열]과 선을 그어보려는 반복적 대응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소위 [민족해방계열]에 대한 비판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자신이 어떤 지향을 가진 조직임을 명확히 하고 그 실천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비판일 것이다. 하지만 [전진]은 사회주의를 강조하는 의견그룹이면서도 사회주의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 운동, 노동운동, 사회운동에서 근본적인 실천방향이 실천테제에 누락되어 있다. 사회주의적 성격을 강화해서 민주노동당을 어떤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고, 노동운동의 변혁성을 강화하고 지역근거를 중심으로 민중권력의 맹아를 만들어서 어떤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이제 민주노동당의 의견그룹이라면 단순히 변혁역량 결집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뚜렷한 지향을 가진 역량을 결집시키는데 고민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세력확대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2. 대산별건설운동이라는 공허한 원칙으로 노동운동을 혁신하기에는 부족하다


두번째로 [전진]의 [실천테제]는 노동운동의 혁신방향으로 대산별운동을 대단히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극복하자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최근의 현실에서 과연 대산별운동의 강조가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는 핵심적인 방안인가 하는 것은 매우 의심스럽다. 당장 최근의 병원노조 사태에서, 관료화된 산별노조의 위험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충분히 실감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전진]은 고집스럽게 대산별을 강조한다. 물론 [실천테제]에서는 연대와 투쟁을 중심으로 대산별을 건설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천테제]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산별노조의 위험성에 대한 비판에 대해 하나의 대안도 제시하지도 않고 있다.
노동운동의 위기는 노동해방정신의 결여에서 시작된 것이다. 사회주의의 몰락에서 노동해방정신은 노동운동가의 머리속을 떠나가고 그 자리를 차지한 실리주의와 개량주의가 노동운동가를 노조관료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한 노조관료 아래 노동자들은 억눌리고 비정규직의 벼랑으로 떨어져 나간 것이다. 노동운동의 위기는 대산별운동의 강조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주의 노동운동을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흐름이 비정규직 투쟁을 주도해 나가고, 산별운동을 이끌어야 한다.
사실 [전진]의 일부 회원들은 노동운동의 상층부를 형성해왔으며, 노동운동의 혁신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진]이 대산별운동을 강조하는 것은 노동자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