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파업의 실패

지난 8월 초 울산, 전주, 아산의 비정규직 주체들이 동학산장에서 수련회를 가지면서 8월25일 공동파업을 결의했다. 그러나 결과는 울산만의 독자파업이 되어 버렸다. 이로 인한 탄압의 집중으로 울산 비정규직노조는 집회대오 조차 꾸리지 못하는, 거의 회복불능의 상태가 되었다.
아산사내하청지회의 경우 지회임원 및 대의원선거를 치루는 지회 내부사정으로 인하여 공동파업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이미 선거를 거론하면서부터 공동투쟁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이었다. 투쟁계획보다는 선거여부를 논의하는 시간이 더 많았었고, 8월 20일 이후에는 하청만의 독자적인 투쟁은 아직 이르다며 원하청 공동투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되었다. 결국 지회는 24일 오후가 되어서야 9월 둘째주 전면투쟁을 결정하고 공동파업의 약속을 어기게 되었다.
전주비정규직지회는 그동안 원하청 공동투쟁의 모범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원청노조의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투쟁을 해 왔으나 결국엔 원청노조가 함께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면서 공동파업의 결의를 저버렸다.
결국 혼자 남은 울산이 처참하게 깨지고 있는 상황에서 늦었지만 아산이 전면전을 결의하고, 류기혁 동지가 자결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아산의 독자투쟁과 미룰 수 없는 전면전

9월 둘째주 전면전을 결의하고 9월 5일부터 전면파업을 시작했으나 3일째 되던 9월 7일 사측의 폭력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된 투쟁을 결의하며 다음날 재조직화를 통한 파업투쟁을 이어가려 하였으나 정규직 임단협 잠정합의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투쟁수위가 급격히 약화되었다.
이는 단지 조합원들의 투쟁에 대한 의지가 꺾였다기 보다는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조합원들 다수가 투쟁경험이 없는 조합원들이어서 투쟁에 대한 피로감을 많이 느낀 것과 함께 정규직의 임단협 합의 내용 중 “1개월 이내에 특별교섭을 실시”라는 합의에 대한 지회 지도부의 태도에 따른 것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다시 한 달을 기다릴 것인가? 이미 우리는 2년 넘게 투쟁해왔고 기다려왔다. 그런데 다시 한 달을 기다리라고 한다. 답은 간단하다. 기다려 봐야 답은 뻔하다는 것이다. 2년 넘는 투쟁을 겪으며 우리는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사측의 시간끌기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의 조직력을 흐트려 놓으려는 것임을. 정규직 노조와 함께 라인을 멈춰놓고 교섭에 나와라고 해도 안나오던 것을 라인 쌩쌩 돌아가는데 어떤 자본이 교섭에 나오겠는가? 더군다나 이미 이상욱 집행부는 임기 말년의 이 빠진 호랑이가 않는가?

더 이상 우리의 투쟁을 미룰 수 없는 것은 단지 이것만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현대자본과의 전면전을 결의하고 비록 3일간이었지만 힘차게 전면파업을 진행했었고, 지금도 잔업거부와 부분파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본은 교섭운운하는 도중에 지회 조합원들을 고소고발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지회는 조합원들 중 단 한명이라도 탄압을 가하려 한다면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한 바 있고, 이미 천막철거까지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봐도 전면전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논쟁을 넘어 실천으로.... 전국적인 투쟁으로....

지금 전국의 사내하청 단위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싸움을 하고 있다.
기아비정규직지회는 구사대의 폭력만행에 맞서 점거, 분신시도로 맞서고, 현대차전주비정규직지회는 부당해고에 맞서 전면파업에 맞섰고, GM대우창원은 업체폐업과 계약해지에 맞서 싸우고 있고,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지도부와 해고자들이 집단단식에 들어갔다.
이제 우리는 결단만이 남았다.
불법파견 판정, 우리의 투쟁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승리조차도 지켜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정규보호개악안이 통과된다면 불법파견이란 말 자체가 사라지고 그동안의 우리의 투쟁이 무위로 되돌려질 것이다.
이제 현대자본 등 개별 자본과의 투쟁을 넘어 총자본, 정권과의 투쟁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개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투쟁을 전국적인 투쟁으로 모아내는 노력이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된다.
한낱 구호로만 그치는 총파업이 아니라, 논쟁 속에서만 존재하는 총파업이 아니라 실천 속에서 조직되는 총파업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 9월 9일 울산집회에서 이수호 위원장 발언 뒤에 외쳐진 한 조합원의 구호가 생각난다.
“말로만 하지 말고 총파업을 조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