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들에게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권리는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우리의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비교우위와 무역의 잇점과 WTO의 역사와 (그나마 왜곡된) 효율성의 논리를 그래프와 도표를 첨삭시켜 어려운 계산문제까지 풀어내도록 요구하면서도 정작 일하며 살아가야할 아이들을 위해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에 대한 지식도 갖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당장 내일모레 졸업을 앞둔 고3학생들까지도 자신의 삶과 관계없는 그래프와 도표와 공식을 달달 외고 있지, 정작 다음 달이면 나서게 될지 모를 일터에서의 대처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초등교육 6년 중고등교육 6년 도합 12년의 교육을 받은 끝에 자신의 권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쓸만한’ 노동자들이 대거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암기용으로 배울 뿐이지 그것의 역사와 의미에 대한 해설은 없다. 당연하게도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방법과 파업의 과정 따위에 대해서 알 수도 없는 노릇이려니와, 파업 투쟁이나 각종 노동문제에 대하여 아무런 토론도 논쟁의 능력도 갖추지 못한다. 단체행동권은 노동기본권이라고 달달 외워도, 모든 파업이 자연스럽게 불법파업이 되는 현실에 대해 의문이 생기지 아니하고, 노동기본권을 아무리 잘 기억해도 아르바이트 월급을 떼어먹은 사장에 대해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한다.

아이들을 위한 노동법 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선생님들이 힘좀 쓰셔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속에 민주노동당 부산대 학생위원회는 2001년과 20002년 두차례에 걸쳐 대학앞 상가를 직접 방문하여 아르바이트생들의 노동 실태조사를 벌인바 있다. 122개 업소를 대상으로 한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의 결과는 교과과정내 노동법 교육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르바이트가 대개 단시간노동일 거라는 판단과는 달리 주당 노동일수가 6.5일로 하루의 휴식도 없는 것으로 나왔으며 일일 근무평균시간 또한 7.6시간으로 대개의 노동자들과 별반차이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설문조사상으로 재해율이 11.5%로 집계되었으며 이중 절반이상이 이후 치료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 성추행 구타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도 12건이 있었지만 그중 노동청에 고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한 경우는 한건도 없었다. 연장수당, 야간수당, 휴식시간 모두 없다는 대답이 지배적이었으며, 68.9%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였다. 시간당 900원을 받는 곳도 있었다.

2005년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3,100원 조사 이후 3년간 별도의 실태조사는 없었으나, 아르바이트 현장실태는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질 않고 있을 거라 추측된다.
민주노동당 각 대학 학생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아르바이트 최저임금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학에서 큰 호응을 얻고, 노동 운동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유도하는 좋은 활동이라고는 생각되지만, 자료와 통계의 생산과 보관에 미숙하고 또한 그 활동이 각 지역에서 분산되어 각기 진행되기만 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저임금 홍보만으론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겠으나, 실태조사와 분석을 함께한다면 중고교 교과과정에 대한 ‘커리큘럼 투쟁’을 벌여 낼 수도 있을 것이다.
20003년 11월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비정규특위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노동법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학생들의 반응은 좋았으며,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에게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키울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성과라 하겠다. 향후에도 꾸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캠페인, 실업학교 및 고3학생을 대상으로 한 노동법 교육, 교육청 등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한 ‘노동법 교육 요구 시위’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