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환경노동위원회 이경재(한나라당) 위원장이 비정규직 입법의 6월 임시국회 처리 유보를 밝혔다. 이로인해 지난 6월 22일부터 8일간에 걸친 민주노동당 의원단의 환노위 사무실 국회철야농성투쟁이 일단락되었다.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법안 6월 임시국회 강행처리가 무산된 것은 당연하다. 국민의 81.8%가 6월 일방처리에 반대하고 있고, 국민의 61.8%가 국가인권위가 제시한 비정규직 축소, 차별 철폐, 노동기본권 보장에 찬성하고 있다는 비정규공대위의 여론조사결과(한길리서치)는 비정규입법안과 관련한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6월 14일 한국노총 충주지역지부장인 고 김태환 열사의 사망사건은 사실상 정권과 자본에 의한 공개적인 타살로 비정규직 노동자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 문제와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의지를 상승시키는데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이처럼 6월 임시국회에서의 비정규개악안 저지투쟁은 민주노동당 의원단의 물리적인 실력행사 즉 강력한 의회투쟁과 국민들의 정부의 비정규법안 강행처리 반대 여론, 김태환 열사 정국에서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연대투쟁 강화라는 주객관적 조건에 힘입어 전술적인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개악안을 유보시킨 전술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승리에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이 가슴한구석에 자리잡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비정규직철폐투쟁이라는 당면 노동운동의 투쟁방향속에서 민주노동당과 노동운동진영에 남겨진 과제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6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노동당과 노동운동진영은 지난 4월 국가인권위의 비정규법안과 관련한 입장발표를 통해 얻어진 사회여론적 측면의 호기를 살려 각 산별 임단협 투쟁과 결부된 공세적인 노동자계급의 현장투쟁과 광범위한 비정규직철폐의 대중투쟁으로 질적으로 전환시키지 못했다. 단적인 예로 6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노무현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비정규개악안을 9월 정기국회로 연기시키는 수세적인 투쟁만을 전개했을 따름이다. 우리의 진정한 비정규권리보장입법안을 관철시키는 활동으로 상승시키지 못했으며, 원외에서의 강력한 노동계급과 진보진영의 비정규직철폐라는 대중투쟁을 추동하지 못하였다. 그러다보니 원내에서의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의회투쟁이 사회적 쟁점을 크게 형성하지 못했다. 또한 비정규직철폐투쟁의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완강한 현장투쟁과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제도개선의 준정치투쟁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한계도 가져왔다.

비정규직철폐투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영세사업장, 조직 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들의 구분을 뛰어넘어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단결 강화와 노동운동의 정치투쟁을 통한 변혁적 승리를 가져오는데 중요한 투쟁고리이자 전략적인 투쟁구호이다. 이러한 전략적인 투쟁은 당연히 정치조직인 민주노동당의 노숙한 원내외 의회투쟁과 대중투쟁의 결합과 대중조직에 대한 지도, 노무현정권과 자본의 노동운동 죽이기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데올로기공세와 도덕성시비, 내부분열공작에 맞선 노동운동진영의 변혁적인 전략전술이 그대로 녹아나는 투쟁방침이 요구된다. 절반의 승리로 마무리된 6월 임시국회에서의 비정규직철폐투쟁에 대한 내실있는 평가와 전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