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구독 및 후원 신청 |기관지 위원회 |
정세 |이슈 |국제 |비정규 |쟁점 |민주노동당 |생태 |문화 |전체기사
[인터뷰] 비정규 법 개악 저지 투쟁, 평가와 과제

2006/06/16 ㅣ (편집부)

재작년부터 올해까지 거의 1년 9개월동안 비정규 법 개악 저지 투쟁이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열우당이 개악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면, 민주노총이 총파업 지침을 내리고 민주노동당은 국회 법안심사소위나 환노위 위원장실을 점거하지만, 오히려 한나라당이 사학법을 비롯해 딴지걸기를 해서, 결과적으로는 유보되는 식이었다. 하지만 개악안 통과 또한 점점 진행되어, 이제 본회의 통과만 남아있다. 그래서 민주노총 집행부의 승리적 평가와는 다르게, 비정규 법 개악 저지 투쟁이 패배로 수렴되고 있는 것이 진실이다.
따라서 6월 임시국회, 실질적으로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지난 시기 비정규 법 개악 저지 투쟁에 대한 진지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패배로 수렴되고 있는 그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전비연 정의헌 의장에게 들어보았다.(편집부)



1. 지난 1년 9개월 비정규법 개악 저지 투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비정규법 개악 저지투쟁 1년 9개월은 IMF 경제위기 이후 추락해온 민주노총운동의 총체적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낸 시기와 일치합니다. 어떤 집행부가 들어서서 일을 했다 해도 크게 다른 결과를 내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책임공과를 따지기보다는 민주노총 혁신문제와 연동하여 한계와 오류를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나와 있는 결과만 보면 실패한 투쟁입니다. 투쟁 과정도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일상화된 구조조정과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로 조합원들이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갈등과 대립, 그로 인한 조직적 혼란도 투쟁에 대한 조합원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강화했습니다. 그 결과 조합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총파업 투쟁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한계 속에서도 정부여당의 일방적 추진을 지연시킬 수 있었던 것은 비정규노동자 당사자들의 선도적인 결사항전과 더불어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민주노동당의 적극적인 원내 투쟁이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투쟁 속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전사회적으로 부각시켜 내고 정부 법안의 기만적 내용을 알려낸 것은 성과입니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의 투쟁의 성과와 한계는 다시금 준비하는 투쟁의 조건입니다.


2. 본회의 통과만 남았다. 향후 투쟁방향은?

더 이상 소수 비정규노조 활동가들의 선도투와 민주노동당 아홉 명 의원들의 몸싸움으로 법개악을 저지할 수 없습니다. 전체 노동자 민중의 투쟁으로, 보다 큰 범위의 정치투쟁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투쟁 주체의 조건들을 잘 엮어서 투쟁력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비정규직 법만이 아니라 노사관계로드맵, 한미 FTA,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등 모든 투쟁이 중첩되는 현실에서 함께 묶어 투쟁역량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자칫 5월의 ‘세상을 바꾸는 투쟁’처럼 요구들에 대한 현실적 절박성을 발동하지 못하는 밋밋한 투쟁이 되거나 비정규 법 투쟁이 유실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한 가지라도 실제 성과를 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중심적인 주체 동력을 중심으로 민주노총 총파업 등 전체 투쟁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세로 볼 때 민주노총은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문제와 원청 사용자성 인정 문제를 중심으로 투쟁전열을 강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당은 이러한 투쟁을 정치적으로 더욱 확산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해방연대(준)가 제기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국민투표 제기도 한 가지 방안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기간제 악법을 실제로 폐기하거나 무력하게 만들고 비정규노동자 투쟁이 전국적 투쟁으로 확산되는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지 않고서는 그러한 주장은 공허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도 이러한 정책준비와 함께 기간제 악법 폐기를 위해 어떻게든 6월 임시국회 강행처리 저지에 힘을 모아야 합니다.


3. 비정규 노동운동의 한계와 과제는?

비정규직 운동의 성장은 매우 완만합니다. 그만큼 어려운 조건입니다. 일정 시기 까지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전체 노동운동이 기운을 회복하는 것에 의해 그 속도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비정규직 운동의 비약적 성장 없이는 전체 노동운동의 양적 성장과 질적 변화는 크게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비정규직 운동이 시대의 중심에 서 있는 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운동의 전진을 위해 무엇보다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법제도적 질곡을 타파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간제 악법을 철폐하고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과 원청 사용자성을 쟁취하기 위한 당면 하반기 투쟁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또 비정규직노동조합의 연대를 보다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전비연은 비정규직 노조들의 특성과제별 지역별 연대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렇게 성과를 내는 투쟁과 연대전열 강화로 비정규직 노조운동을 대폭 확대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기업별 업종별 노조의식, 임단투 중심의 실리주의, 정파적 과두 지배체제 등 산별연맹 체제의 민주노총 운동이 드러냈던 한계와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방향을 제대로 잡아가야 합니다.


4. 끝으로 해방연대(준)을 비롯해서 사회주의 정치세력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를 한다면?

어느 시대에서나 사회변혁을 위해 투쟁하는 집단은 노동운동의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사회주의 정치세력이라면 더욱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활동가들이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에 미친 영향은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소위 정파운동의 폐해로 지적되고 있는 것들입니다. 사회주의 정치세력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대개 정치적 선전선동에 치중하면서 그것을 통해서 대중을 전취한다는 그릇된 대중관과 실천방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꾸준히 함께 하면서 정치적 힘을 대중적으로 키워가는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그러한 역할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당 안팎에서 노동운동에 복무하는 활동가들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특히 제대로 된 사회주의 정치세력의 적극적인 노력이 함께 해야 합니다. 당 운동 까지 통틀어 현 시기 주력해야 할 노동운동의 과제는 비정규투쟁 확대, 지역연대 강화, 노동자 평당원운동 활성화, 종파운동 극복입니다. 비정규 투쟁의 확대와 강화를 위한 실천활동을 중심으로 이 과제를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해방연대(준) 동지들이 그러한 역할에 매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의헌 동지는 지난 2월 13일 발족한 전국지역/업종일반노동조합협의회(일반노협)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반노협은 IMF경제위기 이후 각 지역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지역일반노조운동의 성과를 모아낸 것으로 21개 지역 5천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노조운동은 초국적 금융독점자본이 주도하는 21세기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 맞서기 위해 노동자들이 기업과 업종을 넘어 전국적 단일 노동조합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반노조운동은 중소영세사업장 조직화와 비정규노동운동 활성화, 민주노조운동의 지역연대 강화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발행. 노동해방실천연대(준) 홈페이지. www.hbyd.org 주소. (140-880)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 40-10 인영빌딩 3층 전화. 02) 2275-1910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