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은 전경을 옹호하며 시위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여의도 농민대회에서 전투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에 두 농민이 죽음에 이른 것에 책임을 지고, 12월 말 허준영 경찰청장이 사퇴했다. 그는 ‘경찰은 폭력시위 근절이라는 책무를 성실히 수행했을 뿐’이라며, ‘나는 여론에 밀려 사퇴하지만 경찰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경찰청장 사퇴 이후 경찰 내에서부터 ‘시위를 정당하게 진압한 경찰만 비판받는다.’는 불만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때맞춰 보수언론들은 전경의 고단한 하루 일상을 심층취재하면서, 전경에 대한 동정여론과 소위 ‘폭력시위’를 하는 시위대에 대한 비판여론을 고조시켰다. 심지어 전경 부모들이 아들들의 안위를 위해 시위대가 평화시위를 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여론구도가 ‘폭력적인 시위대’와 ‘희생당하는 전경’ 사이의 대립으로 비화되고 있다.

경찰의 ‘과격진압 근절대책’은 전경의 과잉진압을 없애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청은 1월 중순 ‘전경들의 과격진압관행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전경들이 입는 진압복에 명찰을 달아 전경 각자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그 외에 외부강사를 초빙하여 전경들에 대한 안전 및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집회현장에 과잉진압을 감시하는 감찰요원을 두겠다는 조치도 같이 발표했다.
하지만 시위에 대한 전경의 과잉진압은 전경 개개인이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도록 만들어 폭력 행사를 알아서 자제하도록 만든다고 해서 사라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전경은 징병된 군인병력 중 차출된 사람들로 구성된, 위계서열이 확고한 조직이다. 이들을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경찰 상부의 명령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경들이 행사하는 폭력의 강도 역시 경찰 상부가 내리는 명령에 의해 정해진다. 비록 전경들에게 이름표를 붙인다고 해도, 시위대를 적극적으로 진압하라고 하는 경찰 상부, 더 나아가서는 정권의 명령만 내려진다면, 전경들의 폭력이 계속해서 자행될 것임은 자명하다.

전경의 폭력진압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전경을 해체시켜야 한다

전경과 시위대 사이의 물리적인 충돌 그리고 그 결과 발생하는 전경의 폭력진압이라는 문제의 핵심적인 원인은,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차출되어 훈련받는 전경이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다. 지금 전국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군인병력 중 차출되어 시위대를 진압하는 데에 동원되는 47,000여 명의 전경이 있다. 우선적으로 이 전경의 존재 자체를 없앤다면, 시위대와 전경이 물리적으로 충돌할 일이 없어져 전경의 폭력진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도 없어질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지금 전경과 전경 부모들이 갖고 있는 불안을 해소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