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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노조선거 개입, 이대로 둘 것인가!
- 사측의 선거개입으로 얼룩진 현대 미포의 임원선거

2005/11/16 ㅣ <황정규>

최근 울산에 위치한 현대 미포조선에서는 11대 임원선거가 한참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완전한 어용으로 넘어가 현장이 자본의 땅으로 변화한 현실에서, 같은 그룹이면서 동종 업종에 있는 미포조선 선거에서 민주파가 승리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24일 후보등록이후 실제 선거운동은 25일부터 11월 2일까지 진행되었다. 후보 등록 결과 총 7개 팀이 등록하여 백가쟁명의 상황을 연출하였다. 2일에는 오전합동유세를 진행하고 유세가 끝나자 곧장 투표에 들어갔다. 1차 투표 결과 김석진 후보측이 28.2%로 1위를 하고 김충배 후보측이 25%로 2위를 하였다. 그리고 50%를 넘는 후보가 없는 투표결과가 나오자 오후에 곧장 결선투표에 들어가게 되었다. 2차 투표에서는 김석진 후보측이 1401표로 1위를 하고 김충배 후보측이 1380표로 2위를 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다득표자인 김석진 후보가 과반수에 6표 모자라면서 3차투표로 가게 되었다. 3차 투표는 11월 4일에 진행되었다.

문제의 발단은 3차투표가 끝나고 개표과정에서 시작되었다. 개표 후 검표과정에서 투표자수보다 투표용지가 더 많이 나오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선거 전 선관위와 후보쪽에서 공동으로 최초 확인하였을 때에는 투표용지의 총수가 3005장이었는데, 개표후 검표 결과 3008장으로 3장의 투표용지가 더 나온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자 김석진 후보측에서는 강하게 반발하면서 선관위에서 “선거무효선언”을 하게 되었다.


3장 늘어난 투표용지는 사측 개입의 증거

선거과정에서 문제가 된 3장의 투표용지는 누가 뭐라고 하든지 간에, 사측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2일에 있던 투표의 경우에는 사측이 전면적으로 개입하는 것에 제한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4일로 3차 투표 날짜가 정해지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고, 사측에서 투표용지를 미리 준비해서 조직적으로 개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4일 당일에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근태를 인정해주겠다는 회사관리자들의 작업이 포착되었다. 사측의 방해공작 때문에 4일 출근하지 않은 조합원들도 있었다. 즉 전체 조합원 3005명 중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들도 존재하는 데, 투표용지가 3008장이나 나왔다는 것은 사측이 직접적으로 선거에 개입하여 선거결과에 영향을 주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분명 8년의 해고자 복직 투쟁을 통해 현장에 돌아온 김석진 동지는 회사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복직을 하자마자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였고, 이 과정의 의미를 회사는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현장에 돌아온 김석진 동지가 위원장이 되어서 어떻게 노조를 이끌어 갈지는 사실 뻔한 것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현대중공업은 이미 민주노총을 탈퇴할 정도로 자본에 의해 쑥대밭이 된 상황에서, 현대미포조선에서 민주파의 승리가 가지는 중요성은 이미 자본가들도 파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회사는 민주파를 떨어뜨리고 사측에 편한 쪽을 집행부로 세우려는 조급한 마음이 앞섰고, 서툴게 선거개입을 하다가 뒷덜미를 잡힌 것이다.


자본의 편에 서려는 선관위, “결정유예”로 번복

앞서 언급했듯이 선관위는 4일 투표용지가 문제가 있자 선거무효선언을 하였다. 그러나 이틀이 지난 6일에는 무효선언을 철회하고 “결정유예”로 번복하였다. 그리고 나서는 변호사, 근로감독관 등에게 자문을 구한 후 최종결정을 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결국 선관위 조차 회사측에 넘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선거상에 중요한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 문제의 원인이 사측 개입에 있다는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선관위가 취할 것은 선거를 무효로 하고 즉각 선관위를 새롭게 구성해서 재선거를 치르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미포조선의 선관위는 “결정유예”라는 모험을 하면서까지 사측이 원하는 후보의 손을 들어 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 근로감독관에게 자문을 묻는 것은 결국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서 김충배 후보와 서승찬 후보를 제외한 견윤필, 김석진, 김의섭, 유기관, 황웅목 후보들은 비대위를 구성하고 6일 공동유인물을 통해 “회사의 부당개입과 부정선거로 얼룩진 제11대 임원선거를 전면무효화하라!”고 주장하였다. 5명의 후보들은 비대위 위원장을 구성하고 김석진 동지는 상임위원장을 책임지게 되었다.


노조선거에 대한 회사의 개입을 박살내야 한다!

현대 미포조선의 사례는 회사와 회사에 포섭된 조합원들을 통해, 가장 민주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조합선거 자체가 유린되고 짓밟히는 현실을 보여준다. 투표인보다 많은 투표용지, 부정선거에 면죄부를 부여하려는 선관위 등 기이한 행태들을 보면서 상식조차 지켜지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하게 된다.

그러나 사측에 의해 노동조합의 선거가 유린되는 것은 미포조선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도 KT, 사회보험노조, 코오롱 노조 등에서 부당한 사측의 선거개입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측의 선거개입은 투쟁을 탄압하고 노동자들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사측이 함부로 선거에 개입 못하게 하고 노동자들의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선거하나 민주적으로 하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조합활동의 조건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현대미포조선에서 발생한 부정선거를 힘있는 투쟁으로 돌파하고, 최근 선거개입이 문제가 되는 노동조합들의 공동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참에 사측의 선거개입을 확실하게 분쇄해 놓지 못하면, 노조의 자주적 민주적 가치에 깊은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자본의 부당한 개입에 투쟁으로 화답하는 것이 민주노조 운동의 기본일 것이다!



■ KT의 선거개입 사례

△ KT는 그동안 선거에 대비해 조합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노조활동에 적극 개입하고, 조합활동에 적극적인 사람들을 오지로 부당 발령을 내는 등 노조 탄압을 자행하였다. 이 사실은 지난 7월에 언론을 통해 보도돼 파장을 일으켰던 바 있다.

△ 11월 8일 선거를 앞두고 “KT민주화'를 주장하며 출마한 2번 후보에 대해 선거 벽보를 제거하고 게시물을 삭제하였고, 선거 등록 절차인 '후보 추천 서명' 과정에서도 특정 후보에게 추천 서명을 한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회사는 인사고과 평가를 선거운동기간인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진행한다고 공지해 놓은 바 있어, 선거운동과 투표행위에 많은 조합원들이 위축되어 있다. 그리고 선거구를 세밀하게 분리하고 선거구별 개별개표를 통해 조합원들의 투표결과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노무관리에 반영하고 있다.

△ 11월 3일, 기호 2번 조정택 후보조, 지배개입 중단과 통합개표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하였다.



■ 코오롱의 선거개입 사례

△ 7월 22일, 구미에 있는 코오롱노동조합에서는 제10대 임원선거에서 최일배 위원장 후보 등 '코오롱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정투위) 소속 후보 6명이 전원 당선되었다

△ 그러나 7월 28일에는 선거관리위원장이 선거무효를 선언한 뒤 사측 관리자들과 함께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상대편 후보측이 21일 개표 당시 6장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용지가 투표함에서 함께 나온 것을 이유로 선거무효를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되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원장은 22일 이후 계속해서 사측의 시달림을 받아온 것으로 보이며, 28일 회의 후 한달동안 잠적하였다 사측의 비호를 받으며 출퇴근하고 있다고 한다. 이후 사측이 선거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 이후 사측 주도로 재선거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며, 사측 후보는 “직무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내놓았다고 한다. 10월 19일에는 사측에서 최일배 코오롱노조 위원장 앞으로 '위원장 사칭 및 부당행위 중지 요청' 공문을 발송하였다.

△ 코오롱의 경영진은 “2010년까지 전 공장 비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대대적 인원감축 후 비정규직 채용을 지속 추진하였고, 이를 위해 타협적 노동조합을 세우려고 하였다.
발행. 노동해방실천연대(준) 홈페이지. www.hbyd.org 주소. (140-880)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 40-10 인영빌딩 3층 전화. 02) 2275-1910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