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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이에게 맛보게 해주고 싶은 것...

2010/08/04 ㅣ 정재국

BC 480년. 크세르크세스 왕이 이끄는 페르시아 100만 대군이 그리스를 침공한다. 그리스군의 연합이 지연되자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는 300명의 스파르타 용사들을 이끌고 테르모필레 협곡을 지키고 결국 모두 죽는 것으로 이 전투는 끝난다.
얼마 전에도 300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됐었다.
왜 그들은 배수진도 아닌 그렇게 무모한 전투에 승리가 아닌 패배를 택했을까?
아마도 그들은 그렇게 사육됐기 때문일 것이다.
노예가 살인의 실습대상으로 용인됐던 사회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결국 살인 기계였던 것이다. 결국 스파르타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다양한 문화가 아닌 죽고 죽이는 원시적인 양육강식의 모습밖에 없다. 이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역사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가교라고 한다.

우리는 슬프게도 역사를 왜곡해서 배우기를 강요당하고 그것이 행복의 기준이 되고 있다.
여전히 스파르타식의 경쟁을 교육의 근간으로 삼아 요람부터 무덤까지 나만의 성공을 최고의 선으로 여기고 있다. 역사를 통해 배운 것이 고작 교육이 아닌 사육인 것이다.
때문에 지난 교육감 선거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고 몇 명의 교육감이 경쟁보다는 자율을 모토로 당선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벌써 전교조 출신의 해직 교사가 교육감에 당선되자 지역의 학부모들 사이에서 사교육의 부담을 덜게 됐다는 말까지 들린다.
돈이 없으면 무상교육마저도 받기 힘든 현실에서 몇몇의 교육감이 희망을 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공짜는 없다.
경쟁과 효율로 살아남은 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으니 말이다.
무상급식을 역차별이라고 하고, 교육의 자율성을 무질서로 비난하고, 학생들의 인권마저도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고 핏대를 세우며 비아냥거린다.
그냥 무시하면 좋을 법도한데 그렇게 간단치 않다. 이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일제고사에 대한 괜찮은 교육감들의 행보는 우려스럽다.
보수 일간지의 기사에서도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한 진보 교육감들”이라고 앞서서 걱정을 하고 있는 판에 너무 간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싶다.
실정법 위반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또 경쟁과 효율이 아니라, 자치 교육감으로서 애초 민중이 요구했던 자율과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민중이 요구하는 것은 과거와의 10% 차이가 아니라 교육 정책의 변화와 혁신이다.
아이들에게 유기농 무상 급식을 제공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에 대한 목표의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교육의 내용이 그것이어야 한다.
줄세우기 교육의 꼭지점에 있는 일제고사에 대한 분명한 반대와 함께 왜 1+1을 해야 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나에게 초등학교 4학년 꿈 많은 아이가 하나 있다.
아이에게 희망을 물어보니 곤충학자가 되는 것이라며 너무 행복해 한다.
문득 ‘그럴려면 국어, 영어, 수학 잘해야 하는데...’ 쓴 웃음이 인다.
하지만 꼭 아이의 희망이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아이가 행복하면 나도 웃고 사회도 웃을 것 아닌가?
그러니 괜찮은 교육감님들!
4년 임기 채울 생각하지 말고 잘려도 괜찮으니 이런 교육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맛이라도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미 쓴맛은 많이 우리가 보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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