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는가?

지난 1월 11일, 북조선 외무성은 조선전쟁(6.25전쟁)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시작할 것을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초 북한이 2010년 신년공동사설에서 "오늘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데서 나서는 근본문제는 조미사이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것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립장은 일관하다."고 함으로써, 평화협정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과 맥락이 닿아있다.

이는 북한이 이전 대북적대정책의 해소를 목표로 진행해왔던 정책, 즉 북미관계를 정상화와 대북경제봉쇄 해소를 목표로 비핵화를 논의해온 것과는 조금 달라진 것이다. 이에 대해, 재일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1월 25일, 북한의 이러한 입장 변화에 대해, "비핵화에 대한 전략적 결단이 없이 평화협정을 제안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분석하고, "조선이 도달한 결론은 비핵화 논의과정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단계론'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 "6자회담이 파탄되고 비핵화 과정이 역전되게 된 계기점인 2009년의 '제제'소동은 종래의 순서를 바꾸어 평화협정 체결논의를 선행시켜야 한다는 반증자료가 된것 같다"고 하면서, 북한이 평화협정체결을 내세우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은 1990년대 이후부터 추진해왔던 대북적대정책의 해소가 매번 좌초되었던 경험을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고, 이제 다시는 상황이 역전되지 않도록하기 위해서라도 평화협정체결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은 2000년 미국 클린턴 정권시절 '남북공동코뮤니케'선언을 통해 해결의 가닥을 잡았지만, 부시정권의 '악의 축'발언과 대북적대정책으로 파탄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2005년 6자회담을 통해 가닥을 잡아가려던 상황도, 금융제제 등 부시정권의 대북적대정책과 이어진 북한의 미사일발사 대응으로 파탄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작년 미국의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고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UN대북제제결의, 키리졸브훈련의 실시 등으로 위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북한, 미국의 물밑접촉은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최근 남북관계, 북미관계를 보면 내부적으로 많은 물밑접촉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작년 9월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특사인 다이빙궈 국무위원과 원자바오 총리가 방북하고, 12월에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인 보스워스가 방북하였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1월 25일자 기사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한,미,중,러,일 등 5개국이 공동으로 핵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책을 담은 새로운 제안을 내놓는데 '대체적으로' 합의"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이어 미국이 "한반도 비핵과, 평화협정 체결, 대북경제지원 동시 실현 제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보도하였다. 이명박 정권의 경우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얼마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위성락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이자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한 다음에 평화협정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는 이른바 선비핵화 논의가 우리 정부의 정책으로 이해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함으로써, 기존 이명박 정권의 '그랜드 바겐'과 같은 선비핵화정책에 변화가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선 제재해제를 요구하는 북한과 비핵화 진전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미국의 입장이 대립되고 있기도 하며, 평화협정 체결또한 비핵화전진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기도 한 점에서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시한번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해 나가자!

60년간 지속되고 있는 항상적인 전쟁위협은 남북민중에게 수많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 민중에게 한반도 평화협정의 체결,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은 매우 중요한 문제일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군비축소와 함께 노동자 민중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한 교류가 확대되고, 평화적 통일을 위한 논의가 확대될 것이며, 냉전질서에 억압되어 있던 노동자계급의 상상력과 자신감을 높여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을 확대해 줄 것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것이다. 노동자 계급의 새로운 정치적 요구를 확대할 수 있는 장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문제에 있어 노동자계급의 실천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권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있어 반동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국제사회에서조차 외면받는 '그랜드 바겐'과 같은 선비핵화요구를 제시하고, 비상시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작전계획 5029의 작성, 북한점령통치계획인 부흥 작성 등을 공공연히 추진해왔고, 올해 들어서도 김태영 국방장관은 노동자 민중을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북 선제타격론을 서슴지 않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계획도 없는 무능력한 모습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반민중적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에 맞선 노동자 계급의 의식적인 투쟁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중요한 힘이 되어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