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주노동당, 부동산 정책 혼선???

지난 7월 12일 매일노동뉴스에서는 민주노동당이 부동산 정책 혼선을 빚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7월 11일 ‘주거 공공성 강화’에 대한 정책위 보도자료에 대해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측에서 세금만능론이라 비판을 했고, 정책위가 반비판을 했었던 사건이었다. 그러나 당시 운동본부의 문제제기는 오해와 왜곡 속에서 벌여졌던 해프닝의 성격이 크다. 운동본부 측에서 정책위의 정책을 투기에 대한 직접적인 정책으로 오해했거나, 공급 중심의 주택 정책으로 왜곡했기 때문이다.

2. 예측 가능했던 부동산 투기와 민주노동당의 늦장 대응

오히려 이 사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당원들의 반응이다. 당시 당원 게시판에서 읽을 수 있는 분위기는, 운동본부의 주장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정책위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었다. 막말로 정책위는 뭐하는 놈들이기에 대체 이제야 정책이 나오냐는 것이었다.
재작년 03년도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라는 사회적 이슈가 터졌을 때와, 노무현 정권의 10.29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을 때에도 당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 때의 교훈이 반영되어 작년 04년 총선 이후 중앙당에 새롭게 정책위를 설치했다. 그런데 올해 부동산 투기가 불거져 나온 때가 5월 경이었는데, 당은 7월 11일 정책 보도 이전에 6월 초에 기자회견을 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니 늦장 대응에 대한 불만은 터져나올만 했다.
게다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무현 정권 하에서 부동산 투기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 당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자본의 이윤율을 크게 회복시켜 준 반면에 노동자들의 임금 소득을 대폭 축소시켰다. 김대중 정권을 계승한 노무현 정권 역시 그 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시중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하여 투자 증가를 꾀하려고 저금리 정책을 썼다가 오히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났다. 저금리이지만 생산적 투자보다는 투기가 더 많은 이익을 남기고, 특히 금융투자가 부동산 투자보다 불리한 환경에서 부동산 투기는 예정된 것이었다. 게다가 소득정책이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수 진작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노무현 정권은 경기부양을 위해서 전통적인 토건국가 방식을 사용하여 전국의 산과 하천을 파헤치고 있다. 그 결과 노무현에 대해 비판적 지지 세력이었던 환경운동 단체들이 작년 하반기 환경시국선언까지 할 정도가 되었다. 노무현 재임 동안 토지 가격 역시 벌써 2배 이상 상승했다. 03년 10.29 부동산 대책은 당시에 터져나오기 시작했던 부동산 투기에 대한 미봉책에 불과했다. 이제는 정부 정책이나 경제 관료의 발언에 부동산 시장은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충분히 예측 가능했는데도 왜 당은 준비하지 못했던 것인가? 단순히 능력에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인식의 한계를 말해준다.

3. 정책과 투쟁의 결합은 어떻게? - 정책 정당이 아니라 운동 정당!

현상적으로 드러난 당원들의 불만 이외에도 당의 부동산 투기 대응은 또다른 한계가 있다. 민주노동당은 7월 초 정책위 보도 이후, 7월 중순 부동산 공동 TFT와 대책위를 구성하였고, 7월말 부동산 조세에 대한 토론회, 8월 중순 토지·주택 공개념 토론회까지 발빠른 행보를 취해왔다. 그러나 발빠른 정책 행보는 투쟁과 전혀 결합하지 못하고 있다. 김동춘 교수마저도 쓴소리 X에서 “광화문 네거리에 신문고라도 걸고 시위를 조직해야 한다”고 했으나, 오히려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 제안이라든가, 정당 간 정책 논의 제안 등 원내 대응에 갖혀 있다.
정책은 투쟁과 함께 가야한다. 정책 정당이라는 미명하에 의회주의적인 실천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투쟁과 결합된 정책을 느낄 수 없는 당원과 대중들은 여전히 불만이다. 즉각적인 투쟁이 없다면 하다못해 김동춘 교수 말처럼 거리에 나가서라도 조직해야한다. 그런데 왜 당의 운동적 상상력은 의회 밖으로 뻗어나가지 못하는가?

4. 반자본주의 대중운동관이 부재한 당 지도력

따라서 작금의 민주노동당 부동산 투기에 대한 대응 한계는 단순히 정책 역량의 한계나 지도부가 민생 개념이 없다는 식의 접근으로는 문제 해결의 답이 나오지 않는다. 정책연구원 탓은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여 정치적 속죄양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민생 개념 운운 역시 너무 조야하다. 민생이라는 단어 자체는 노동계급의 과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특히 민생 보호는 자본주의라는 체제에서 본질적으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채, 매우 시혜적으로 위정자들이 백성들에게 먹고살만하게 해준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열우당이나 한나라당의 정책 기조로도 등장한다.
오히려 당 지도력에 있어서 ‘반자본주의’ 대중운동관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원인 분석을 해야 한다.
현재 자본가 정권 노무현은 경제 위기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오히려 정략적으로 연정을 통해서 자신의 실정에 따른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 부동산 투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경우, 부동산 가치 하락 → 가계 부채의 부실화 → 금융권의 보수적인 여신 운영 → 시중 자금의 경색 → 장기불황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다. 결국 자본가 정권 노무현은 금융권의 부실을 초래할 부동산 가격 폭락을 무릅쓸 가능성은 없다. 고유가 시대에도 총리는 두고보자고 하고 되려 공공기관 예산을 조기 집행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해서 발악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부동산 투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서 반시장주의 노선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사적인 공급체계는 부동산 가격의 적정한 이윤 보장을 넘어서 막대한 이익을 보장하지 않는한 공급유도가 불가능한 방식이다. 게다가 어디에서나 택지의 한계는 존재하고, 주택은 언제나 과수요상태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만성적 과수요 상태에 놓여있는 주택시장을 분쇄하지 않는 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반복될 뿐이다. 따라서 일거에 소유 문제에서부터 시장과 유통 문제를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부동산 투기나 주택 및 토지 문제는 자본가 정권의 한계를 적극적으로 폭로할 수 있고, 대중을 투쟁으로 조직할 수 있는 사안이다. 담보대출로 자금시장에서 빠져나와있는 과잉부동자금이 떠다니고 있고, 노무현 정권은 금융권의 부실을 초래할 부동산 가격 폭락을 무릅쓸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자본가 정권 노무현의 약한 고리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회주의 원칙을 계승·발전시키고 노동자 계급에 입각해 권력을 장악하겠다는 민주노동당은 자본가 정권과 맞짱을 뜨는 반자본주의 대중운동으로 부동산 대책에 접근해야한다. 그러나 당은 권력의 뿌리까지 최근 흔들리고 있는 노무현의 약점을 잡고 맞짱을 뜨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정반대로 불철저한 사상적 한계 속에서 노무현에게 끌려다니고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부동산 투기에 대한 당의 대응 한계와 연정에 흔들리는 당의 모습은 반자본주의 대중운동관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원인이 같다.

5. 향후 과제 : 무상주택을 요구하는 반자본주의 대중운동을 전개하자!

1) 대담하라, 대담하라, 더욱더 대담하라!

언론 보도나 대중 속에 각인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부동산 정책은, 열우당보다 정도가 센 과세와 경실련보다 정도가 센 토지공개념이다. 그러나 보수정당들마저도 토지공개념을 주장하고 있는 마당에, 민주노동당은 더욱 대담해야 한다. 배포없이 의회라는 틀거리 안에서 국회 특위를 구성하자는 이런 소심한 주장에 머물러서는 보수정당과 차별화된 진보정당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무상주택 요구를 전면적으로 주장하자! 또한 전국적 차원에서 부동산에 대한 소유와 교환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를 주장하고, 과세를 통해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들에 대한 몰수를 위해서 전국토지주택위원회를 주장하자! 전국토지주택위원회는 우선적으로 은폐되고 있는 주택 및 토지 소유에 대한 통계자료를 공개해야한다.

2) 투쟁 주체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실제 민주노동당의 향후 부동산 정책과 투쟁이 결합되기 위해서는 투쟁 주체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무상교육·무상의료·부유세 운동본부> 꼴이 날 것이 쉽사리 예상된다. 예를 들어 원가 공개의 경우, 건설 독점 자본들의 초과 이윤에 대한 공개이기 때문에 건설 노동자들의 임단투와 결합될 수 있다.
과거에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투쟁은 발전노동자들의 영웅적인 파업 투쟁으로 최정점에 이르렀고, 대중들은 공기업 사유화가 공공성의 훼손이라는 자각을 하게 되었던 것을 기억하자. 결국 작년 여름 발전소 민영화는 정권 차원에서 중지되었다. 단순히 정책에 대한 홍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생존권 투쟁과 반자본주의적인 요구가 결합되어 대중운동으로 나타날 때, 대중의 의식의 자각이 나타나고 투쟁 역시 승리할 수 있다. 이처럼 대담한 주장과 대중의 투쟁이 결합하여 반자본주의 대중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투쟁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