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정치신문 해방

북미간의 현안문제 해결은, 전적으로 ‘미국이 얼마나 현실에 순응하는가’에 달려 있다.

ㅣ 성두현

7월 29일 현재까지 제4차 6자회담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내고 끝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회담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어떠할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핵심은 미국이 북미간의 관계정상화에 어느 정도로 적극적인가이다. 최근년 북미간의 공방을 지켜보면 북한의 태도는 매우 간명하고 일관성이 있었다. 북한은 일관되게 북미관계의 정상화와 핵무기 및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의 폐기를 서로 맞바꾸는 식의 해법을 제시해왔다. 만약 미국이 북미관계정상화를 결심하면 북미간 현안문제는 일거에 해결될 수 있다. 미국이 이러한 방식의 해법을 거부하고 ‘선핵폐기’를 고집해온 것이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해왔다.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이번 6자회담의 미국측 대표 힐은 ‘관계정상화에 착수할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힐의 발언은 곧바로 워싱톤의 국무부에 의해 부정되었다. 7월 28일자 연합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7일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힐이 말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보도 내용을 사실상 부인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힐 차관보가 언론과는 짧은 접촉을 가졌으며, 그는 그런식으로 말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가 말한 것은 6자회담의 의제이며 즉, 한반도 비핵화’라고 말했다. 그는 ‘ 미국의 접근법은 지난해 6월 제안에도 포함돼 있듯이 북한쪽에서 선의의 조치를 취하면 미국과 다른 당사국들이 선의의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는 것’이라면서 ‘북한 앞에는 미국은 물론 다른 전세계 국가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관계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근본적인 선택이 놓여 있으나, 먼저 그들이 결정해야 할 것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숀 매코맥 미국무부대변인의 발언처럼 끝까지 북미관계의 정상화라는 ‘말에 의한 약속’을 거부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만약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이런 태도를 고집한다면 제4차 6자회담은 실질적인 내용의 진전 없이 끝나게 될 것이다.

이번 6자회담에서 미국은 과거와 비교 몇가지 지점에서 ‘현실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 하나는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협상에 과거와 비교하여 적극성을 보인 점이다. 물론 미국은 큰 틀에서 다자협상틀을 기본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수차례에 걸쳐 북한과 양자협상을 벌임으로써 ‘북미간의 현안문제해결의 기본축은 북미간의 협상’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현실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였다. “1기 부시 행정부때 북?미양자대화 같은 것이 있었다면 관련 인물들 이 줄지어선 채 총을 맞았을 것??이라는 잭 프리처드 전 대북협상 특사의 발언은 미국의 태도변화를 잘보여준다. 이번 6자회담이 북미간의 현격한 의견차이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협상결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미국이 현실을 일부 인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에 의하면 미국의 ‘현실순응’은 아직까지 그다지 진행된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실가능성이 전혀 없는 ‘선핵폐기’를 여전히 고집하고 있고 북미관계정상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도 없다. 미국은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라는 회담전 한미일회합에서의 합의를 파기하고 회담에서 인권문제를 거론하였다.

만약 제4차 6자회담이 ‘공동문서’의 발표라는 성과조차 내지 못할 경우 회담참가자들 모두가 커다란 부담을 안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이 애매한 문구의 문서를 발표하고 차기 회담을 약속하는 형식으로 끝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번 회담이 이러한 방식으로라도 종결되지 않는다면 다음의 수순은 북핵문제가 유엔안보리에 회부되는 사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상황전개가 어떠한 행보를 갖게 되든 분명한 것은, 북미간의 현안문제 해결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유훈까지 인용하며 자신들이 핵무기의 보유를 최종적인 목표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핵폐기와 북미관계정상화를 맞바꿀 태세만 갖추면 북미간의 현안문제는 일거에 해결될 수 있다. 미국이 얼마만큼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에 순응하는가에 모든 문제의 해결이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시대의 대세를 거슬러 미국이 현실을 거부한다면 사태는 점점더 어려운 상황으로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번 6자회담은 미국이 여전히 현실의 인정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미국이 이러한 태도를 포기할 때 비로소 북미간현안문제 해결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북미간의 현안문제 해결은, 전적으로 ‘미국이 얼마나 현실에 순응하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