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건물 입구에는 ‘자유, 평등, 정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대법원 홈페이지에는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 뒤로 ‘자유, 평등, 정의’가 새겨진 대법원 건물의 사진을 게시하고 있다.
‘자유, 평등, 정의’는 인간은 신분적 예속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며, 자유와 평등을 수호하기 위해 정의를 구현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처럼 법은 과연 우리 노동자와 민중에게 유용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은 결코 노동자와 민중의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세의 봉건사회는 자본가들의 혁명으로 무너졌으며, 이 때 자본가들은 그들이 지배계급이 되어 근대 시민사회를 구성하게 된다.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부를 늘리기 위해서는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에 봉건영주로부터 농노들을 해방시키고 그들의 신분적 예속을 벗어나게 했다. 하지만 농노들은 봉건영주로부터 자유로워진 반면에 노동자라는 또 다른 신분을 갖게 되면서 근로계약의 자유만 있을 뿐 여전히 자본가 계급의 피지배계급으로서 착취와 억압의 대상이 되었다. 노동자들은 허울뿐인 근로계약의 자유를 누릴 뿐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자본가들은 ‘소유권은 침해할 수 없는 신성한 권리이다’라면서 생산수단을 천부적인 권리로 절대시하였다. ‘소유권’은 ‘신이 만든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라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권리일 뿐이다. 이처럼 법은 이미 역사적으로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은 것으로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으며, 자본주의사회에서의 법은 단지 지배계급인 자본가들의 강력한 지배도구일 뿐이다.

우리의 현실을 한번 둘러보자. 우리는 한국사회에서 소유권이 얼마나 침해할 수 없는 신성한 권리로 행사되고 있는지를 삼성재벌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볼 수 있다.
지난 2월 7일 삼성재벌은 "이건희 회장 등이 공동 출연해 설립한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을 포함해 8천억원 상당의 기금을 조건 없이 사회에 헌납키로 했다. 장학재단 기금으로 4500억원이 이미 출연됐으며 이재용 상무와 이부진, 이서현씨 등이 계열사 지분 취득 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익 1300억원과 고(故) 이윤형씨의 재산 2200억원 등 3500억 원을 추가로 기부하겠다.”고 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가족 개개인이 얼마만큼의 재산을 갖고 있는지 자세한 내역을 알 수 없지만 삼성이 스스로 밝힌 바에 의하면, 이미 고인이 된 이윤형씨의 재산이 2200억원인 것을 알 수 있다.
20대의 학생으로서 불운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이윤형씨가 2200억원이란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재산의 소유권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편법 상속과 불법 증여로 대물림되고 있으며, 신성한 권리, 그 이상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두고서 우리는 ‘인간은 태어나면서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할 수 있으며, “소유권은 침해할 수 없는 신성한 권리이다”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는 단지 자본가들이 하는 말이다. 노동자로부터 노동의 가치를 착취하여 부를 축적하는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허구적인 이데올로기 공세일 뿐이다.

정부는 삼성재벌에게는 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철도 노동자의 파업에서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을 해야 할 의무만 들이대며, 노동을 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는 직권중재라는 올가미를 씌워 현행범으로 즉시 체포하여 노동자의 자유를 구속한다. 이러한 사실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말은 순전히 거짓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게 해준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노동자와 민중들의 법에 대한 의미를 잘 함축하고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이 있는 자본가에게는 벌을 받아야 할 죄도 죄가 아닌 것으로 되며, 민초들에게는 죄가 아닌 것도 죄가 된다.

우리사회에서 재산의 소유권이 신성시되는 한 노무현정권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회 양극화의 해소'는 요원하며, 이는 사기꾼의 감언이설에 불과하다. 사회 양극화 해소는 재산의 소유권에 대한 상속제를 폐지하고 사후의 개인 재산을 국가에 귀속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상속제의 폐지와 같은 소유권의 제한은 자본가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동안에 이를 현실적으로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 양극화 해소는 노동계급이 정치권력을 장악할 때만이 가능하며, 이러한 이유로 우리 노동자들은 정치를 해야만 한다.
'자유, 평등, 정의'는 노동자 정당이 집권할 때 진정하게 구현될 수 있다.

소유권은 신성한 권리가 아니다.
노동권이야말로 모든 인간의 진정한 권리이다.
노동자가 일할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노동자들이여 정치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