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일해서 옷 한 벌 만들어 2만3천원 받는 루치아노 최 노동자의 현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고급 여성의류 회사인 루치아노 최에서 노동조합(서울의류업노동조합 루치아노 최 분회)이 회사 안에 천막을 치고 파업투쟁을 벌인지 150여 일이 지났다.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것은 소사장제를 철폐하고 회사의 정규직원으로 고용해줄 것과,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것, 그리고 소사장이라는 비정규직 신분을 하청이라는 또다른 비정규직으로 한 번 더 얽매려는 생산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하청화 시도를 전면적으로 철회하라는 것이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국내에 있던 의류패션산업은 양분되었다. 중저가 의류가 많이 만들어지는 한편, 경제위기 이후 늘어난 고소득층이 비싼 옷을 찾으면서 한 벌에 수백만 원 하는 고급의류 시장도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주로 백화점의 명품관에서 판매되는 고급 여성의류 회사들의 1년 매출액은 수백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직접 옷을 만드는 노동자들은 경제위기 이후 회사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강요한 소사장으로의 전환 때문에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다. 가령, 루치아노 최에서 300만원에 팔리는 자켓 한 벌을 2명이 1일 12시간 걸려 만들 때, 옷을 만든 두 노동자가 받는 돈은 23,000원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원자재 값을 제하고 나서, 사장은 170만원을 챙기고 옷을 판매하는 백화점은 110만원을 챙긴다. 게다가 서류상의 허울뿐인 소사장이라는 신분상의 제약 때문에 의류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4대 보험, 연월차 휴가, 연장수당, 퇴직금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마저 빼앗겼다. 생산직 노동자들을 더욱 착취함으로써 루치아노 최는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고, 그 결과 우수 업계로 선정되어 정부로부터 상을 받기까지 했다.


끈질긴 투쟁과 연대의 힘으로 노동3권 쟁취하고 비정규직 철폐하자!

150여 일이 지나도록 사측은 지속적으로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차례 용역깡패를 투입하여 회사 안에 있는 재고 의류물량과 생산에 필요한 기자재를 탈취해가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작년 12월 29일 법원이 판결을 통해 회사측은 노동조합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교섭하고 쟁의기간 중에는 하도급을 통해 의류를 생산하지 말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교섭위원으로 나선 조합원들을 해고하고 하청업체를 통해 옷을 만들어 백화점에서 버젓이 팔고 있다.

회사가 투입한 용역깡패에 의해서 얻어맞고 라이터불로 얼굴이 그슬리는 상황에서도 루치아노 최 노동자들은 꿋꿋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불법 하도급을 감시하고 처벌해야 할 노동부마저 그 일에 손을 놓고 있자, 노동자들이 일일이 하청업체를 찾아다니면서 불법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의류의 생산을 막았다. 판매할 수 있는 옷이 부족해진 회사가 조바심을 내며 하청업체를 몇 번이나 옮겨 다니게 하면서 겨우 옷을 만든 후에 빼 가서 백화점에 진열하면, 백화점으로 수십 명이 달려가 그 옷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회사의 만행을 이야기하면서 판매 자체를 막아버렸다. 노동자의 피와 땀을 착취하면서 덩치를 키운 루치아노 최 자본과, 그 회사가 불법적으로 옷을 만들든 노동자들을 탄압하든 상관없이 막대한 판매 수수료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백화점 자본을 혼내주기 위한 노동자의 강력한 무기인 생산에 대한 통제 투쟁을 끈질기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옷 만드는 ‘선생님’으로 불리며 살아온 루치아노 최 조합원들은 투쟁을 거치면서 자신이 노동자임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수개월 동안 이어진 투쟁으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지고 있지만, 이미 투쟁해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서울의류업노동조합의 다른 분회 동지들이 연대하고 다른 많은 단위들이 연대하고 있기에 그를 통해 힘을 얻어 싸워 나가고 있다. 루치아노 최 노동자들의 승리를 통해 의류업 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쟁취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할 수 있도록, 끈질긴 투쟁과 힘찬 연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