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다. 사건의 윤곽이 어느 정도까지 드러났는가?

국정감사가 지난주에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혐의 혹은 폭로 차원에서 제기되었던 것을 연루된 사람들을 불러가지고 공식적인 검증을 시작했는데, 아직 명확하게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지는 않았다. 새롭게 드러난 것은, 이미 사퇴를 한 PT의 재무담당자가 선거 자금과 관련해서 이중장부가 있었다고 시인을 해 또다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부정부패 사건에서 쟁점이 된 매수와는 별도로, 이중장부가 있었고 공식적으로 회계 처리가 되지 않은 수입이 선거에 지원이 되었다. 수입의 근원지는 정부와 PT의 광고회사, PT가 장악한 주정부에 있는 공기업들이다. 애초에 제기되었던 연정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표를 매수하기 위해서 다른 정당의 의원들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제공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방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다만 여전히 강하게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보고되지 않은 돈과 다른 정당들의 정치인들에게 들어간 돈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라는 것인데 아무도 검증하지 못하고 있다. PT측에서는 강력하게 부인을 하고 있고, 여전히 의혹은 남아있는 그런 상황이다.

2. 왜 지금, 그것도 야당(PTB) 총재가 폭로했다고 보는가?

PTB는 연정에 참여했던 중도 우파 정당이고, 비교적 소규모 당이다. 내년에 양대 선거를 앞두고 각 소수 정당들은 거대 정당들 사이에서 정치적 계산이 굉장히 복잡하다. 포지셔닝을 어떻게 해야 내년 선거를 앞두고 더 유리한 고지 혹은 지분이라든가 영향력을 더 확대할 수 있을까, 이런 맥락에서 폭로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 룰라의 태도는? 탈당까지 시사했었는데, 그 뒤로 바뀐 것이 있는가?

잠깐 내비치긴 했는데, 그 때가 문제가 가장 고비에 이르렀을 때이다. 처음에는 그냥 폭로성에 그쳐 나름대로 비서실장 사임 선에서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당 사무총장, 재무당담, 비서, 당 대표까지 줄줄이 사임을 하고 그 이후에도 계속 드러나는게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 당시에 노동자당이 아무래도 너무 큰 타격을 받고, 행정부, 룰라한테까지 번지는 것, 그리고 이후 대선이나 내년 후보 문제와 관련해서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탈당 얘기까지 나왔던 것 같다. 그 이후 더 구체화되거나 진행된 것은 없다.

4. 집권 후 부패한 것인가, 아니면 우익의 총공세인가? 어떻게 보는 것이 정확한 것인가?

근거 있게 폭로하는 것이냐 없이 하는 것이냐가 관건인데, 여기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브라질 노총 간부이자 PT당원의 경우, ‘부정부패는 없었는데 우익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총공세에 나서는 것이다’라고 얘기를 했다. 반면에 브라질 PT 소속이 아닌 사람은 표를 매수했다는 것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투명하지 못한 재정 운영이라든가 권한을 남용한 선거운동 자금 모금 사례 같은 것이 팩트로 드러났고, 부당하게 모금한 돈과 증거가 드러났든 안 드러났든 다른 당의 표를 매수했다는 강한 의혹이 현재 있는 것이고, 국민들 상당수가 여기에 동요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외부로부터 강한 의혹이 있으며, 일부 제도적으로 주어진 권한들을 남용할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집권하면 인사 임명권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지는데, 권한에 따른 남용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또한 당의 회계 문제에서부터 시작해서 투명하게 밖에서부터 감시하고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충분하게 만들어내지 못하지 않았나.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최근에도 남아공의 ANC(아프리카 민족회의)에서도 임명직 부통령이 사임을 했다. 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이 정부 사업들을 수주하는 곳에서부터 돈을 받았다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어서 사임을 한 것이다.
좌파들이 도덕적 우위를 드러낸다고 해도 좌파가 부정부패에서 자유롭다는 자동적인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브라질 PT, 남아공 3자 동맹에서 최근 드러났고, 이는 민주노동당에게도 크나큰 과제이다.

5. PT 내 시스템의 부재도 원인이지만, 당이 외형적인 성장만 가져가면서 오히려 당원들의 아래로부터의 통제력이 퇴보한 것이 더 중요한 원인이 아닌가?

당이 커지든, 권력과 권한이 많아지든, 집권해서 정말로 막대해지든, 그런 유혹의 여지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제도적으로 방지하거나 감시하는 시스템이 작동을 하지 않은 것이다. 운동적인 차원, 즉 당내의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압력도 중요하지만, 제도도 굉장히 중요하다. 전문분야들이 생기고 권한이 생기고, 당이나 노조가 커지면 커질수록 재무담당자의 권한이 커지는 것에 대해 감시와 감사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도덕적인 기준, 당선된 이후에도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물론 각급 의결 단위에서의 투명성과 깨끗함에 대한 요구들과 정신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

6.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바로 연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정당의 의원까지 매수했다는 것이다. 소수파 집권당으로서 의회 내 다수를 유지하려다 보니까, 그것이 당 내 부정부패와 연결되면서, 이번과 같은 다른 정당 의원 매수 사건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질 수 밖에 없지 않나?

매수했다는 것이 팩트로 드러난 것은 아니고, 그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PT가 상·하원에서 30%를 넘지 못하는 의석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정국을 이끌려면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이기 위해서 장관직도 주고 각종 정치적 타협을 통해서 이끌어 가야하는데, 이것도 수월치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하는가라는 딜레마가 있다.
의혹이 제기되고 난 후, PT 내외 좌파 측에서는 ‘기존 정치 관행에 물든 행태들을 중단하고 외부, 즉 사회운동과의 연대를 통해서 정면 돌파를 해야한다’, ‘사회운동의 압력을 활용해서 정국을 돌파해야하고 밀실에서의 타협하는 관행을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현재 수준에서처럼 적당히 도려낼 부분들을 도려내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대로 가자는 얘기도 있다.

7. ‘사회운동과의 연대’란 노동자 민주주의의 수립과 밀접하다고 본다.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 제도가 안정되어 있을 때, 좌파의 집권이라는 것은 선거를 완전히 배제한 채로는 가능하지 않다. 문제는 선거로 집권을 했을 때,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이용하지만, 그와 다른 노동자 민주주의로 전화해 나가는 접근이 필요하지 않나? 예를 들어 참여예산제나 PT의 누클레오 등.

브라질 PT가 지난 15년 동안 꾸준히 제도권과 친숙해지고, 정책과 이념은 오른쪽으로 이동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밟았던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한다. 다만 집권을 한 다음에 이뤄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평가들이 다를 수 있다.
이번 사례를 볼 때에는,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정책적 단절은 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근대적 정치제도로 가는데 한 발짝 기여를 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도 퇴색되고 있다. 기존의 정치 관행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를 못하고 있다. 그것이 굉장히 안타까운 것이다.

8. PT가 우경화되고 있었지만, 기대를 걸었던 것은 참여예산제와 같은 살아숨쉬는 노동자 민주주의였다. 관건은 대중을 참여시키고 대중이 민주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가인데, 이제 그런 노동자 민주주의 마저 퇴색된 것이 아닌가?

소위 좌파 세력들이 PT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룰라 정부가 의미가 있느냐 없느냐이다. 관건은 집권의 경험을, 지지했던 많은 노동자 농민 빈민들에게 있어서, 지금의 상황이 취약하다고 한다면 보다 더 나아가기 위한, 그런 하나의 의식화 과정, 교육의 과정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유의미하겠지만, 그렇지않다고 한다면, 관리의 대상으로 생각을 한다면, 이는 몰락의 길을 걷는 것이다. 이번 사건도 그렇지만, 점점 더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브라질 좌파뿐만 아니라 전 세계 좌파에게도 비극적인 것이다. 본질에서 벗어나는 사건들이 계속 생기고, 이후에 당내 역학 관계를 좀더 살펴봐야 되겠지만, 장기화될 조짐까지 보이니까 그런 여지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 브라질 좌파뿐만 아니라 전 세계 좌파에게 크나큰 타격이라고 본다.

9. PT가 대중정당을 강조하면서 이념이나 노선을 치열하게 결정하는 것을 유보한 측면이 있지 않나? 실제 집권을 했을 경우에, 소수당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충분히 예측되는데,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서있지 않으면 힘들지 않은가? 특히 PT가 변혁의 경로의 문제에 있어서, 부르주아 국가를 어떻게 개조하고 변형할 것인가에 대하여, 너무 취약하지 않았나?

PT도 하나의 단일한 세력이 아니기 때문에 내부에 각 정파라든가 다양한 분포들이 나타나는데, 어떤 이념적 정치적인 엄밀성이나, 각기 다른 정파 사이의 치열한 논쟁 같은 것이 취약하지 않느냐라는 지적들은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T가 주목을 받은 것은 새로운 사회주의, 즉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명명 하에 노선으로 정하고, (여기에 대한 생각들이 당내 각 정파들마다 다르겠지만... 사민주의와 동일시하는 그룹들도 있고, 새로운 사회주의의 재구성으로 사고하는 사람들도 있다.) 참여를 통해서 대중들의 책임감이나 권한을 강화시켜가는 방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PT 내 좌파들이 주도했던 지역들에서 일어났던 참여예산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모습이 전 세계 좌파들로 하여금 PT를 주목하게 했던 이유가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PT가 가능성과 한계를 고스란히 다 안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면 한계들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