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란 대선 결과에 대한 해석은? 보수파도 개혁파도 아닌, 제3의 선택이 아니었는가?

이란 국민 스스로가 최선의 선택이라고는 자기네들 스스로도 평가하지 않았고 차선의 선택이라고 이야기했다. 하타미가 지난 8년 동안 인권 개선과 진보적 개혁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에서 대통령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지명직 총리의 권한밖에 갖지 못하는 상태에서 개혁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고, 기대에도 전혀 미치지 못했다. 행정을 제외한 사법·군·의회·언론·경찰·정보를 완벽하게 보수 성직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체제에서, 개혁은커녕 삶의 질은 오히려 더욱 악화되었다. 내부적으로는 구조적인 부패와 부의 특정 보수층에의 집중,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지속적인 경제 제재, 이런 영향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아흐마디네자드가 내세운 슬로건이 일단 서민들에게는 하나의 대안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희망의 메시지를 준 것이다. "임금인상, 공공요금의 인하, 구조적 부패 청산, 의료보험 확대". 가장 서민들과 함께 마음을 읽고 고통을 나누겠다는 의지가 유권자들한테 먹혀들어갔다.
서방이 라프산자니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란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고통받는 서민들과 노동자 계층의 열망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라프산자니는 일단 출신배경이 부유한 상인 출신, 자본가 그룹 출신이다. 정치 브로커의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게 박혀있기 때문에, 라프산자니가 개혁은 물론이고 서민들의 아픔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했다. 테헤란 남쪽에 있는 빈민층과 시골의 가난한 계층들이 거의 몰표를 아흐마디네자드에게 주었다. 자본이 특수한 계층에 집중되어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산층들의 표 역시 2차 투표에서 아흐마디네자드에게 갔다. 라프산자니의 태생적 한계, 20년간 정치 브로커로서의 나쁜 이미지 때문에 결국 기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민주주의의 결과이지, 우리 언론에서 이야기하듯이 보수니 개혁이니, 그런 형이상학적인 자기 이익에 따라 제멋대로 판단하는 것은 이란의 실정과 맞지 않다.
큰 문제가 젊은이들의 실업이고, 봉쇄 경제 하에 있기 때문에 생활고가 가장 큰 문제이다. 이번에 아흐마디네자드가 임금인상과 동시에 일자리 창출이라는 것을 크게 내세웠던 것도 그것 때문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에, 친미적 자본가에게서 자본과 석유자원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미국의 경제 압박 때문에 이를 활성화하고 산업화시켜서 국민들에게 배분하는데에 실패했다.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쳐버린 것이다. 그 석유 자원을 앞으로 어떻게 균형있게 배분할 것인가가 아흐마디네자드가 해결해야할 가장 큰 과제이다.


2. 향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관계는?

부시와 매파 행정부는 속으로 표정 관리가 안 될 것이다. 절호의 기회를 찾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9.11 테러 이후에 무리한 아프카니스탄 공격, 무리한 이라크 전쟁으로 수렁에 빠져있기 때문에, 새로운 주적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란에 강경 정부가 들어서고, 핵 개발을 하고, 알케에다 조직에 그것이 흘러들어가고, 그 조직이 미국민을 공격할 것"이라는 시나리오 만큼, 가장 확실하게 분명한 전쟁 정책을 수행할 여건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이란 선거 전부터 노골적으로 내정 간섭하는 발언을 했다. 아흐마디네자드가 당선된다면, 핵개발이 가속화되고 세계 평화를 해치고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되기 때문에, 공공연하게 개혁파를 지지해달라고 했다는 것 자체가, 강경파를 도와주려고 하는 의도적인 발언이 아니었나라고 개인적으론 생각한다.
지금 이란 내에서도 국민들 사이에 국민을 통합해주는 가장 강력한 연대 코드가 '반미'이다. 그래서 어떤 정권이든지 반미라는 코드를 버리고서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유지할 수도 없는 구조이다. 미국이 이란 내에서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정권이 설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런 메시지를 보낸 것은 침묵하는 중도 투표자들이 몰표를 보내도록하는 고도의 전략적 수법이며, 미국의 의도대로 된 것이다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타미 시절 미국과 대화를 통해서 미국의 경제 봉쇄를 풀려는 시도는 미국에 의해 번번히 거부당했다. 왜냐하면 강경 이미지의 이란이라는 주적을 미국이 필요로 했고, 그래서 자구책으로 하타미는 그 방향을 EU 쪽으로 돌렸다. 지금 EU와 이란과의 관계는 좋다. 아흐마디네자드는 미국과의 관계는 끊겠지만, EU와의 관계는 지속할 것이다. 이란의 대외적인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무조건 반서방적인 노선이 아니라 반미적인 노선일 것이다.


3. 이란 핵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북핵과의 관계는?

아흐마디네자드는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고 했다. 평화적으로 이용하고 연구개발할 권리, 즉 핵주권을 주장했다. 의료, 발전, 농업, 등 평화적 목적은 발전과 삶에 기여하며, 주권이기 때문에 강요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은 이란 핵을 무기와 연결시키고, 테러와 연결시켜서, 미국을 공격할 것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비약적인 삼단논법이며, 성격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란의 핵 프로젝트는 서방이 기술지원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관여했고, 러시아가 원자로를 건설 중이다.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통제 시스템이 있고, 절대적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다. EU와 러시아도 핵 협조를 계속하겠다고 하고 있다. 러시아가 6개 원자로를 건설했고, 완공단계에 있다. 그런데 미국이 이걸 못 하고 있다.
북핵과 연계될 수도 있지만, 핵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연계 역시, 미국이 이란 문제에 골몰하면 북에 소홀하게 되고, 이란 문제가 해결되면 북에 집중할 수 있다는 연계 정도이다. 여기서 그 이상은 무리이다. 이란은 NPT에 가입했고, 서방기술로 만든다. 만약 미국이 이란 핵개발에 참여했다면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미국이 하면 다 선인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우리 언론 역시, 미국에 장단 맞추는 입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4. 아흐마디네자드 당선자가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는가?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하타미·라프산자니와 비교해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오히려 유리하다. 왜냐하면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당선되었고 동시에 서민들의 절대적인 성원과 지지 속에 당선되었기 때문에, 이란 개혁과 민주화의 최대 걸림돌이 되는 소위 1979년 이슬람 혁명 주체의 보수 성직자들에게 보다 과감하게 내부에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하타미가 겉으로는 개혁을 외치고 정말 8년 동안 온갖 힘을 다했지만, 태생적 한계와 보수층과의 갈등 때문에 거의 자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아흐마디네자드는 오히려 내부와의 협조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구조적인 부패라든지 성직자들의 언론과 사법부의 통제와 독점, 여성에 대한 지나친 억압, 경찰과 사법 제도에서의 인권침해 등을 오히려 강하게 요구하면서 바꿀 수 있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을 수 있다. 보수파들의 지지만으론 한계가 따르는데 절대적인 대중적인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열망을 보수층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아직도 사법과 언론·정보·군·경찰을 보수 성직자 일부 계층이 독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바라는 기준의 인권확대, 여권시장, 사법제도 개선 등 그런 아젠다를 실현시키기에는 역시 근원적인 한계는 가지고 있다.
또한 불행하게도 아직 이란에는 노동당이라든지, 노조 같은게 굉장히 억압되어있고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 그런면에서 노동자들의 혁명, 사회적 연대를 통해서 제도를 바꾸기에는 아직도 미성숙된 상태에 있고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가능성이 있는 개혁적 대안은 역시 테헤란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젊은 학생층들이다. 서구의 변화를 충분히 인식하고 얼마나 이란이 후진적인 상태에 있는가를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고 사회 개혁을 두려워하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력이 대학생 계층 밖에 없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에도 절대적인 선봉장 역할을 했던 것이 학생들이었다. 대학생들이 노동자 계층과 연계해서 대안적 개혁과 혁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노동자 계층 자체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전 중동의 사회주의 혁명은 군부 혁명이었고, 군부 세력이 독재 체제가 되었던 것이 하나의 정치적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란에서의 1979년 이슬람 혁명은 민중들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다. 혁명 세력들이 이제 한 세대가 흘러 기득권층이 되어 또다른 혁명을 두려워하는 아이러니는 있지만... 아흐마디네자드는 군 기술자로 복무했지만, 그 태생이 빈민 출신이고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기술자이지, 어릴 때부터 직업 군인으로서 군부문화에 젖어왔던 사람이라기보다, 전쟁 기간 동안 복무했기 때문에, 그 사람을 군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지 그룹도 테헤란 남부의 도시 빈민, 지방의 가난한 노동자 농민 계층이 압도적인 정치적 지지 세력이기 때문에, 이집트 나세르와 같은 군부 중심의 독재로 가기에는 좀 성격이 다르다.


5. 남미의 메르코수르와 같은 중동 지역 경제공동체의 가능성은?

이슬람 경제공동체 논의는 1970년대부터 있어왔다. 이슬람 공동 화폐, 공동 군 창설 문제 같은 논의가 있어 왔지만, 나라별로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 봉건산유왕국들은 지독한 친미 정책을 쓰고, 시리아·리비아·이란 같은 나라들은 서구와 거리를 두는 정책이다. 내부적으로 국가의 방향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통합이 안 되어 왔다. 지금도 통합 논의는 계속 있지만, 이슬람이라는 이데올로기 보다는 개별 국가 이익이라는 게 훨씬 커져 버렸다. 서구와 이슬람 이해관계에 있어서 이데올로기의 공통 요소가 서로 연대로 작용을 하지만, 걸프 전쟁 이후부터는, 개별 국가 이익이 걸려있는 문제에 있어서는 국가 이익 우선이 확연히 정립되어있다. 구체적인 경제 블록이 형성되기는 당분간은 어렵다. OIC(이슬람 회의 기구)라고 느슨한 정치적인 기구는 이미 나와있다. 57개국 정상들이 1년에 한번씩 회의를 하면서 이슬람 공통적 이슈들을 결정한다. 아랍 리그(아랍 연맹)은 아랍어를 쓰는 22개 아랍 국가들이 나름대로 조직을 만들어서, 역내 경제 활성화, 관세 감세 문제, 정치적인 이해에 대한 공동 보조를 취하는 역할을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공동체로 가기에는 절대적으로 석유 문제가 미국에 의존되어있기 때문에 미국을 버리고 독자적인 경제 블록을 형성하기는 현재로서는 어렵다. 특히 이란은 아랍 내에서 문화·종파·종족·언어적으로 별개의 문화권이다. 이란은 아랍 연맹에 가입도 못한다. 주변 아랍 국가들과 연계나 연대를 하기에는 더 어려운 입장에 있다. 이슬람이라는 종교는 같이 믿지만 나머진 다 다르다. 역사도 다르다. 공감대가 훨씬 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