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에너지의 상당수는 재생불가능한 자원에 기대고 있으며, 이는 점차 고갈되고 있다. 석유는 이미 생산의 정점에 도달하였다는 전망이 우세하며, 석유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실정이다. 전력발전만 보면, 석유보다 더 많이 의존하고 있는 석탄은 2005년 생산 기준으로 가채연수가 164년이나 되지만, 석유 및 여타 에너지자원의 고갈로 생산규모가 증대되면 고갈시점이 급격하게 앞당겨질 것으로 여겨진다. 우라늄의 경우 역시 고갈까지 70년 정도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석유와 석탄은 대표적인 화석연료로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된 요인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한다.

환경에 독이 되는 친환경적 재생에너지

위에서처럼 재생불가능한 에너지원이 기후변화 등 심각한 생태위기를 낳았고, 시간이 갈수록 고갈되고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의 실정은 재생에너지가 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되는 상황이 야기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는데, 캘리포니아에서 태양광 발전을 위한 패널을 건설하는 데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발전에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던 이유는 태양광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는 막대한 규모의 개발과 자연훼손에 있었다. 계획되고 있던 태양광 발전은 축구경기장 3,500개 규모의 면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환경을 파괴하는 조력발전 건설

이렇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는 비단 외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를 좋아하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한국에서도 조력발전소를 세계 최대 규모로 짓는 계획이 수립되어 있다. 조력 발전은 조석간만의 차를 이용하여 발전하는 방식으로, 통상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라고 선전되고 있다. 그러나 조력 발전을 위해서는 조석간만의 차가 큰 만이나 강 하구에 댐을 건설하고 밀물과 썰물 때에 터빈을 돌려 발전하기 때문에, 물길을 막는 수력발전과 같은 방식이자, 새만금에서처럼 바다에 방조제를 쌓는 것과 동일하다. 따라서 조력 발전은, 해수흐름의 변화, 갯벌 훼손, 먹이 사슬 파괴, 염분 농도변화, 생태계 혼란 등 댐 안쪽의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조력 발전이 건설되거나 계획 중인 곳은 총 4곳으로, 시화호, 가로림만, 강화도, 인천만이 예정지이다. 이미 물길을 막아 심각한 피해가 존재하는 시화호는 오히려 물길을 터주려는 취지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덜 하지만, 나머지 지역은 세계적인 갯벌지역에 수 Km에 달하는 댐을 쌓는 것으로 청정한 재생에너지를 얻는다는 명분이 무색해질 정도로 더 큰 생태문제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

대규모 조력발전 건설이 갑작스레 추진되는 배경에는 올해 바뀐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 존재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생산단가가 높아서 발생하는 차액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2012년까지 폐지하고, 발전사업자들의 발전용량의 일정부문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하도록 의무화하는 발전의무할당제(RPS)를 도입하였다. 이 정책에 따라 각 발전회사들은 발전용량의 2∼2.5%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여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간에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높일 수 있는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을 조장하였다.

무분별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니라 에너지 소비양식의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

지금은 에너지원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 또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환경에 독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생산과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이용을 끊임없이 확대해야만 하는 자본주의의 속성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없으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역이 더 많은 에너지 사용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가 아무리 지속가능하고 청정한 에너지라 하더라도, 더 많은 재생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자연에 대한 훼손이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마저 지금의 생산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 생태위기를 야기하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지금의 생산양식과 삶의 양식을 친생태적인 구조로 재조직하는 것이 재생에너지 사용으로의 전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