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적 축산업의 비극, 구제역

4월8일, 한국에서 네 번째 구제역 발생
4월8일 강화군 선원면 한우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4월22일에는 충주의 돼지농장에서 구제역 양성판정이 나왔으며, 4월30일에는 충남 청양군에 있는 충남 축산기술연구소에서까지 구제역이 발생하였다. 구제역 발생 한 달도 되지 않아,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인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 등은 구제역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각종 행사를 연기, 축소하고 있으며, 제주시는 구제역이 종식될 때까지 노루생태관찰원을 폐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구제역 감염이 의심되는 소와 돼지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가축에 대해서도 예방적 살처분을 하여, 4만3천여 마리 가량의 우제류가 살처분되었다.
한국에서 최초의 구제역은 2000년 발생하였으나, 2002년 이후 8년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 올해 1월12일부터 구제역 청정국으로 인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1월7일 포천에서 세 번째 구제역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네 번째 구제역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무엇이 구제역을 심각한 질병으로 만드는가?
구제역이 왜 축산산업에 심각한 충격을 주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심각하게 구제역에 대응하는지는 구제역이 어떠한 병인지 알 때, 이해할 수 있다.
구제역(口蹄疫)은 말 그대로 입과 발굽에 수포가 생기는 것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는 병이다. 이 병은 피코나바이러스라는 것이 발병원인으로, 소, 돼지 뿐 아니라, 양, 노루, 들소 등 우제류 전체에게 걸리는 감염성이 높은 질병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인간, 동물, 차량 등에 묻어 먼거리까지 이동이 가능하며, 직접 접촉 뿐 아니라 공기나 감염된 정액 등을 통해서도 감염이 가능하다. 따라서 매우 전염성이 높은 특징을 지닌다.
그러나 구제역이 심각한 질병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은 아니다.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라고 해서 그 질병이 사람이나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구제역의 경우에는 일부 언론에서 치사율이 50%에 달한다고 하지만, 이는 돼지의 경우 40-50%의 치사율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소의 경우에는 5%미만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성인 개체는 완치가 가능하다. 인간에 대한 감염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걱정할만한 것이 못된다. 인간 역시 수포 발생, 고열, 토사 등의 증상을 보이다 완치되는데, 인간의 감염이 확인된 것은 1966년 이후 없다. 구제역으로 사망한 사례 역시 1884년 영국에서 감염된 우유를 마신 아이 둘이 사망한 기록이 존재할 뿐이다.
구제역을 심각한 병으로 만드는 것은 가축이 구제역이 완치되더라도 성장이 부진해지고, 젖소의 경우에는 우유생산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제역이 걸린 가축들은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바로 이러한 특징 때문에 구제역이라는 병이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가축전염병이 된 것이다.
상품성의 저하를 막기 위해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하는 자본주의 축산
즉 구제역은 강한 전염성을 지닌 채, 감염된 가축들의 상품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철저하게 예방하고, 발병시에는 대대적인 살처분으로 저지해야하는 병이다. 구제역이 지나가고 나서 상품성 없는 가축을 지니고 있기 보다는 구제역 발생지역의 가축을 모두 죽여서라도 상품성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자본의 구제역 대처법이다. 가축에 대한 살처분은 감염가축, 미감염가축을 가릴 것 없이 진행되고 그 규모 역시 막대한 것이다. 1967년 영국 44만2천 마리, 1997년 대만 3백8십만 마리, 2001년 영국 7백만 마리가 살처분되었다. 한국에서도 4월 한달 4만3천여 마리가 도살되었다. 질병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러한 조치들은 전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며, 질병에 대한 치유책도 되지 못한다.
이에 더해 구제역이 발생하면, 다른 나라들은 자국으로 구제역이 확산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구제역 발생국의 축산물에 대한 금수조치를 취한다. 구제역 백신이 존재하지만, 백신을 접종한 가축은 혈액검사시 감염가축과 결과가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백신접종국 역시 무역제재가 취해진다.
따라서 구제역이 발병한 나라의 축산업 자체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나 구제역에 대한 조치들은 세계 자본주의적 측면에서 보면 몸통을 보호하기 위해 꼬리를 자르는 도마뱀의 행위와 비슷하다. 특정 지역이 피를 보더라도 축산업 자체의 시장성을 보존하는 것이 구제역에 대해 대처하는 자본의 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