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의료, 무상교육과 관련된 민주노동당의 실천에 대한 스케치를 굳이 한다면 변죽은 있으나 결정적 행동이 없어 관심을 집중시킨 구호가 종국에는 종이호랑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대선이후에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무상교육, 무상의료 운동본부는 용두사미꼴로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추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처음 제기했던 공공특위의 활동은 대표경선후 활동이 정지되었고, 이후 2002년 대선 때 제기되었던 무상의료 5개년 계획은 시간이 지나면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운동본부가 만들어지는 것은 정책과 실천의 연결해서 해당의제에 맞는 운동을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인데, 무상교육, 무상의료는 민주노동당으로서 한번도 운동다운 운동으로 만들어진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선거 때가 되어야 부랴부랴 전문가들을 불러서 정책을 마련하고, 이후에는 주체형성을 하지 못해 흐지부지 되는 일이 창당 후 변함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


"암부터 무상의료", 무엇이 빠져 있는가?

최근에 제기한 암부터 무상의료 문제만 해도 그렇다. 사실 건강보험의 허약한 보장성(보험적용범위가 제한적이라는 면에서)은 국내 보험시장 규모를 79조로 세계 6,7위권에 다르게 하고 해마다 성장률도 5%에 달하게 하는 주범임이 분명하다. 그중에서 암보험시장의 확대(연간 3조원으로 건보재정의 17%수준)는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준보험료를 강요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싸움의 대상과 주체형성에 실패함으로서 사회적 의제를 확대하고 실천으로 나가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지금 암부터 무상의료운동에 열성을 보이고 있는 곳은 사회보험노조와 보건의료운동을 해왔던 시민사회운동가들이다. 이 의제를 제기한 배경이 건보기금이 1조 5천억이 흑자였다는 사실이므로 사회보험노동자들이 전면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의미 있는 주체형성의 가능성이 열렸지만 이를 자본과 노동의 대립으로 전면화하려는 계획과 의지가 모자람으로서 파괴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무상의료와 관련된 대립을 보다 선명히 부각시키고 노동운동의 의제로 삼기위해서는 먼저 의료의 시장화를 주도하고 있는 의료자본 및 금융자본(보험사)과 대립하고 있는 노동진영의 조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조직화의 한축은 사회보험노조와 보건의료산업 노조가 될 것이며 서비스 수요의 당사자들이 다른 축이 될 것이다. 당연히 투쟁의 대상은 사적의료보험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보험사와 암환자를 통해 병원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병원자본, 암치료제를 팔아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고 있는 제약자본이 된다. 지금처럼 민간보험으로 획득된 초과이윤을 국가에 환급하라는 요구와 더불어, 의료기관의 사회화(국유화), 제약자본의 통제를 요구하면서 싸움을 벌여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총체적인 요구를 안고, 민주노동당이 앞장서야 하고 전 국민의 무상의료를 향한 투쟁을 선도해야 한다.


학원투쟁을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이끄는 무상교육요구

전 국민의 무상교육은 교육이 희망이 아니라 고통으로 변해버린 이 땅에서 절실한 요구중의 하나이다. 대학진학이 확대되고, 대학에 못가면 자식한테 원망 듣는 세상에서 대학등록금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사치스러운 요구가 아니다. 게다가 대학의 90%가 사학이고 국립대학이 등록금 일부 할인대학으로서만 기능하는 나라에서 대학을 장사하는 곳에서 이탈시키는 것은 교육전반에 대한 무상교육 요구로 이어지는 핵심고리가 된다.
교육투쟁의 대상은 당연히 재벌들과 유착을 뻔뻔스럽게 저지르며 등록금을 수탈하고 우수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공장으로 변한 대학들이다. 따라서 무상교육을 위한 투쟁은 대학생으로 하여금 예비 노동자의 자기권리를 자각하는 곳, 그리고 자본의 횡포에 대항해 저항을 조직하는 곳으로 대학을 새롭게 변모시킬 때 가능하다. 이른바 학원투쟁이란 대학내 복지문제나 등록금 인상률에 대한 쩨쩨한 줄다리기가 아니라 학원재벌들과 여기에 영합한 국가에 대고 삶의 기본권리로서 무상으로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젊은 세대를 자본주의 원리에 순응하는 굴욕적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우리 운동의 미래와 관련된 것이다. 그리고 노동과 자본의 대치전선에서 노동의 힘을 강화시키는 일환으로 학원을 노동의 유력한 동맹자로 그리고 사회주의자들의 요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학생위원회를 필두로 민주노동당은 학원투쟁을 노동과 자본의 관계를 구체화하는 투쟁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학원민주화투쟁이, 사회민주화투쟁으로 반제국주의 투쟁으로 확대되었던 80년대 초의 학생운동의 발전과정은 이제 무상교육투쟁이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나아가 사회주의적 운영원리의 확대를 위한 결의로 발전해야 하는 것이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요구는 사회주의 의식을 향한 과도강령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제안이든 실천투쟁이든 그것이 대중에게 새로운 사회운영원리, 사회주의를 이해하고, 원하게 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무상"과 관련해 민주노동당의 현재까지의 입장은 정책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재원마련방안을 마련하자, 재원마련 방안은 다수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쌈박한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위한 부유세 도입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식으로 대중의 의식을 이끄는 것은 필연적으로 대중의 정치적 지향을 사민주의의 길이거나 이것도 저것도 아닌 온정적 보수주의나 자유주의로 몰아가는 것이다.
무상교육은 재원의 문제이전에 학교가 사적자본에 고등학교는 50% 대학교는 90%가 장악되어 있고, 이를 타파하지 않는 한 어떤 재원을 만들어도 사회전체가 사적자본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것으로 귀결된다. 무상의료를 주장하면서 사적의료체계를 유지한다면 의사들 배만 터지게 하는 꼴이 된다. 만약 국가에서 개인이 납부하는 보험료를 전부 책임진다면 의사들의 웰빙을 실현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재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잘해야 좀도둑이고 대개는 큰 사기꾼에 불과한 교육, 의료자본을 국유, 공공소유(사회화)하는 것은 그런면에서 사회정의와 사적자본의 침해와 압력이란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구가 되는 것이다.
무상교육, 무상의료가 자본과의 대립에서 노동의 능동적 역할을 확대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책임지는 기관의 민주적인 노동자통제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즉 소유의 문제와 통제의 문제가 결합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결여된다면 그것은 사민주의 방식의 국유화, 즉 관료통제의 국가자본 확대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단지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과도강령이 목표하는바 노동자들의 의식을 사회주의로 이행케 하는 핵심요소인 것이다. 즉 통제의 필요성과 통제의 주체가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는 자각은 전 사회를 노동자의 민주적 통제하에 두어야 한다는 것, 자본의 시장경쟁을 대체하는 협력과 연대의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자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과도적 요구를 중심으로 기개 넘치는 투쟁을 기획할 때!

무상의료를 위한 투쟁은 이제 노동자들의 투쟁을 필두로 시작될 수 밖에 없다. 의료자본의 국유화를 요구하는 투쟁이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와야 한다. 민간의료 보험을 몰수해서 국가재원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요구가 사회보험 노동자들 입을 통해 알려져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요구가 갖는 절박성에 조응하는 과감한 투쟁방식이 제출되어야 한다. 성명서나 임단투요구에 걸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요구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투쟁이 전개되어야 하는 것이다.
무상교육을 요구하는 투쟁이 현실적 힘과 대중적 동원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학 등록금 철폐투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이제 학교가 등록금을 받아 장사하는 곳이 되었으니, 학교자본이 철폐되고 사회, 국가가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가 학생들과 대학노조와 교수들의 입에서 나오게 해야 한다. 교육노동자들과 대학생들의 연대집회가 끊임 없이 전개되는 속에 이 의제는 현실적 힘으로 전환될 것이다.

간호사들이 병원 국유화를 내걸고 거리를 행진하는 장쾌한 장면을 상상해보자 학생들이 등록금을 낼 수 없다고 거리에서 연좌시위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그리고 그 불온한 현장에 뒤 덥고 있는 사회주의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그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