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공세적 요구로 돌파하자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과 같은 정치적 중요성을 가지는 선거 같지도 않을 뿐 더러, 사회화나 노동자 통제 등의 정치적 요구를 실현하기에도 그다지 좋은 기회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인지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회주의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사회주의적인 개입의 경로와 내용을 만들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이 글에 한정하여 말하자면, 지방자치 선거에서도 사회의 변혁을 위한 정치적 경제적 요구를 제기하고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해 99조원을 쓰고 199개의 지방공기업을 거느린 현재의 자치단체 수준에서, 사회주의적 요구를 제기하고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반면에 민주노동당 경우를 보면, 그동안 추진해온 지방정책의 내용은 지방단체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교하면 공세적인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부유세,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지역차원에서 실현하는 정도의 기존 정책을 답습하는 선이나 지방정부의 민주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들이 의미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양극화, 비정규직 양산, 빈곤층의 확대 등 지금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가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해진 결과라는 것을 상기했을 때, 지방선거도 결국 자본주의의 모순을 정면에서 치고 들어가는 정책을 제시하고 선거투쟁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30대 필수 생필품 무상 공급’을 제기하자

즉 지방선거에서도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고 노동자 민중의 인간적 삶을 확보하기 위한 요구가 적극 제기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요구의 하나로 ‘30대 필수 생필품에 대한 무상공급’ 요구를 적극 제기하여야 한다.

이 ‘30대 필수 생필품’의 항목으로는 우리 생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식료품(쌀, 김치, 달걀, 식용유, 기본적인 채소류, 몇가지 생선류)과 생활용품(치약, 칫솔, 화장지, 비누, 생리대 등), 문구류(연필, 노트, 볼펜 등), 아동/노약자를 위한 추가 물품(우유 등), 전기/수도 이용료 및 특히 농촌지역 난방용 석유의 무상제공도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생필품 무상공급 요구가 실현되면 다양한 내용의 진보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생필품에 대한 무상공급은 가장 우선적으로 서민과 빈곤층의 기초적 삶의 조건을 개선할 것이다. 열악한 수입으로 어렵게 가계를 운영하는 민중들에게 기본적인 생필품이 제공된다면 보다 나은 생활조건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이 정책은 광역단체 수준의 사회화 정책을 심화시킬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요한 생필품 공급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역 공기업화를 추진하고 단계적으로 공기업 범위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지역과 생산단위의 자치조직의 건설과 활성화를 유발할 것이다. 지역공기업을 통한 생산과 생필품의 유통, 분배를 위해서는 지역의 소비단위와 생산단위가 형성되어 긴말한 소통구조가 생겨나야 할 것이다.

네 번째로 무상공급 정책은 생필품 공급을 관리하기 위한 공적 일자리를 대거 창출할 것이다.

아울러 자치단체의 식료품 무상 공급은 농업부문에서도 안정적인 수요를 제공해서 우리 농업의 회생과 발전에 영향을 줄 것이다.

결국 중요 생필품에 대한 무상공급은 생존경쟁으로 인간을 내모는 시장지상주의 원리가 아닌 인간다운 삶을 확보하는 대안적 삶의 원리를 사회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화와 비시장적 일자리 창출, 민중의 자치조직 형성 등의 정책효과를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는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다.


현실의 모순을 극복할 의지가 있다면 방도는 다양하게 열려있어

‘30대 필수 생필품 무상공급’ 요구는 광역자치단체의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서 충분히 가능한 정책이다. 가령 양주시 하나가 잘못된 개발정책으로 2200억원을 헛되이 날렸다. 지방자치단체의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전국적으로 4209억원을 낭비하였다. 2004년 지방축제 관련 예산은 총 2017억원에 달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눈먼 돈처럼 사용되는 예산구조를 개혁한다면 재원확보는 충분히 가능하다. 필수 생필품을 생산하는 사기업을 공기업화하는 과정에서 자치단체 하나만으로는 공기업화하기 어렵다면, 몇 개의 자치단체가 공동으로 공기업화를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생필품 공급을 위한 공기업의 경우에도 무상공급을 위한 수요를 충족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판매를 통해 재정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정책의 실현방법에 대해서 다소 간략하게 설명하였지만, 정책의 현실성은 차후 보다 세밀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 어차피 생필품 무상공급은 사회주의를 지향한다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요구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인간적인 삶을 만들겠다는 의지와 상상력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자본주의 모순으로 점철된 이 세상을 갈아엎겠다는 포부와 기개를 가지고 보다 공세적인 요구를 제기해야 한다. 이것이 민중에게 희망을 심어 주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