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3시부터 노동정책공약 토론회가 중앙당에서 있었다. 원래 취지는 노동위원회, 비정규직철폐운동본부가 주도해서 이번 지자체에서 노동의제를 중심으로 선거에 임하는 기조를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토론회는 노동의제를 가지고 지자체 선거를 나오는 후보들을 위한 토론이라기보다는 정책연구원들이 작성한 노동정책공약 검토로 회의가 진행되었다. 그날 제출된 노동정책공약의 뼈대만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정규직 없는 지역만들기 - 지역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1. 지자체별 ‘좋은 일자리’선언
2. 지역단위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네트워크 설립
3. 비정규 노동자 지원을 위한 지역 비정규센터 설립
4. 가칭 비정규직 모범(윤리)사업장, 비정규직 최악(비윤리)사업장 지정
둘째, “실업없는 지역 만들기” - 지역경제고용위 설치 및 공공서비스 일자리 창출
5. 지역경제고용위원회의 설치, 지역고용백서/계획서 정기 발간
6.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셋째, 노동으로 평등한 지역 만들기 - 저임금해소
7. 지역최저임금의 현실화
8. 공공사무 민간위탁에 관한 계약준수 프로그램 도입

눈에 띄는 것은 지역경제고용위원회의 설치와 계약준수 프로그램이다. 지역경제고용위원회는 해당지역의 고용문제를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고, 이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지역경제고용위원회에 대해 구청에 이미 수많은 위원회가 존재하지만 별 효력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계약준수프로그램이란 독일에서 협약임금준수법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는 제도로서 정부발주공사에서 부당노동행위나 하청, 파견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한 참여가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공공부문에서 주도하여 사회전체의 노동기준을 상향시키려는 시도다. 이것은 참여자들의 상당한 공감을 얻은 내용이었다. 이외에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도 공감을 얻은 내용이다. 보건복지, 교육, 환경분야에 필요한 일자리를 지자체에서 확대하는 것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취지에도 부합하고, 고용확대의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일부 아쉬움 점은 있지만 민주노동당이 의원을 배출한 이후 정책역량이 보강된 덕분에 미시적 정책수립에서 당의 역량이 상당히 발전한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세상을 책임지려는 박력이나, 절박한 사태에 조응하려는 진정성에서는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노동정책토론에서도 참석자들은 답답한 상황을 돌파할 시원한 대안,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는 거침없는 주장에 대해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이 직면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처한 절박함이다. 그리고 그러한 절박함에서 나온 절실한 대안이 필요한 때이다. 비록 중앙정치에 의해 휘둘리는 지방선거라는 개탄이 있고, 사실상 지역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다 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용기를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감정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정치과잉의 한국사회, 그리고 대선을 앞둔 전초전의 성격을 가진 선거논리상 이번 지자체 선거도 중앙정치의제를 피해 갈 수 없다. 그렇다면 역으로 거침없는 주장으로 지방정부의 한계를 불법으로 돌파하는 일이 있어도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다.

참석자들이 후반기에 난상토론을 하면서 잠정적 결론을 낸 것 중의 하나는 몇년동안 관급공사를 모두 중지하고, 그 돈을 모두 비정규직 해소, 고용확대, 극빈자 보조금을 사용하겠다는 공약이었다. 보도블록 안갈고 빈곤층 지원하겠다는 말도 나왔다. 결국 자본주의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이러저러한 말을 할 때는 예산놀음이다. 그런데 지자체 예산에서 획기적인 조치를 가능케 하려면 한쪽을 전용하는 방법인데, 토건족의 나라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후에 나온 주장이었지만 지역에 있는 체불노동자들 임금을 구청이나 도에서 모두 주고, 기업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공약도 주목할 만 하다.

노동시장의 황폐화로 엉망이 되고 있는 이 사회에 용기 있는 민주노동당 후보의 일갈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빈곤과 차별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그 희망이 선거에서 표로 나타나고 대중투쟁의 발화점이 될 수 있는 선거투쟁을 조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