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10년. 드디어 케인즈주의자들이 대중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작금의 경제위기의 원인을 단순하게 박정희 체제에 있다고 분석하는 좌우의 시각을 모두 비판하면서, 김영삼 정권 이후 금융개방화를 필두로 신자유주의가 오히려 위기의 원인이라고 밝혀낸다. 특히 단기순이익에 집착하는 주주자본주의 때문에 투자를 회피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저성장 사회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대신에 주식시장이 아니라 이전처럼 은행을 통해서 투자를 하는 성장 전략하에 국가가 나서서 경제를 관리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 시대 저자들의 주장이 무엇보다 돋보이는 이유는, 시장만능주의에 대해서 정면으로 비판했다는 데 있다. 날이면 날마다 주류 일간지 사설에서는 시장이 유일한 해결사라고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시장이 아니요!”라고 대중적이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저자들의 용감무쌍함은 사회주의자들이 본받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대안이 겨우 라인형 자본주의?

그러나 저자들이 제시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은 우파 케인즈주의라고 할 수 있는 소위 라인형 자본주의, 즉 전후 독일 모델이다. 그런데 대안으로서 주장하기에 앞서, 왜 독일마저도 신자유주의로 돌아섰는가에 대해서 충분한 해명이 필요하지만, 저자들은 답이 없다.

오늘날 신자유주의는 단지 유행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됨에 따라 이윤율이 하락하면서 닥친 장기적 구조적 불황에 대한 자본의 해법이었다. 따라서 전후 사민주의 정권하의 케인즈주의 기조가 깨져나간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이와 같은 자본주의의 위기와 이에 대한 자본의 공세적 대응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그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저자들의 주장은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사회적 합의주의’가 웬말인가

특히 자본과 노동의 윈윈 전략이라면서 노사정 대타협을 주장하는 결론에 이르면, 저자들이 경제학도이기 때문에 계급투쟁과 노동운동의 정치적 사회적 맥락에 대한 무지를 고려하더라도 자기모순적이다. 저자들 스스로가 사회적 대타협의 스웨덴이나 독일 사례를 들 때,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노동계급의 압도적인 계급 역관계의 우위라고 말한다. 반면에 신자유주의란, 역으로 자본가계급의 압도적 계급 역관계의 우위를 반영하는 시대이다. 그런데 어떻게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하겠는가. 아니 가능할 수도 있다. 노무현 정권이 몇 년 전에 예를 들었던 네덜란드처럼. 신자유주의 시대에 노사정 대타협의 실상은 철저한 양보교섭이다.


한국경제 쾌도난마?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시대에 금융 자유화를 거부해야한다는 주장은 할 수 있을 지언정, 자본을 통제하기 위한 스웨덴 좌파 사민주의자들의 임금기금 사회화와 같은 정책들마저도 주장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저자들의 사상적 한계일 것이다. 저자들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는, 자본주의를 넘어서지 않으려는, 우파 케인즈주의에서 멈추고 만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한국경제 쾌도난마는,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본의 사회화 방안들과 노동자의 민주적 통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