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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무기이다
- [인터뷰] 김홍모 [내가 살던 용산] 만화가, 이용석 [내가 살던 용산] 편집자 -

2010/02/09 ㅣ 류재운, 배은지, 김부성

[용산에서 5명의 철거민이 학살당한지 정확히 1년이 되던 지난 1월 20일, 6명의 만화가들이 모여 만든 [내가 살던 용산]이라는 제목의 만화책 한 권이 이들의 영정 앞에 놓였다. 유족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망루에 올라간 철거민들의 삶을 그린 작품집이다. 이들 중 한 명인 김홍모 만화가와 편집자인 이용석씨를 만나 [내가 살던 용산]의 의미와 이후 활동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홍모 만화가는 김, 이용석 편집자는 이로 표기하겠다.)]

1. 만화가들은 어떻게 조직된 것이며, 전에 하셨던 작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해 달라.

: 용산에 대해 재조명하고 기록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자연스레 잊게 되고 또 다른 참사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유족들의 원통함을 진실 되게 그릴 수 있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낼 수 있는 평소 알고 지내던 만화가들이나 이 책의 기획에 어울리는 만화가들을 섭외한 것이다. 저는 [소년탐구생활], [두근두근 탐험대], [항쟁군-평행우주] 등의 작품을 했다. 앞의 두 개는 제 어릴 때 이야기를 담거나 한 입시지옥 등을 다룬 어린이 만화이고, [항쟁군]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와 민족주의 계열 운동가들이 열악한 과정에서 투쟁하다가 이후 함께 하게 되는 과정까지를 SF적으로 풀어낸 만화이다.

2. 보도된 기사를 보니 울면서 작업했다고 하시던데 힘들었던 점이나 보람 있었던 점은 어떤 것인가?

: 기사나 영상으로 사건을 접했을 때는 울분, 분노만 느껴졌는데 실제 작품을 만들며 취재를 하다 보니 그 분들의 삶으로 들어가고 그 분들의 심정에 가까워졌다. 그게 굉장히 힘들고 더 아팠으며, 이런 아픔을 가지고 동시에 작업으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또한 어떤 작가들은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의혹(불에 탄 흔적도 없는데 신원확인을 위해 부검을 했다거나)들을 다룰까 말까 겁도 나고 고민하기도 했다고 한다.

3. 사전 검열 같은 것은 심하지 않았는가?

: 요즘엔 사전 검열이 없다. 나중에 문제 삼을 수는 있으므로 법률자문도 다 받아서 법적으로 문제되는 부분도 없다. 정권에서 막으려면 아예 출판을 막으려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부로 건드렸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4. 작가님은 노동과 역사 등에 관한 작업들을 계속하실 계획이신가?

: 예전 광주항쟁 등의 역사를 그린 만화는 있지만 동시대 민중들의 삶을 그려 완결된 만화는 이번이 아마 처음인 것 같다. 따라서 만화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업이다. 또한 리얼리즘적으로도 흔치 않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작가들도 모두 매우 보람을 느끼고 있으며, 이후에도 좋은 기회가 있으면 이러한 종류의 작업을 진행해 볼 예정이다.

5. 또한 한국 사회에 진보정당도 드러내놓고 활동하는데, 작가님의 정치적 지향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작품에 대한 계획은 없으신가?

: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따로 작가의 주관적인 입장을 드러낼 필요도 없었다. 또한 정치적 지향만을 위주로 작품을 하면 만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많이 사라진다. 문학적으로 접근하는 것, 그것이 가장 정치적인 내용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6. 편집자님에게 이 책은 첫 번째 책이라고 하셨는데, 이번 책 출간의 의의는?

: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디테일한 허점들을 덮고 가자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은 존재 자체로 굉장히 의미가 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송경동 시인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무기는 망각이고 시간이 지나가면 잊기를 바라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기억이 무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용산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잊혔고 앞으로도 잊혀질 텐데, 이렇게 기억하는 것도 하나의 저항이고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용산참사는 너무나 큰 비극이라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노력을 보탰다. 신부, 화가, 소설가, 인디밴드, 시민들 등…. 이 책도 그러한 노력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노력들이 모여서 용산을 기억해내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를 담은 책이라 생각하면 좋겠다.

7. 용산에 정말 많은 만화나 노래 등의 매체가 활용되면서 많은 문화인들이 힘을 보탰다. 용산을 보면 문화의 힘이 크다는 것을 저들도 슬슬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출간이 너무나 반갑고 기뻤다. 앞으로 이러한 진보적인 작품들을 출간할 계획이 있는가?

: 보리출판사는 평화발자국 시리즈라고 어린이, 생태와 관련된 책들을 많이 낸다. 용산참사를 다룬 [파란집]이라는 그림책도 있다. 앞으로도 사회적인 문제, 역사에서 있었던 문제, 인권, 평화, 차별, 폭력에 대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만들어낼 것이다. 장기수의 삶을 다룬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를 만화책으로 만드는 중이고, 재일조선인들이 겪는 차별들을 다룬 만화도 기획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책들을 맡아서 계속 할 수 있는 것이 보람된 일이다.

8. 두 분 모두 진보적인 작업을 계속 할 의향이 있으신데, 사회의 진보를 위해 결국 시스템이 변혁되고 사회주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저희는 생각한다. 두 분은 사회주의 사회에 대해서 생각하시는 바가 어떤지 궁금하다.

: 사회주의라고 하면 이미지가 굉장히 고정되어 있지만, 사실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하나의 고정되어 있는 틀이라기보다는 계속 인간에 대해서 성찰하고 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본주의는 환경, 성소수자 등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며, 문제를 계속 만들어내고 덩치를 키워가다 자멸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그게 인간 뿐 아니라 지구 전체의 자멸이 될 수도 있다. 사회주의는 이런 자본주의에 대한 안티테제로만 존재한다기보다는 또 다른 체제에 대한 상상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본질적으로는 굉장히 즐겁고 신나는 일일 수 있지 않을까?

: 요즘 인류의 전체 역사에서 나는 어느 지점에 서 있고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한다. 그러면서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지향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것을 향해 인류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나아가고 있는 것이고 우리는 그 와중에 있는 것이다. 언제 어떻게 그러한 이상이 완성될지는 모르겠지만, 억압과 착취가 없고 인간이 서로 보듬어주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향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인류가 나아가는데 보탬이 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또한 인류가 해방된다는 지향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기여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내가 하고 사라지면 되지 않겠냐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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