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20층 지하 5층 꿈의 예술공간! 예술인회관 1차 임대분양 안내목동 전철역 3분 거리, 천혜의 예술 요충지! 선착순 300명 1차 접수! 지금! 모든 예술인을 대상으로 작업공간을 나눠드립니다”
평형: 10~20평형(작업 유형에 따라 연동됨)
임대 및 분양가: 품앗이 2~3회
건물 상태: 53% 공정률. 외관은 매우 견고하나 칸막이 작업 개인 부담 필요
리모델링 회사: 공간재생 전문회사 오아시스 프로젝트
난방 방식: 지역난방 각개전투 난방(여름에 시원하며 겨울엔 추워요)


목동 예술인회관은 예총이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예총회관을 국가(문화예술진흥원)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105억원을 받은 뒤 이 돈으로 목동의 방송회관 옆 터를 사들여 지은 건물이다. 그러나 IMF 공황때 시공회사가 부도나고 임대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공사가 중단된 것이다.
공사가 중단되어 흉물스런 모습으로 6년 동안 방치된 이 건물을 일군의 예술가들이‘공간과 예술의 죽음’으로 규정하고 이를 예술가들의 에너지와 상상력으로 재생시키기 위해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조직하고 ‘예술가 입주 프로그램’을 제안한 것이다.
당연히 예총은 오아시스 프로젝트쪽에 공문을 보내 “분양 광고를 즉시 중지하고 예총에 사과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튿날에는 서울경찰청에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사기분양·무단침입 혐의로 고발했다. 예총은 오아시스측의 도전을 사적권리를 침해로 받아들여 발악을 하고 있다.

예술가의 작업공간을 흔히 공방이라고 하기도 한다. 공방은 말 그대로 노동의 공간이다. 지금껏 민중예술의 영역에서도 미술의 향유와 유통구조, 혹은 창작의 주체에 대한 문제의식은 높았지만 예술생산의 영역을 사회화하기 위한 논의는 없어왔다. 흔히 스쾃이라고 하여 프랑스에서 시작된 예술가들의 아트리에(작업공간)점거운동은 있었지만 오아시스 프로젝트는 수십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먹겠다는 배포가 있다는 면에서 한국인의 기상(?)을 느끼게 한다. 필요는 행동을 낳게 마련이다. 사회가 공간을 소유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되는 것임을 우리는 사회주의라 일컫는다.
가난한 예술가가 생존하는 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양성은 제국주의 천박한 문화에 찌든 대중의 무관심과 투쟁해야 하고, 자본이 요구하는 장식적 기능이나, 주류문화 문화권력자들의 입맛에 저항해야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것이 생활인으로서, 그리고 예술생산자로서 최소한의 생존이 가능한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자본의 논리에 저항하는 것이며 새로운 삶의 원리로서 사회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가에게 풍요로운 사회란 사회구성원의 필요에 정직하게 반응하는 사회다. 80평짜리 아파트가 아니라 80평짜리 낡은 창고건물이라도 예술창작에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공동체가 머리를 쥐어짜는 일은, 자본을 개인이 소유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발악을 하는 사회에서 일어날 수 없다. 일하는 사람들이 직장과 지역을, 곧 자신의 삶의 영역을 스스로 참여하고, 오류도 저지르고 교정도 해가며 운명의 주인이 되는 그런 사회에서 가능하다.
예술의 다양성과 예술가의 존재마저도 사회운영원리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한국판 스쾃, 오아시스 프로젝트는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