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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지방선거,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
황정규  ㅣ  2014년 6월 27일

 6월 4일, 제6회 지방선거는 양당체제가 더욱 공고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국의 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은 새누리당 아니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갈라졌다. 어느 쪽도 다른 쪽을 압도하지 못하였다. 반면 진보정당은 지난 지방선거에 비하면 크게 후퇴하였다. 특히 노동자계급은 정치적인 독자성을 사실상 보여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렇다고 지방선거를 남의 일인냥 나몰라라 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는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지방선거가 현재 중요한 정세 속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지방선거의 의미와 결과에 대해 올바로 평가하고 교훈을 끌어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지방선거가 지녔던 정치적 의미를 살펴보고, 선거결과를 통해 어떠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선거는 현재 정세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우선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의원들을 선출하기 때문에, 중앙정부나 사회전체의 이슈가 아닌 지역의 현안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까지 한극의 지방선거는 중앙정치, 해당시기 중요한 사회 쟁점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집권세력에 대한 신임을 묻는 중간 평가의 의미를 지닌 선거이곤 하였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 역시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권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를 묻는 선거라는 정치적 의미를 지녔다.

이와 함께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세월호의 비극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치러진 선거라는 의미가 있었다. 세월호 침몰과 구조과정에서 박근혜 정권은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하였으며, 이에 분노한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선거 결과는 향후 박근혜 정권에 맞선 투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계급적 성격이 지방선거의 결과로 이어지다

사실 투표일이 되기 전부터 선거결과에 대해서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승리가 점쳐졌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권이 위기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로 인한 반사이익을 챙기는 것이 당연해보였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을 전혀 압도하지 못하였다. 광역자치단체장에서는 한 곳 더 승리하였고,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에는 새누리당이 오히려 압도적으로 당선되었다. 이러한 선거 결과는 선거 전의 일반적 예측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게 된 것은 박근혜 정권 집권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이 취하였던 정치적 포지션과 관련되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은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진행된 민주주의 퇴행에 대해 적극적인 싸움을 만들지 않았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 시절 사학법에 맞서 거리 투쟁에 나섰던 박근혜와는 비교도 안되는 온건함으로 박근혜정권에 맞섰다. 안철수 세력과 합당하여 만든 새정치민주연합은 더 보수적인 행보를 걸으며 자신들의 전통적 지지세력조차 만족시키지 못하였다. 이러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행보에 대중들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는 이번 선거 결과로 반영되었다.

이런 결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계급적 성격과 관련되어 있다.

87년 이후 형성된 정치적 구도인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 속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주를 대변하는 정당처럼 인식되었다. 독재정권과의 투쟁 속에서, 이런 구도는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시간과 함께 변하기 마련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87년 이후로 엄청난 발전을 하였으며, 새정치민주연합은 IMF 사태 이후 10년간 집권하여 신자유주의 도입에 앞장섰던 집권세력으로 변신하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한국 자본주의의 유지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지배계급의 정당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새정치민주연합의 계급적 성격은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 심화와 결합하여 정치적 보수화라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당장 대중들의 투쟁은 반박근혜, 민주주의 투쟁이라는 형태를 띠겠지만,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투쟁은 언제든지 급진화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배계급의 일부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음의 집권을 위해서는 박근혜와 새누리당과 싸워야 하지만, 이런 여당과의 싸움 과정에서 대중들의 투쟁이 급진화되고 자신들의 통제범위를 벗어나게 되는 것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렇다보니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주주의 투쟁의 선두에 적극 나서는 세력이 아니라 오히려 여당과 다를 바 없는 야당으로서 여당의 보호막 역할을 하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에서 이들이 맡았던 역할은 이러한 계급적 위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쟁점화하며 공세를 취하기 보다는 문제가 더 커지지 않도록 무마하는 역할을 하였다. 박근혜의 사과같지 않은 사과에 대해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사과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는 김한길의 말이나,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안철수의 말은 이런 계급적 성격의 발로였다. 그 결과 여당의 악재는 야당의 표결집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15년의 노동자정치세력화 운동, 종말을 고하다

이번 선거에서 이른바 진보정당들은 2010년 지방선거에 비하면 처참한 결과를 손에 쥐었다. 통진당의 경우, 몇몇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이 지난 대선처럼 중도 사퇴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였고, 결과적으로 자치단체장을 모두 상실하였다.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 모두 미미한 선거 결과가 나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이어져온 진보정당 운동이 그 역사적 존재의의를 모두 소진하였음을 확인하는 선거가 되었다. 진보정당들의 참담한 성적표는 자본주의 모순에 정면 대응하지 않고 자유주의세력의 이중대로 계속 우경화한 결과였다. 우리는 민주노동당을 탈당하면서 민주노동당이 더 이상 노동자진보정당으로 역할을 할 수 없는 이유로, 민주노동당이 자유주의 세력의 이중대로 전락한 점을 들었다. 그후의 과정은 이런 부패와 타락이 심화되는 과정이었다. 민주노동당은 신자유주의 세력과 합당하여 통합진보당이 되었고 반MB라는 미명하에 민주대연합을 일상적으로 진행하였다. 부정선거 논란, 종북 공세 속에서 통합진보당은 분열하고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이야기하는 세력은 사분오열되었지만,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되었으면 강화되었지 약화되지 않았다.

이 세력들에게 더 이상의 정치적 활력과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중심에 서 있었던 민주노총 역시 이제 정치적으로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노총이 정한 정치방침은 이제 배타적 지지는 고사하고 각 정치세력들이 얼마나 분열되어 있는가를 확인해주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종말은 민주노총이 민주대연합, 야권연대로 더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주었다. 과거와 다르게 특정정당에 얽매이지 않게 되니, 자본가계급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지지를 대놓고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민주노총 정치방침 중 “친노동후보”에 대한 지지로 반영되었다. 친노동후보의 범주에는 새누리당을 배제한 모든 세력이 될 수 있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 지지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서울지하철 노조가 대표적 경우였다.

사회주의 운동을 강화하고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시작하자

선거결과, 여전히 국민적 지지를 잃지 않았다는 착각에 빠진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은 자신감을 회복한 듯 하다. 세월호 참사는 잠잠해진 듯 했고, 정부개각에서는 극우인사들을 주요 직에 발탁하였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박근혜 정권은 호기를 위기로 만드는 탁월한 재능이 있는 정권이었다.

이런 박근혜 정권이 심각한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이었다. 이것은 단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닌 계급적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들에겐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박근혜 정권과의 거리보다 박근혜 정권에 맞서 싸우는 대중과의 거리가 더 멀게 느낄 충분한 근거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행보는 부진한 선거결과로 이어졌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결과는 우리에게 이제 낡은 민주 대 반민주라는 구도에 빠져 민주대연합의 환상에 허우적대는 것이 아니라 이런 구도와 단절하고 민주주의 투쟁을 반자본주의 투쟁과 결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진다.

한편 2000년 민주노동당의 창당으로 시작된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처참한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모습을 이번 선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이 노동자정치세력화는 과거의 진보정당이 걸었던 길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반대하고 사회주의를 명확히 하는 정당의 건설이 되어야 한다. 이제 이러한 평가를 토대로 우리의 실천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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