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30일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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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연대 무죄판결, 그 의미를 들여다보다!
황정규  ㅣ  2013년 9월 30일
사법부, 사회주의활동에 무죄를 선고하다

9월 12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509호 법정. 1년 이상 끌어온 해방연대의 선고재판이 진행되었다. 때가 되자 4명의 피고인들은 재판부 앞에 서서 판결을 기다렸다. 판사의 선고는 짧았다.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해방연대는 이렇게 5분도 안 걸린 판결을 위해 1년 이상 공안기관에 의해 탄압받아 부당한 재판을 강요받았다.

판결문의 요지

선고가 내려진 다음날 판결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판결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소장일본주의란 검찰이 공소장을 제출할 때 법관에게 예단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중요한 법리적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만 재판부는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

두 번째, 반국가단체를 전제하지 않는 별도의 국가변란선전선동단체는 국가보안법상 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판결문의 취지이다. 검찰은 반국가단체를 전제하는 찬양, 고무가 아닌 별도의 “국가변란선전선동단체”를 가공해내어 이를 해방연대에 적용하였다. 이러한 법 적용은 국가보안법 7조 1항의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 확대 적용한 것으로 명백한 위법이라는 게 우리의 주장이었다. 특히 7조 1항 후단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라는 부분은 1991년 개정 시 국가보안법의 최대 독소조항이었던 “기타의 방법으로”라는 조항을 수정한 것으로, 입법 취지 자체가 별도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 활동을 규제하려고 한 취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7조 1항 후단의 조항이 별도의 국가변란 선전·선동 활동을 규제하려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세 번째, 재판부는 이러한 법리 해석에 입각하여 해방연대가 국가변란선전선동목적단체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피고인들이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였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하였고, 국가변란선전선동 목적성, 실질적 위험성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해방연대가 무죄라고 판결하였다.

재판부는 “국가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 “자유민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는 것”, “국가변란” 등을 대체로 “폭력적 수단”을 통해 달성하려는 것으로 파악하였고, 국가보안법 1조 2항과 죄형법정주의에 입각하여 국가보안법을 “엄격히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법적 기준을 가지고, 재판부는 해방연대의 노선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았다. 특히 재판부는 재판 쟁점들에 대해 해방연대가 주장한 내용들을 대부분 수용하였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해방연대의 국가보안법 위반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진전과 후퇴를 모두 보인 사법부의 판결문

이번 판결을 통해, 사법부는 한국 사회에서 사상의 자유를 확대시키는 진일보한 태도를 보였다. 비록 사회주의로 가는 경로, 전략의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토론하고 실천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가지 못하였지만, 이 판결로 이제 단지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이성적인 탄압을 하는 현실은 극복된 것이다. 즉 이 판결은 사회주의정치활동이 더 이상 법적인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 판결이다. 이것이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의의이다.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도 없는 판결문이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례추세를 따랐지만, 별도의 국가변란선전선동단체의 존재 및 처벌 가능성을 인정하여 국가보안법의 적용범위를 도리어 확대하는 퇴보한 판결을 내렸다. 국가보안법이 악법이고 그 중에서도 7조가 문제인 이유가 바로 이런 자의적 확대해석에 있었는데, 여기서 재판부는 진일보한 자세를 보이지 못하였다. 이러한 판례는 향후 새로운 탄압에 빌미가 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다

이 판결문은 해방연대 무죄선고로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 정치활동이라는 정치, 사상의 자유를 확대시킨 판결이기도 하지만,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서슬퍼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판결이기도 한 셈이다. 해방연대에 대한 판결은 우리가 더 열심히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경각심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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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분쇄하고 강력한 연대투쟁으로 교육투쟁의 새로운 장을 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