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9일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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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공세 노동자 생존권 사수투쟁과 반자본주의 투쟁을 결합시키자
황정규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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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조선업


조선업은 2000년대 미국 중심의 세계자본주의의 경제거품과 함께 급격한 성장을 겪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상품 수요가 팽창하면서 선박에 대한 수요가 팽창하였다. 다른 산업과 달리 조선업은 대규모 설비산업이고, 선박을 건조하는 전 과정 역시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경기가 과열되었던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선박수주량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2002년과 비교하면 2007년에는 수주량이 대략 5배까지 증가했고 세계대공황이 발생한 2008년 이후 수주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앞선 언급한 조선업의 특징 때문에 세계대공황의 발생과 업종 자체의 위기는 일치하지 않았다. 중소조선소는 심각한 위기에 처했지만, 빅3 대형조선소는 여전히 호황기 때 확보한 수주잔량이 있었기 때문에 당장 어려움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점차 수주절벽에 부딪히고 수주잔량도 사라지면서 대형조선소들 역시 위기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대공황으로 인해 전세계 수요가 감소하여 상선 중심으로 선박 수주량이 급감하자 대형조선소들은 해양플랜트로 눈을 돌렸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석유가격이 높은 수준이었고 계속 상승하리라 예측되고 있었다. 유가 상승과 함께 심해유전과 오일샌드 등 비전통적 석유의 개발이 확대되면서 해양플랜트는 향후 조선업이 가야할 블루 오션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2014년 9월부터 석유 수요가 감소하고 유가마저 하락하면서 해양플랜트는 조선업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부메랑이 되었다.


문제는 자본주의다


조선업 위기상황은 전반적으로 전형적인 자본주의 공황을 띠고 있다. 자본주의가 주기적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은 호황단계에서 자본이 향후에도 계속 경기가 팽창할 것이라는 예측 하에 투자한 고정자본 투자와 관련이 있다. 호황단계에 투자하여 갱신한 생산설비는 단기간에 투자되어 회수되는 상품들과는 달리 한 번에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는 반면 투자된 자본을 회수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호황시 투자된 고정자본이 생산에 들어오면서 과잉생산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호황기 수요팽창이 예측되자 선박수주가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조선업도 팽창하였다. 그러나 자본주의 역사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공황이 닥치면서 호황기 팽창했던 생산규모는 독약이 되어 돌아왔다. 불균등한 공황의 전개 때문에 일시적으로 해양플랜트에 기대를 걸 수 있었으나 이것 역시 몇 년이 지나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조선업의 불황 속에서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책임은 전혀 없는 것처럼 행세하며 노동자에게 불황의 비용을 전가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점은 조선업이 몰락상황에까지 몰린 이유는 자본가의 잘잘못 때문이 아니라 바로 자본주의의 본질 자체 때문이다. 게다가 2008년 발생한 공황이 위기의 원인을 제거하고 자본주의 재생산의 조건을 회복하여 회복국면으로 갔다면 해양플랜트로 방향을 잡았던 자본가들은 선견지명을 가진 혁신적 자본가로 추앙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무능한 자본가로 전락한 것은 정체상태를 ‘뉴노멀’로 받아들이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본주의가 망가질 대로 망가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과 정부가 추구하는 어떠한 구조조정도 조선업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조선업의 위기는 자본주의의 대공황이 낳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업종은 내수가 거의 없을 정도로 전적으로 세계 자본주의에 의존하는 산업이다. 자본주의가 다시 활기를 회복하여 전세계적으로 수요를 확대하지 않는 한 선박건조가 증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조선 자본의 전략은 노동자에게 위기비용을 전가하며 자본주의에 번영이 다시 올 때까지 버티는 것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금속노조 등 조직노동자들의 전략 역시 크게 보면 이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2000년대 중반과 같은 호황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자본주의의 번영에 판돈을 거는 행위는 노동자에게는 출구없는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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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삶을 지키는 투쟁과 반자본주의투쟁을 결합시키자


이미 조선업종 노동자들은 심각한 고통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태 전 민주노조를 다시 세운 현대중공업의 경우에는 자본의 공세에 대해 미력하나마 저지선을 칠 수 있었지만, 노조의 힘이 약하고 투쟁성이 사라진 거제의 경우 어두운 소식만이 전해지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은 이 중에서도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기성삭감, 하청 연쇄 먹튀폐업이 발생하고 임금삭감이 노골화되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은 임금‧노동조건에 맞춰 조선소를 옮겨 다녔지만 이제는 업체를 옮기는 것을 전혀 엄두에 둘 수 없는 실정이다.


악화되는 삶의 조건에 맞서 노동자들은 지역과 원하청 분열을 넘어 총단결 투쟁을 전개해야하지만, 단결 투쟁의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투쟁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조선업종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당장은 투쟁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악화되는 생활조건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고 생활조건이 왜 악화되는지를 이해해 감에 따라 대대적 투쟁으로 나설 가능성은 열려있다.


따라서 당장 투쟁이 가시화되지 않는 것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투쟁에 대한 명확한 자기 전망을 가지고 투쟁을 조직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조선업의 위기가 왜 왔는지 노동자들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본주의가 이 위기의 원인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노동자들은 자본주의가 다시금 잘 나가길 바라는 것을 전제로 한 각가지 해법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해법들은 결국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자본가계급 입장의 해법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말해 자본주의의 운영원리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와 조선업종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자들의 당면 투쟁을 긴밀하게 결합시켜가야 한다. 아직은 이런 전망이 낯선 것일 수 있지만, 조선업의 현실을 살펴볼 때 당면투쟁과 반자본주의 투쟁의 결합은 노동자의 처지와 이해에 맞는 매우 현실적인 전망이다. 시작은 미력할지라도 반자본주의 선동을 끈질기게 전개하면서 노동자들의 의식을 발전시켜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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