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9일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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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를 자신의 요구로 만든 노동자들의 이야기
황정규  ㅣ  2013년 7월 25일

생태위기에 맞선 전쟁에 노동자들이 나서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노동과 환경은 언제나 대립적인 것처럼 이미지화되었다. 항상 일터를 봉쇄하고 시위하는 환경운동가들과 이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까 걱정하며 환경운동가들을 미워하는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곤 하는 미국 영화와 드라마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그렇다면 노동자들은 정말로 생태위기의 시대에 자신들의 경제적 요구에만 골몰하면서 생태위기에 대해서는 나몰라라하는 존재로 남을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당연히 ‘아니오’이다. 노동과 환경 사이의 갈등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


생태문제를 노동자계급의 자기 요구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한국의 노동운동이 여전히 조합주의와 경험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투쟁이 임금인상, 노동조건 개선, 고용형태의 변화 등의 투쟁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보았자 이러한 경제적 요구를 위한 법제도의 개선 정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자본의 사적 소유를 전혀 공격하지 못하고,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의문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러한 낮은 정치적 의식과 급진화되지 못한 투쟁은 노동자계급이 생태문제를 자기 계급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이를 투쟁으로 만드는 것을 방해하는 큰 요인이라 하겠다.

소위 “일자리 대 환경”의 갈등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경제적 이해를 넘어서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을 정확히 인식하고 노동자계급의 보편적 이해에 입각하여 투쟁할 때 극복할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생태이슈를 자신의 요구로 만들어낸 노동자계급의 투쟁경험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의 노동자, 키스톤XL 공사에 반대하다

키스톤XL 공사는 캐나다 앨버타주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이 오일샌드를 액화시킨 후 미대륙을 종단하여 멕시코만의 정유회사들까지 공급하는 대규모 석유파이프를 부설하는 공사이다. 그런데 오일샌드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이며, 오일샌드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이용되고 자연이 대규모로 파괴된다. 키스톤XL 공사에 반대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파이프에서 발생하는 석유유출사고이다. 석유유출은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사고이기 때문에 반대이유는 명백한 것이었다.

올 2월 7일에는 350.org라는 블로그 기반 단체를 중심으로 키스톤XL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위싱턴 DC에서 개최하였다. 환경관련 시위로는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였던 이번 시위에는 사회주의자들도 “생태사회주의 파견단”을 조직하여 참여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미국 내의 대대적인 반대 분위기 속에서, 키스톤XL에 대한 노동조합들의 태도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AFL-CIO는 올 3월 키스톤XL 공사를 인정하지는 않지만, 미국 내 석유파이프망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애매한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키스톤XL 문제는 회피하지만, 분명히 석유파이프망의 확대를 일자리 확대로 보아 우호적으로 판단한 것이었다. 미국 건설노조는 이 성명서가 나오자마자 건설산업이 불황의 늪에 빠진 상태에서 키스톤XL 사업이 매우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서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석유파이프 건설을 통해 발생하는 일자리는 매우 제한될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일자리 창출에만 매몰되어 심각한 환경재앙을 야기할 공사를 지지하는 것은 매우 편협한 태도였다.

반면 일부 다른 노조들은 이와 반대의 접근을 하였다. 기후변화는 노동자들이 건설하는 새로운 경제로 즉각 이행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가리키며, 기업과 부자들에게 세금을 매겨 일자리를 창출하여 생태적 경제체제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운송노조와 통합여객노조는 “우리는 일자리를 원하지만 타르샌드 오일에 대한 우리의 의존을 증가시키는데서 나오는 일자리를 원하지는 않는다. …… 많은 일자리가 에너지 보존, 배전의 향상, 공공운수의 유지․확대를 통해 창출될 수 있으며, 이 일자리는 우리가 대기오염,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하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말한다. 전국간호사노조, 통신․에너지․제지노조도 마찬가지로 키스톤XL 공사에 반대하는 목소릴 높였다.

“백만개의 기후일자리”를!

노동자들이 생태이슈를 자기 요구를 결합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의 노동조합들이 요구한 “백만개의 기후일자리(climate jobs)” 캠페인이 있다. 이 캠페인은 “기후변화반대캠페인”이 주도하였는데, 여기에는 영국의 통신노동자조합, 공공․상업서비스노조, 운송사무직연합, 대학노조 등이 동참하였다.

기후변화반대캠페인은 영국 정부가 추진한 “녹색일자리(green jobs)”는 단지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산업의 일자리를 언급한 것에 불과하고 지구온난화를 직접적으로 대처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비판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대기 중에 내뿜는 온실가스의 양을 줄이고 기후변화를 감속시키는 일자리”인 백만개의 “기후일자리”를 요구하였다.

이에 따르면,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대기업과 은행을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여하는 반면 일자리를 잃어 많은 노동자들이 실업수당으로 연명하는 상황에서, 기후일자리를 백만개 창출하여 시급한 양대 문제인 일자리 문제와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국 정부는 “국가보건서비스(NHS)"처럼 “국가기후서비스(NCS)”를 만들어 기후변화를 막는 산업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직접 개입해야 하고, 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간접적, 파생적 일자리가 75만개 더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노동자들의 소비와 납세 등을 통해 절감될 수 있고,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규 일자리가 생겨나는 곳은 재생에너지 생산부문, 친환경 주택건설 부문, 운송여객부문, 이와 관련된 교육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이미 기후변화에 대해 대응을 하려면 산업의 변화, 고용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이러한 변화와 경제위기로 인한 실업의 문제를 결합시켜 해결하려는 “백만개의 기후일자리” 요구는 노동운동이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공장폐쇄가 아니라 지구온난화 중단을 위한 생산으로

마지막 사례는 디트로이트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1930년대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전투적 투쟁으로 만들어진 전미자동차노조(UAW)는 그 이후 계속 현장 노동자들을 소외시키고 자본가와 협력하는 노선을 걸어왔다. 결국 2008년 대공황이 도래하면서 노동조합은 파산상태의 GM과 크라이슬러에 생계비연동조정 조항, 잔업 할증 제거, 휴게시간, 휴일 축소, 이중임금체계 확대, 연금혜택 후퇴 등을 양보해주었다. UAW의 협조주의는 환경부문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배기가시 배출기준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UAW는 사측과 함께 이에 반대하며 시위와 항의편지 발송을 주도하였다.

2008년경부터 디트로이트의 현장/은퇴 노동자들은 Autoworkers Caravan(AWC)이라는 조직을 결성하여, 이러한 자본의 공세와 UAW의 대응에 맞서 투쟁하기 시작하였다. 생태이슈와 관련하여서도 AWC의 활동은 매우 주목할만 한다.

AWC는 자동차산업의 위기로 디트로이트의 공장들이 폐쇄되어가자 이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Buy America"라는 자본의 애국주의 담론에 대하여 고민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답을 구체화해갔다. 가령 주류 환경단체이긴 하지만 시에라클럽을 방문하여 자동차공장을 재개장하는 문제를 문의하기도 하였으며, 세계화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멕시코 오악사카의 농민들을 만나기도 하였다. 이 와중에서 자신들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노동자와 농민들의 시각에서 무역협정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AWC는 일반적 경제위기와 자동차산업의 위기, 그리고 환경위기라는 3중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자동차산업이 과잉생산 상태에 있고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화석연료 자동차의 생산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미국의 대도시들 상당수가 제대로 된 공공교통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나온 대안이 폐쇄된 공장을 친환경차량, 공공운송차량, 재생에너지 관련 설비 등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바꾸어 운영하는 것이었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유용한 생산을 하면서도 고용을 유지, 확대하는 길이기도 하였다.

AWC는 아직 UAW 내부에서 소수이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 직면한 주요 문제들에 급진적인 입장을 개진하면서도 조합주의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자동차산업의 생산을 생태적으로 변화할 것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투쟁은 노동자 투쟁과 생태문제를 결합시킨 모범적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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