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9일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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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주의 운동의 절실함을 보여주고 있는 스페인 ′분노한′ 청년들의 광장점거투쟁
이영수  ㅣ  2011년6월10일

스페인 청년들의 반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약한 고리가 되어버린 스페인에서 민중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1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5만명이 참여하여 집권 사회당 소속인 자빠떼로(Zapatero) 총리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후, 시위는 한층 더 발전하여 실업자들과 학생들이 거리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수도 마드리드의 주요한 광장인 '태양의 문(뿌에르따 델 솔, puerta del sol)'을 점거하여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광장에 텐트를 치고, 부엌을 만들고, 노트북을 설치했으며, 소파와 의자에서 잠을 잤다. 마치 올해 초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집트 혁명에서 '타흐히르 광장'이 상징이 된 것 처럼, '태양광장'은 스페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투쟁의 상징이 되었다. 비슷한 모습은 바르셀로나에서도 나타났다.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에서는 쟁반을 두드리는 시위형태가 나타났고, 많은 도시들에서 일어나는 시위에서 그들은 '스페인 혁명'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 투쟁에는 모든 연령대가 참가하고 있지만, 특히 40%에 이르는 청년실업률로 인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30대 미만의 청년학생들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5월 15일 행동(May 15 movement)'를 구성하고 '지금 진정한 민주주의를(Real Democracy Now)'이라 불리는 운동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두 거대정당인 사회당(PSOE)와 국민당(PP)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언론에 대항하여 인터넷을 활용하였는데, 이러한 상황은 TV를 포함한 기존의 제도화된 언론매체를 항상 일이 터진후에야 대응하는 바보로 만들어버렸고, 정부와 상원에서의 발언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허구성이 즉각 대중적으로 폭로되었다. 뿐만 아니라 광장에서는 각 분야별 위원회와 의회를 자발적으로 구성하여 토론하고 필요한 경우 인터넷을 통해 투표와 결정을 하고 있다.





40%를 넘어서는 청년실업률, 긴축정책



“당신들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분노이다. 우리는 오직 이 나라에서 두 정치세력만을 가지고 있고, 두가지 선택만을 가지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 현재의 시스템은 우리가 만들어내지 않았던 위기에 대해 우리에게 책임을 지라고 한다.” (파이낸셜 타임즈, 5월 19일자, '태양광장' 시위에 참가한 24세 청년 인터뷰)


스페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투쟁의 배경은 단연 높은 실업률에 기인하고 있다. 스페인은 현재 20%(490만 실업)에 이르는 실업률을 나타내고 있고, 30대미만 청년실업률은 45%에 이를 정도로 살인적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페인 사회당 정부는 자본주의 공황의 여파로 재정적자가 확대되자 IMF와 유럽중앙은행의 지원을 받기 위해 연금을 축소되고, 사회복지를 축소하는 정책을 취하는 등 노동자계급과 청년들의 삶을 벼랑으로 내몰았다. 은행들은 민중들이 주택담보대출을 갚을 수 없게 되자 집을 압류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부패로 얼룩진 사회당 정권과 사회당과 똑같이 긴축을 강요하는 국민당에 대한 불신과 양당이 독식하는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불만도 대규모 시위의 배경이 되고 있다.


광장에 등장하는 구호들 속에는, 왜 스스로를 '분노한 사람들(los indignados)'이라고 부르면서 시위에 나오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미래가 없는 청년 : 집도 없고, 일자리도 없고, 연금도 없고, 두려움도 없다." (Juventud sin futuro: Sin casa, Sin curro, Sin pensi?n, Sin miedo.)
"그들은 우리로부터 너무나 많이 빼앗아왔다. 이제 우리는 빼앗긴 것 모두를 원한다." (Nos hab?is quitado demasiado, ahora queremos todo)


스페인 광장점거투쟁의 한계와 교훈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22일 스페인에서는 지방선거가 진행되었다. 66% 투표율에 국민당은 24%, 집권 사회당은 18%를 받았다. 이전 선거와 비교해 사회당은 득표율이 대폭 줄어들었고, 국민당은 소폭 증가한  것이다. 반자본주의를 명확히하지 않은 통합좌파(IU, Izquierda Unida)는 이전보다 약간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이것은 전체적으로 이번 스페인 민중들, 청년들의 투쟁요구를 기존 정당들이 받아안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이번 스페인 지방선거의 결과 자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스페인 시위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특히 보수적인 국민당은 사회당의 긴축정책을 이어받아 실시할 것이고, 청년실업을 해결할 대안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대안은 '5월 15일 운동'과 같은 대중운동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러 언론들을 통해 보면, 몇가지 한계점과 문제점도 보이고 있다. 하나는 이러한 대중운동이 노동자들의 투쟁과 제대로 결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로 사회당 또는 공산당에 연결되어 있는 스페인 양대노총(UGT, CCOO)이 연금축소와 정년연장을 골자로 하는 긴축정책을 별다른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배신행위를 하여 청년들로 부터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 정당들에 대한 불신, 사회당에 대한 미련은 기존 정당들과는 거리가 있는 조직의 적극적인 참여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순수한 운동이 정치적으로 변질될 우려'가 개인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것으로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문제로 드러나는 것은 바로 이 운동의 전망에 관해서이다. 사회당 정권에 대한 압박 정도로 운동을 한정시키려는 경향, 반자본주의 운동으로 발전시키려는 경향 등이 혼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바르셀로나 등에서는 반자본주의 운동으로 명확히 한 반면, 마드리드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대중투쟁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2008년 자본주의 공황의 여파로 그리스,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스페인 등에서 민중들의 자발적인 투쟁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 또한 마찬가지 맥락에 있다.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사회체제에 대한 불만이 대중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긴축, 실업, 등록금 등등 각각의 사안으로 불거졌지만 본질적으로 이러한 투쟁들은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연결되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반자본주의 투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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