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4일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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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붉은 시선] 발레오만도 금속노조 탈퇴 판결의 문제점과 민주노조운동의 교훈
이영수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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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노조의 하부조직이 산별노조를 집단탈퇴하고 독자노조(기업노조 등)를 설립하거나 가입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금속노조 서울지부 가나테크‘지회가 있다고 하자. 이 지회는 300명의 노동자들이 있고 모두 지회 조합원이자 금속노조 조합원이다. 가나테크지회 조합원들이 조합원 총회를 열어 과반수 참석에 2/3찬성을 통해, “우리는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가나테크 노조를 결성한다”는 결정을 했다. 일부는 반대를 했지만 총회 결정사항이라고 가나테크 기업노조로 함께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하자.


아마 많은 노동자들이, 특히 산별노조의 한 지회를 구성하고 있는 단위사업장 소속 몇몇 노동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무엇이 문제인지 의아해 할 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같은 사업장 내 노동자들이 최고의결기관(총회)의 의결을 거쳐, 자신들이 속해 있는 산별노조를 탈퇴하는 것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산별노조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 것이다. 산별노조는 기업별 노조의 연합체가 아니라, 하나의 단일 노조이다. 산별노조에 문제가 있어 탈퇴하는 조합원들이 모여 기업노조를 설립하거나 다른 상급노조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하부조직 자체를 다른 조직으로 전환시키는 결정은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대법원은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의 금속노조탈퇴사건에 대해 1,2심의 판결을 뒤집고,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이 조직형태변경을 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부·지회가 산별노조 하부조직이라는 원칙은 인정하면서도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 활동해 근로자단체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경우 조직형태 변경이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는 발레오만도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친자본적인 판결일 뿐만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적 성과물인 산별노조를 부정하는 반노동자적인 판결일 뿐이다.

 

노조탄압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친자본적인 판결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는 지난 2010년 경비업무 외주화를 이유로 파업에 돌입했고, 회사는 이를 직장폐쇄로 맞받아쳤다. 노조탄압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노무법인인 창조컨설팅이 이 과정에 개입했고, 회사는 조조모(조합원들을 위한 조합원들의 모임)라는 조직을 만들어 노조탈퇴 공작을 벌였다. 금속노조에 대한 비방, 금속노조를 탈퇴하지 않는 조합원들에 대한 탄압은 악명 높았다.


하지만 개별 조합원 탈퇴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자 창조건설팅의 지휘아래 자본의 편에 선 일부 노동자들과 자본의 탄압에 굴복한 노동자들이 자체 총회를 열고 기업노조 전환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발레오만도지회에서 벌어진 노동탄압은 이미 노동위원회, 검찰, 법원도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한 것이었고, 국제사회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정을 권고한 것이다. 이정도 상황이라면 노조형태변경을 주도한 것 자체를 무효라고 할 만 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상황조차도 고려하지 않고 형식적인 판결을 하였고, 민주노조를 파괴하려는 자본의 편에 서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것이다.

 

민주노조의 역사적 성과물인 산별노조를 부정하는 판결


현재 산별노조는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기업노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노동자의 경제, 사회,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역사적 산물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결과 96, 97년 총파업을 통해 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관계조정법은 제16조에 특별히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변경 제도를 규정하고, 재적 과반수의 출석과 출선 조합원의 2/3찬성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 주는 조항이 되었다. 기존의 단결력을 유지한 채 산별노조로의 전환이 활발히 이루어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거꾸로 적용해서, 산별노조의 하부기관이 다시 독자적인 노조로 갈 수 있다는 논리를 만들었고, 여기에 조직형태 변경은 노동자의 의사에 달려있다는 거창한 명분을 갖다 붙인 것이다. 이를 현재 상황에 적용할 경우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산별노조를 부정하고 민주노조를 파괴하는 것을 합법적으로 허용해 주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된다. 실제 발레오만도 노조파괴가 일어나던 당시 창조컨설팅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여 상신브레이크, 일진베어링, 볼보건설기계, 두산인프라코어창원, 두산DST 등이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노조로 변경하기도 했다.

 

법적대응과 함께 산별노조의 계급적 강화가 실질적 대안


대법원의 친자본적인 결정을 비판하고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우선적인 것은 민주노조운동이 무늬만 산별노조가 아니라 계급적 단결로 강화된 산별노조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다. 아직도 산별노조는 하나의 노조라고 하지만, 대기업 중심, 단사 중심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교섭체결권이 산별노조 위원장에 있다는 것만으로 하나의 노조라고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은 본질적으로 자본가의 법이다. 정치투쟁, 대사회적 투쟁이 중요하다는 것을 조합원들이 이해하고 있다면 이러한 집단탈퇴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집단탈퇴가 이루어지지 않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산별노조를 지향하는 민주노조운동이 중심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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