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4일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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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위기와 세계 대공황의 재점화
황정규  ㅣ  2015년 9월 5일



이미 예견되던 중국경제위기

중국이 세계를 뒤흔드는 대지진은 진앙지가 되고 있다. 이 사회적 지진의 징조는 이번에도 역시 증시가 담당하였다. 중국은 1년 사이에 주가가 배 이상 급등하여 과열의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6월 12일 고점을 찍은 후부터 폭락장이 계속되었다. 5,166포인트에 달하던 상하이 지수는 속절없이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중국 당국이 강제적으로 매도를 막고 기업 등에 증시부양을 강요한 결과 7월 중순에는 한때 증시가 다시 상승하는 듯 하였다. 이 당시까지 주식시장에서 사라진 돈의 규모가 3조2천억 달러에 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도 더 이상 듣지 않게 되었고, 한때 3,000포인트 선이 붕괴되기까지 하였다. 주가하락이 속절없자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대응하였다. 중국인민은행은 8월 11일부터 3일 동안 총 4.5%의 평가절하를 단행하였다.

지금 중국이 겪고 있는 위기는 또 하나의 ‘금융’위기가 아니다. 그것은 2008년 세계대공황의 결과이자 새로운 세계대공황의 뇌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중국발 세계위기를 예견하고 있었다. 문제가 되었던 것은 이러한 중국발 세계위기의 발발 자체가 아니라 이것이 언제 발발할 것인가였을 뿐이다.
해방연대 역시 중국의 세계자본주의를 심각한 위기로 몰고갈 주범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가령 2011년 8월, 세계대공황을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서, 성두현(해방연대 지도위원)은 “현재 중국은 미국과 EU에 못지 않은 거품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에 대규모 거품이 형성되어 있어 거품이 붕괴될 때 급전직하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이를 우려하여 조심스럽게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중국이 연착륙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 중국은 구원자가 아니라 정반대로 세계자본주의체제에 결정타를 먹일 최대의 복병으로 등장할 것이다.”라고 예견하였다.


중국의 경제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가

이러한 예견이 가능하였던 이유는 최근 세계자본주의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그리고 2008년 대공황이 어떻게 무마되었는지를 분석해보면 쉽사리 이해된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은 본격적으로 개혁개방을 하면서 해외독점자본의 직접투자를 막대한 규모로 흡수하였고, 그 결과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 과정은 전세계적으로 과잉생산을 심화시키는 것이었다. 2008년 세계대공황 이후,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은 대규모 구제금융을 제공하여 사적 자본의 손실을 국가로, 그리고 이를 통해 노동자민중에게 이전시켰다. 이것이 유럽을 휩쓴 국가부채위기, 긴축정책의 배경이다.

중국 역시 2008년 세계대공황이 발발하자 심각한 경기후퇴를 겪게 되었다. 2008년 전반기에만 67,000개의 공장이 폐업하였고, 일자리를 잃은 농민공의 숫자만 2-3천만 명에 달하였다. 중국 정부는 경기후퇴를 막기 위해 5,860억 달러(한화 690조원) 규모의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시행하였다. 중국 정부의 정책 중에는 내수진작을 위해 추진한 이구환신(낡은 가전제품을 새것으로 구입시 보조금), 가전하향(농민들의 가전 구입시 보조금) 등이 있었다. 더 중요한 정책은 내륙을 개발하고 내수를 진작하여 수출중심의 경제구조를 변경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수출중심의 경제구조를 내수중심으로 바꾸지 못하였다. 내수중심으로의 경제구조의 변경이 불가능했던 것은 이것이 중국 노동자계급에게 분배몫을 증가시키는 계급 역관계의 변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여러 산업에 보조금과 지원을 통해 생산을 유지시키는 것도 있었지만, 사실 상 건설에 집중되어 부동산경기를 과열시켰다. 가끔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중국 내륙의 유령도시들은 이것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중국에서 부동산 거품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국 정부가 시행한 경기부양책에 소요된 자금은 정부예산이 아닌 통화정책의 완화와 은행대출을 통해 주로 이루어졌는데, 지방정부는 토지사용권을 담보로 그림자 금융권에서 돈을 대출받아 건설 중심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였다. 이렇게 지방정부가 그림자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돈은 18조 위안(한화 3천192조원)으로 중국 GDP의 1/3에 달한다. 부채위기에 처한 그리스의 총부채가 3,500억 달러(한화 412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될 것이다. 결국 2008년 세계대공황으로 인한 경기후퇴를 막기 위한 핵심수단이 지방정부의 부채였던 셈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은 불에 기름을 계속 끼얹는 것이었다. 과잉투자, 과잉생산을 그 원인으로 하는 경제공황 상태에서, 계속된 경기부양은 과잉투자를 더욱 심화시켰다. 지방정부 부채를 수단으로 한 경기부양 정책은 이 부채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 끝장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올 초부터 지방정부 부채로 인해 재정운용 여력이 사라지면서 정부의 재정지출이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중국이 경기후퇴를 막고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데 지방정부 부채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는 적신호를 의미하였다.


중국경제와 세계자본주의

중국 상하이 지수는 9월 2일 현재 3,130 포인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000포인트를 상회하던 고점에 비하면 엄청난 폭락이지만 작년 말까지도 2,000포인트 대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낮은 주가는 아니다. 그리고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금융자유화를 추진하였지만, 주식시장의 규모는 비율로 따졌을 때에는 여전히 작은 편으로 주식거래량은 중국 GDP의 1/3 정도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주가하락이 중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 증시의 하락에 전세계가 요동치는 것은 중국 증시가 중국경제의 불안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폭락 이면에는 2008년 세계대공황의 원인이 된 과잉생산, 과잉투자의 문제, 이에 대처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대응이 이러한 과잉생산과 과잉투자를 더 큰 규모로 증폭시킨 문제 등 자본주의 고유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2008년 대공황 이후, 경제적 파국을 막기 위해 전세계 자본가 계급과 자본주의 국가들이 시행한 대응의 한계가 중국 경제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되었던 것이다.

2008년 세계대공황은 종료되고 새로운 경기순환이 시작되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표면 아래 모습을 감춘 채 더 큰 공황으로 등장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개혁개방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한 중국은 전세계 제조업 생산을 도맡아 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제 2위의 세계 경제대국이 되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커진 것이다. 2008년 대공황 이후 세계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중요해졌다. 2010년 이후 중국 단 한 나라가 전세계 GDP 성장의 1/3 이상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2008년 경기후퇴를 막기 위해 시행한 중국의 정책이 세계경제의 둔화를 막아왔다는 추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다른 한편으로 이 정책들이 가진 모순과 한계가 폭발할 시점이 눈 앞에 다다랐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공황에서 시작하는 세계대공황의 재점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반위기에 빠질 한국자본주의

현재 한국 경제가 심각한 상태에 처했다는 사실은 여러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정권은 한국 경제의 악화가 세월호 침몰이나 메르스 유행과 같은 우발적 요인에 기인한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이것은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 한국경제가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존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로, 국민총소득 대비 수출입액 비율로 나타내는 대외의존도는 최근 100%를 상회하였다. GDP 중 수출의 비중도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작년부터 무역수지에 이상한 조짐이 나타났다. 외형상 사상최대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수출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출이 줄었지만 수입이 훨씬 더 줄어서 생기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9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은 한국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이에 따르면 8월 수출은 393억2천500만 달러로 전년동월보다 14.7% 급감하였다. 수출은 8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0.9%, 2월 -3.3%, 3월 -4.3%, 4월 -8.0%, 5월 -10.9%, 6월 -1.8%, 7월 -3.3%, 8월 -14.7%로 사상 최대의 수출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정되고 있다. 특히 중국경제의 상황에 따라 한국도 심각한 동반 위기로 나아가는 구조에 놓여 있는데, 수출비중 중 30%이상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에서 -8.8%를 기록했다. 대일본 수출마저 -24.4%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은 1% 미만일 것이 확실시되며 심지어 하반기 상황에 따라서는 마이너스 성장도 예측가능하다.
이정도면 한국은 이미 심각한 경제위기 상태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근래 한국이 겪었던 경제공황 때와는 다르게, 지배계급이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희한할 따름이다. 추정컨대 경제위기가 정권책임론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깔린 게 아닌가 한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의 노동개혁의 경제적 배경에는 이러한 경제위기 상황이 깔린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재점화하고 있는 세계대공황은 세계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과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소득분배율을 변경하는 정도의 대안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이제 자본주의를 수선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시하고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투쟁이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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