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3일 96
해방 > 96호 > 쟁점

착한기업이라는 환상에 빠지지 말자!
이영수  ㅣ  

 

96호_6면_상_현장의 붉은 시선_착한기업이라는 환상.jpg


오뚜기와 착한기업 띄워주기


최근 진짬뽕으로 유명세를 달리고 있는 오뚜기라는 업체가, 대형마트 시식코너에서 일하는 노동자 1700여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오뚜기는 식품업계에서는 10위안에 드는 기업으로 전체 3000명 중 판매노동자가 1700~1800명으로 대부분 여성노동자이며, 근속 또한 9년 정도로 긴 편이다. 이러다보니 한편에서는 당연히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또 한편으로는 진빰뽕을 ‘갓짬뽕’이라 부르면서 오뚜기 제품만 사먹자는 열풍이 일어나고 있을 정도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정인데 사회와 대기업들이 온갖 꼼부를 부리며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당연한 결정을 안하니 기분 좋은 소식일 수 밖에요.”


“국내 1위 기업 삼성도 사람 짤라가는 마당에 그에 비해 훨씬 규모가 작은 오뚜기는 고용을 늘리고 있다니. 오뚜기 좀 더 많이 사먹어야 겠네요.”


“오뚜기 급 호감듭니다... 물론 정규직채용시 이미지가 좋아질것까지 계산에 넣었겠지만.”


(“오뚜기, 비정규직 시식 판매사원 모두 ‘정규직’ 채용”이라는 글에 올라온 인터넷 댓글들)


갑질횡포로 문제가 되었던 남양유업 등 식품업계 다수가 대형마트 판매원 등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오뚜기의 경영은 사람들의 관심을 일으킬 만 하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오뚜기는 이미 2013년에도 비정규직이 없는 기업으로, 심장병 어린이 돕기, 장애인 일자리 창출, 오뚜기 봉사단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었다. 2~3년이 지난 지금 다시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아마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려낸 ‘송곳’이라는 드라마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자본의 본질을 피해가기 위한 수단인 착한기업


하지만 오뚜기의 비정규직 없는 ‘정도경영’을 또다시 이슈화시킨 곳은 다름 아닌 조선비즈(조선일보사의 경제지)였다는 점은 또 다른 이유도 짐작케 한다. 그것은 기업이나 재벌에 대한 이미지를 반전시키려는 자본의 의도다. 롯데그룹의 경우에서 드러난 재벌세습경영의 치부로 기업이미지가 훼손되고 경제위기에 대한 재벌책임론에 대한 경계 등이 강화되는 것을 방지하고자하는 자본의 의도 말이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착한기업'에 대한 환상이 많다. 너무 많은 악덕기업의 횡포와 전횡에 탄압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자본이 위기에 몰릴수록, 선거가 다가올수록 ‘착한기업’의 존재가 부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본의 위기대응 전략이 가동되었을 것이다. 2007년 대선을 전후해 유한킴벌리가 그랬고, 2013년 대선을 전후해서는 안철수가 그랬다. 두 기업 모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갑자기 그 존재를 드러냈었다. 하지만 그것은 노동자들에게 나쁜 재벌정치가 아니라 조금 덜 나쁜 재벌정치가 존재할 수 있다는 환상만 만들어내었을 뿐, 노동자들이 가야할 길은 아니었다. 한국의 기업들이 그들을 본받아 변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자본의 지배력, 갑질 횡포는 강화되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정치세력을 만들어가기보다 그들에게 의존하는 힘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봉건왕조시대 백성들은 폭군에 분노하며 성군을 꿈꾸었고, 성군의 선정을 칭송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대다수 왕들, 봉건왕조의 존재 자체가 신분제도를 만들어내고 백성들을 착취해내고 있다는 점은 ‘감히’ 얘기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역사적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하지만 지금 소수에게로 부가 집중되고, 다수가 가난해지는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모순이 폭발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착한기업’의 환상에 또다시 사로잡힌다면, 이것은 역사적 한계가 아니라 자본이 만들어 놓은 덫에 빠지는 꼴이 될 뿐이다. 오늘날 노동자들은 봉건왕조시대 착한 임금을 꿈꾸는 백성들로 살아갈 것인가? 착한임금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착한 세상을 꿈꾸는 것이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역할이 아니겠는가?

이영수

관련기사

기사평쓰기
번호 제목 평점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등록된 게시물이 없습니다.

HTML코드 복사하기 (블로그나 카페에 바로 붙여넣기 하실 수 있습니다)


선거연합당 논란으로 드러난 민주노총의 정치적 무기력
좌향좌 하는 세계적 정치지형, 우향우 하는 한국의 진부정치